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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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세상에 오는 차례는 있지만 가는 데는 차례가 없다.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아이도 있을 거다. 왜 그런 아이를 낳았을까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의학이 발달해서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 건강도 알 수 있다. 의사가 아이 가진 사람을 검사하고 낳아도 얼마 살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라 하겠지. 엄마 배 속에서는 괜찮아도 바깥에 나오면 살 수 없다니. 날 때부터 몸이 안 좋아도 수술하면 낫기도 한다. 그건 그나마 낫겠지. 겨우 몇 분 몇 시간 며칠 살고 죽는 아이도 있을 거다. 그래도 난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죽임 당하지 않아서. 아이와 헤어진 부모 마음은 무척 아프겠지만. 아이를 바라는 사람한테는 아이가 잘 생기지 않고 아이를 바라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이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건 왤까. 그건 왜인지 알 수 없는 거구나.

 

 앞에서 갓난아기를 말했는데 여기 나오는 아이는 갓난아기가 아니다. 일곱살이다. 의사가 부모한테 일곱살 딸이 뇌사로 보이고 장기기증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가끔 일본 드라마에 뇌사 어린이가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카드를 갖고 있는 게 나오기도 한다. 부모는 그걸 알고 무척 많이 생각한다. 어린이가 그렇게 빨리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하다니. 그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일 때도 있다. 자식 나이가 어떻든 부모는 자식을 먼저 보내면 괴로울 듯하다. 장기기증도 쉽게 결정할 수 없겠지. 사람은 뇌가 죽으면 죽는 걸까. 사람한테 정신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면 괜찮은데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으면 산 건지 죽은 건지 모르겠지. 숨을 쉬면 죽었다고 말하기 어렵겠다. 뇌사와 식물인간은 다르다. 뇌사는 뇌기능이 죽은 거지만 식물인간은 뇌파가 잡힌다. 식물인간은 그대로 깨어나지 못하고 죽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뒤에 깨어나기도 한다. 어쩐지 이 책을 보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 듯하다.

 

 미즈호는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심장이 한번 멈췄다. 심장이 뛰게 했지만 다시 깨어날 수 없다고 했다. 엄마 가오루코 아빠 가즈마사는 미즈호가 뇌사라는 걸 받아들이고 장기를 기증하려고 했는데, 뇌사판정을 받으려던 날 미즈호 손이 움직였다. 정말 미즈호가 손을 움직인 건지 그건 분명하지 않았지만, 가오루코는 미즈호가 살아 있다고 여겼다. 부모 아니 엄마는 아이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살아 있기를 바라겠지. 간병에 지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건 자식보다 배우자나 부모일 때 그럴까. 부모가 평생 자식을 돌보는 일도 쉽지 않다. 세상에는 그런 부모도 있다. 아이한테 장애가 있어서 낳자마자 버리는 부모도 있지만. 별 생각을 다 했다. 가오루코는 미즈호를 간병하기로 결정했다. 가오루코는 미즈호가 잠든 모습일지라도 오래 보고 싶었다.

 

 지금은 연명치료를 하기보다 하지 않고 편하게 보내주려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때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병원에서는 몸이 아픈 사람을 낫게 하려 하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약으로 살린다. 병원이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그런 걸 보면 나으려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걸 지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 해도 돈이 엄청 들 듯하다. 가오루코 남편 가즈마사가 하는 회사에서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를 연구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할 수 있었다. 시아버지는 억지로 미즈호를 살려뒀다 생각했다. 아마 식구가 아닌 사람은 거의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 부모한테 뭐라 할 수 있을까. 부모는 그런 거 아닌가, 엄마가 그렇구나. 가오루코는 전기 자극으로 미즈호가 숨쉬어서 기뻤다. 가오루코는 미즈호와 천천히 헤어진 건 아닐지. 그 마음 조금 알 것 같다. 가까운 사람과 갑자기 헤어지는 슬픔은 무척 크다.

 

 한국도 어린이가 뇌사했을 때 장기기증 별로 안 할 것 같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다르지 않겠다. 한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여러 사람이 새로운 목숨을 얻는다 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장기이식을 할 수 있게 된 게 좋은 걸까. 힘들다 해도 장기이식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은 조금 나을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가오루코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다. 미즈호를 살려두는 게 옳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장기기증은 강요할 수 없다. 부모가 아이를 보낼 수 없는 마음도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기이식을 어두운 데서 하게 하면 안 될 듯하다. 벌써 그런 일 있구나. 장기를 사고 파는 일. 그런 건 잘 감시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돈 많은 사람은 어떻게든 장기를 구할까. 그런 거 생각하면 무섭다. 세상이 깨끗하기만 해도 살기 어렵겠지만. 장기기증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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