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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ㅣ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평점 :
책을 읽고 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재미있게 본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이 책 《완벽한 생애》는 어땠을까. 아주 재미있다고도 재미없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나랑은 참 먼 얘기처럼 보였다. 어떤 소설이든 나와 가깝지 않기는 하다. 소설 속 사람은 다들 나보다 열심히 산다. 열심히 살아도 잘 안 된다고 할까. 그런 사람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잘된 사람이 아주 없지 않지만. 소설이 나와 먼 이야기여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그런 소설은 나을지도. 이 소설은 좀 편하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이 이야기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개인과 역사는 동떨어진 게 아니기는 한다. 역사가 개인한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테니. 그걸 알아도 난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구나. 이런 나 좀 문젤지도.
여기에 나온 일이 아주 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홍콩 시위. 제주2공항 반대, 베트남 전쟁에 아버지가 나갔다는 걸 생각하고 자신은 법정에 서지 못한다고 생각한 미정. 본래는 피디가 되고 싶었지만 잘 안 돼서 방송국 작가를 했는데, 함께 일하던 피디와 아나운서가 그런 자신을 비웃어서 일을 그만둔 윤주. 석달 만난 은철을 여섯해 동안 잊지 못하고 영등포에 온 홍콩 사람 시징. 세 사람을 이렇게 짧게 말하다니. 다른 일도 있는데 그건 못 썼다. 윤주 시징 미정 세 사람이 다 아는 사이는 아니다. 윤주가 일을 그만두고 잠시 제주도에서 지내려고 원룸을 다른 나라 사람한테 빌려주려고 했다. 시징은 은철을 생각하고 영등포에 있는 윤주 방을 빌리는 홍콩 사람이다. 미정은 오랜만에 윤주한테 전화하고 윤주가 일을 그만뒀다는 말을 듣고 제주도에 놀러오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윤주와 미정은 친구로 만나기도 하지만 시징은 만나지 않고 윤주와 전자편지만 나눈다.
소설은 윤주 시징 미정 세 사람이 차례대로 말한다. 다르지만 아주 다르지 않은 이야길지도. 조해진은 사랑과 신념에 진심인 사람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을 오래 잊지 못하고, 우연히 만나고 싶어서 그 사람이 살았던 곳에 오다니. 그건 시징이다. 윤주는 예전에 만난 선우와 두 번이나 헤어졌다. 윤주는 어릴 때 친척집을 떠돌아서 자기만의 식구를 만들고 한곳에 머물고 싶었는데 선우는 달랐다. 가난을 싫어했달까. 윤주는 선우한테 자기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만나면 처음에는 괜찮아도 시간이 지나면 안 좋아지는 듯하다. 다른 사람 모습에서 자신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일지도. 미정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버지가 베트남 전쟁에 나가서, 재판정에 서는 사람이 아닌 인권재단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활동가가 되었다. 그건 어쩌다 보니 된 듯하다.
사랑만 나왔다면 마음이 조금 편했을지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사람이 정치와 아주 상관없이 살지 않을 텐데. 이번에는 정치라 했구나. 앞에서는 역사라 하고는. 시징은 홍콩 처지를 생각하기도 했다. 영국이 떠나고 중국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도움보다 간섭인가. 난 활동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다른 일도 모르기는 마찬가지구나. 제주2공항 건설을 받대하는 건 자연을 생각하는 건지 사람을 생각하는 건지. 둘 다일지도. 제주도 잘 모르지만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는 말 보기는 했다. 개발이 좋은 건 아닐 텐데. 거기에 사는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바로 앞만 보면 안 될 텐데. 나는 뭐 하는 것도 없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활동가 같은 사람이 있어서 지금 세상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완벽한 생애는 없을 거다. 왜 이런 제목을 썼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 여러 번 썼구나. 완벽한 생애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있어서 좀 나을지도. 갑자기 이런 말을. 윤주 시징 미정 그리고 보경 언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