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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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여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다. 그런 이야기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게 중심은 아니다. 이 책을 쓴 김봄과 어머니인 손 여사 이야기라 해야 할까. 어머니를 손 여사라 하다니. 이름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했는데, 마지막에 실린 작가 말을 보니 김봄 어머니는 자신을 손 여사라 하면 다른 사람이 알 거다 했다. 그런 말로 봤을 때 이름은 더 쓰기 어려웠겠다. 부모는 보수 딸은 진보, 이건 정치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진보였던 자식이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되면 해야 할지도. 어쩐지 자식은 모두 부모를 보수라 여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하는 자식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친정(외가)이나 시집(친가)에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아이를 친정에 부탁하는 사람이 많을지 시집에 부탁하는 사람이 많을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많겠지. 부모 자식이니 자식의 아이는 봐줘야 한다고. 정말 그럴까. 지금 생각하니 나도 그런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어려우면 부모한테 부탁할 수도 있겠지 했다. 그런 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많이 봤다. 지금은 자식이 아이를 부모한테 부탁하는 거 당연하게 보이지 않는다. 왜 부모는 자식 부탁을 다 들어줘야 할까. 부모 자식도 남인데. 남과는 조금 가깝겠지만. 내가 좀 이상한 건가. 난 형제자매라고 해서 친하게 지내야 하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의를 지켜야지. 부모한테도 마찬가지다.

 

 김봄 어머니 손 여사는 자식이 다섯이다. 거기에서 김봄은 셋째로 가운데다. 그렇게 딱 가운데라니. 손 여사 아이 다섯 키우느라 힘들었겠다. 내가 그런 걸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 기르기 힘들 것 같다. 손 여사는 결혼한 자식의 자식은 돌보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보수보다 진보가 아닐까. 난 자식의 자식을 돌보지 않겠다고 말한 손 여사 멋지다고 생각한다. 김봄은 어딘가에 갈 때면 손 여사한테 자식이 아닌 자신과 함께 사는 고양이 아담과 바라를 가끔 살펴봐달라고 하는구나. 아이보다는 고양이 보기가 조금 편하지 않을까. 하루종일 봐야 하는 건 아니니. 무슨 일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 할 때 부모한테 기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도 난 부모한테 얹혀 사는구나. 혼자 살지 못하다니. 함께 살아도 내가 기대는 건 거의 없다. 엄마는 내가 있어서 다행이다 한다.

 

 한국 사람은 어쩌다가 지역 감정을 가지게 됐을까. 이건 한국 사람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같은 나라 사람이다 생각하면 좋을 텐데. 한국은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 감정이 가장 크겠지. 경상도 사람인 손 여사는 둘째딸이 전라도 남자와 사귀고 결혼한다고 하니 조금 반대했다. 먼저 사람을 봐야지 그 사람이 태어난 곳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데. 김봄한테는 둘째 형부다. 둘째 형부는 전라도 사람인 것과 상관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손 여사도 나중에는 그걸 알았다. 손 여사와 아버지는 딸보다 사위를 더 자식처럼 여기게 됐다고 한다. 김봄도 둘째 형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이야기도 나온다. 김봄은 쥐를 아주 싫어했다. 언젠가는 혼자 살던 집에서 쥐를 보고 바로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김봄은 혼자 살기도 하고 부모가 사는 집 옥탑방에 살기도 했다. 손 여사는 김봄이 혼자 살아서 조금 걱정하는 것 같다. 사람이 다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닐 텐데. 김봄은 친구가 기르던 고양이를 입양한다. 이름은 아담이었는데 친구한테는 마음을 열지 않던 아담이 김봄 집에 오고는 김봄 품에서 잤다고 한다. 그때 김봄은 자신한테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김봄이 고양이털 알레르기여도 고양이와 살다니. 그 뒤에 바라도 함께 살게 된다. 고양이는 좌파 우파 모를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겠지. 아담과 바라가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별로 못 썼다. 김봄은 이 글을 쓰면서 어머니인 손 여사를 더 잘 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 시절도 떠올렸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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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07 0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쓰기는 사람을 깊이 헤아리는 도구라는 생각하게 됩니다

희선 2022-05-07 23:49   좋아요 3 | URL
글을 쓰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깊이 알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mini74 2022-05-07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며 저희 어머니 떠올랐어요. 정치색이 전혀 다른 엄마와의 갈등이 와닿았어요 ㅎㅎ

희선 2022-05-07 23:50   좋아요 3 | URL
미니 님은 어머님하고 정치 이야기도 하시는군요 부모와 자식은 거의 다를까요 일부러 다른 쪽을 고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파이버 2022-05-07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겁지 않게 잘 읽었던 것 같아요. 정치 얘기지만 말씀하신대로 개인적인 에피소드 식이였기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책도 얇아서 딱 부담 없이 읽기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보수적인 지역에서 나고 자라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었어요ㅎㅎ

희선 2022-05-07 23:53   좋아요 4 | URL
제목 봤을 때는 정치 이야기여도 무겁지 않게 할까 했는데, 그런 이야기보다 작가 어머니와 식구들 이야기가 많아서 괜찮았습니다 얇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담았네요 파이버 님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즐겁게 보셨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