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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8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ㅣ 뽀짜툰 8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20년 11월
평점 :
언제부터 이 책 《뽀짜툰》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내가 보는 책 목록을 적다가 ‘뽀짜툰’ 제목 밑 고양이 발바닥 속에서 숫자 8을 보았다. ‘난 이걸 처음 알고 보는 건데, 이 책이 한권이 아니었어.’ 했다. 고양이와 사는 이야기를 한권으로 끝내지는 못하겠지. 이새벽이 쓰는 고양이 일기도 두권이나 나왔으니. 그 뒤에 더 나왔으려나. 요즘은 정말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 많은 것 같다. 더 늘었을지도. 난 여전히 이렇게 책만 본다. 고양이가 귀엽기는 해도 함께 살면 이것저것 해줘야 할 거 아닌가. 그런 것도 다 부지런해야 하지. 게으른 난 나를 돌보는 것도 힘들다. 아니 나 자신도 잘 돌보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둘 때가 많다. 나도 자신이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는 거 지금 알았다.
실제 고양이도 귀엽겠지만, 그림은 더 귀엽게 보인다. 이건 어떤 책이든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고양이나 개와 함께 사는 이야기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사람은 사람과 사귀고 살지만 사람한테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사람은 그런 걸 동물이나 식물에서 얻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 거다. 우연히 함께 살다보니 알게 됐겠지.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고양이랑 개와 사는 일 아주 없을까. 일부러 함께 살지는 않고 어쩌다 보니 함께 살게 되겠지. 그런 사람은 처음에는 다른 곳에 보내려다, 시간이 가고는 보내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채유리는 예전에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셋과 살았나 보다. 그 뒤에 포비와 봉구와 함께 살게 됐겠지. 뽀또와 짜구는 이제 없다. 이번 8권에서는 쪼꼬가 떠난다.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목숨 있는 건 언젠가 세상을 떠난다. 아니 물건도 수명이 있구나. 먼저 둘을 보내고 쪼꼬까지 보내서 마음 아프겠지만, 포비와 봉구 그리고 꽁지가 있어서 좀 낫겠지. 본래 꽁지는 공주라 했다가 이름을 바꿨다. 포비와 봉구는 어떻게 작가 집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꽁지는 작가가 운동하러 나간 길에서 만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개냥이라 하던데, 꽁지가 개냥이였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몸을 부비고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난 그런 고양이 한번도 못 봤는데. 작가는 꽁지가 안 좋은 일 당할까봐 걱정돼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다른 곳에 보내려다 주사를 맞히고 중성화수술까지 하고는 함께 살기로 했다.
고양이는 새로운 고양이가 오면 경계하겠지. 혼자였다면 다른 고양이와 함께 살기 어렵겠지만, 여럿이 있으면 그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작가는 쪼꼬한테 종양이 생겨서 걱정했는데, 꽁지는 쪼꼬한테는 장난치지 않았다. 꽁지는 봉구와 잘 어울려 지냈다. 봉구가 가장 만만해 보였을까. 봉구도 꽁지와 잘 어울렸다. 앞에서 꽁지를 개냥이라 했는데, 포비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아니 포비는 사람이 자기한테 관심 가져주기를 바랐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 있겠지. 고양이는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한다는 말도 있지만, 자신한테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라는 고양이도 있을 거다. 사람이 다 다르 듯 고양이도 다 다를 거다.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포비도 꽤 귀엽다.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쉽게 고양이든 개든 동물과 함께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쪼꼬는 관절염도 있었는데 종양이 생겼다. 수술해도 다 낫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하면 좋을지 몰랐다. 어느 날 작가는 쪼고 종양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고양이하고 살면 고양이 꿈 자주 꾸겠다. 먼저 떠난 고양이는 꿈에서 만날까. 작가는 쪼꼬를 고생시키지 않기로 했다. 쪼꼬가 떠나는 모습 보니 슬펐다. 쪼꼬가 뽀또와 짜구를 만나는 모습도 있는데, 그것도 슬프게 보였다. 아니 어쩌면 정말 쪼꼬는 뽀또와 짜구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남은 포비와 봉구 그리고 꽁지가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