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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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때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적은 없습니다. 한두번쯤 사이가 어색해졌는데 제가 기억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니 제가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 잘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여자 친구끼리 하는 그런 것과는 좀 멀었어요. 비밀 얘기 같은 거 한 적 없습니다. 그런 거 왜 해야 하지 생각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 지금도 어떤 사람이 없는 데서 그 사람 이야기 하는 거 안 좋아해요. 그런 일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제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생각나기는 하는데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와 더 친해지려 했을 때 그곳을 떠나설지도. 소설 같은 데서는 아주 짧은 시간 만난 친구하고 일은 오래 기억하던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많지도 않았지만, 멀어졌다기보다 어느 날 두 친구가 저하고 말 안 한 적 있어요. 이 말은 한번 했는데 또 하는군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시간이 지나고는 다시 말했어요.

 

 이영초롱이라는 이름 참 별나에요. 한번 들으면 쉽게 잊지 않겠습니다. 이영초롱은 초등학교 육학년 때 부모가 하던 일이 망해서 제주 고모 집에 가서 살게 돼요. 동생은 큰아버지 집으로 가고. 영초롱은 육학년 때 똑똑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자신이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걸 글로 쓴 걸 보니. 엄마는 그걸 받아들여주지 않았지만. 딸과 아들 조금 차별한 걸지도. 아이를 맡아줄 친척이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친척이 없어서 더 안 좋은 곳에 가야 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예요. 제가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소설 제목 ‘복자에게’에서 복자는 영초롱이가 제주도에 가서 만난 친구예요. 제주 고고리섬이군요.

 

 고모가 있다 해도 고모는 거리가 있기도 하죠. 아주 어리지 않다 해도 어릴 때 부모와 떨어져 살면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빈 자리를 복자가 채워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선 고모도 있군요. 고고리섬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인데 복자는 이선 이모라 하고 영초롱은 이선 고모라 했어요. 고모랑 이선 고모가 친하게 지내서 그랬던 건가 봐요. 고모가 아닌 이모였다면 이선 이모가 됐을 것 같네요. 저는 그런 것도 잘 못해요. 잘 모르는 어른한테 이모라 하는 거.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걸 따라야 하는 건 아니겠네요. 그냥 이름을 물어보고 이름을 말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아닐 때. 아이는 다른 생각 못하겠습니다. 아이가 어른 이름을 말하면 버릇없다고 할 테니.

 

 누군가 비밀이다 하면 그렇구나 하면 좋을 텐데, 영초롱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사람이 물어본 말에 사실대로 대답했어요. 그 일은 이선 고모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고 복자하고 사이도 멀어지게 합니다. 영초롱은 왜 그랬을까요. 저였다면 복자 말대로 아무 말 안 했을 텐데.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저도 영초롱처럼 안 했으리라 할 수 없을지도. 시간이 흐르고 영초롱은 판사가 되고 제주에 다시 오게 돼요. 중간 없이 이렇게 말하다니. 그건 이 소설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영초롱이 혼자 공부를 열심히 했겠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복자하고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영초롱은 이선 고모 일로 복자와 사이가 멀어지고 복자한테 편지를 쓰지만 보내지는 않았어요. 영초롱이 복자한테 편지를 보냈다면 어땠을지. 그때 바로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고모가 친구한테 편지를 썼지만 답장 받지 못한 것처럼.

 

 영초롱은 복자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재판을 하려고 했을 때 돕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잘 안 되면 영초롱은 복자한테 미안할 테고, 복자는 영초롱을 원망하고 아주 인연을 끊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영초롱이 판사가 아닌 변호사였다면 달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여성이 판사가 되는 일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고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해녀가 별로 없고 사라진다고 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여기 나온 것처럼 거기 사는 사람만 받아들여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정말인지. 텃새부린다고 하지요. 어디에나 그런 건 없으면 좋을 텐데. 이것도 제가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지도. 처음에는 좀 마음에 안 들어도 진심이 느껴진다면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초롱을 좋아한 고오세도 있는데, 고오세 이야기는 하나도 못했네요. 고오세는 영초롱이 섬을 떠나면서 알려준 주소로 편지를 쓰지만, 영초롱은 거기에 살지 않았어요. 차라리 주소를 알려주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때 고오세는 편지를 써서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제목이 누군가한테 쓰는 편지 같지요. 복자군요. 여기에는 편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고모는 감옥에 있는 친구한테 답장 없는 편지를 쓰고, 영초롱은 복자한테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고, 고오세는 받을 주인 없는 편지를 썼네요. 지금 생각하니 세 편지는 슬프군요. 나중에 영초롱이 복자한테 쓴 편지는 꼭 보냈으면 합니다. 복자는 영초롱이 보낸 편지 반가워하겠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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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4 0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판사가 되서 제주도 간 부분에 대한 희선님의 표현이 정말 재미있네요. 희선님 나름의 유머포인트? 🤔 뭔가 비밀의 발설이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이었군요. 왠지 아쉽네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쓴 편지는 꼭 보내졌으면 좋겠어요 😊

희선 2021-07-27 01:30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 판사가 되는 건 나오지 않았지만, 왜 제주에 갔는지는 나왔어요 그건 빼먹었네요 영초롱은 말을 잘 한다고 해야 할지 솔직하게 한다고 해야 할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해서 제주도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해서 제주에 가게 되고 어릴 때 친구를 만나서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많이 도와주지 못한다 해도... 나중에 쓴 편지는 복자한테 보냈겠지요


희선

그레이스 2021-07-24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들도 재밌어요^^
왜 굳이 복자에게 라고 했을까 생각한 책이예요
확 끌리지 않아서..
희선님 리뷰 보니 읽어봐야겠어요 ~♡

희선 2021-07-27 03:02   좋아요 1 | URL
영초롱이는 영초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복자는 옛날 느낌이 들기는 하죠 복자가 어렸을 때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게 생각나네요 갑자기 그런 게 생각나다니... 그레이스 님, 언젠가 기회되면 이 책 한번 만나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희선

바람돌이 2021-07-25 0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마음들이 애틋하네요.

희선 2021-07-27 01:34   좋아요 1 | URL
저는 편지 쓰고 보내지 못하면 아쉬울 듯한데, 영초롱은 처음부터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썼네요 다른 사람은 또 다른 편지를 쓰고... 편지 쓰는 게 나와서 저도 편지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