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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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나카야마 시치리 책이 많이 나왔지만 내가 만난 건 몇 권 안 된다. 어쩐지 앞으로도 자주 나올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뒤를 잇는 일본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 생각이 맞아도 괜찮고 맞지 않아도 괜찮다. 소설가에는 글을 늘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 동안 얼마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는 자주 쓰는 쪽이다. 지금까지 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글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소설을 자주 쓰다니. 자꾸 쓰기에 또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쓰면서 다음에 쓸 걸 떠올릴지도. 나도 자주 쓸 게 생각나면 좋겠다. 난 작가도 아니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작가가 아니면 어떤가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아무래도 난 짧은 이야기만 쓸 듯하다. 지금은 그런 거라도 자주 쓰고 싶다.

 

 이건 언젠가 말한 적 있는데 한번 더 할까 한다. 그건 어렸을 때 본 드라마 이야기다. 제목이 뭐였는지 모르지만 경찰이 범인을 잡는 거였다. 형사가 범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잡고서는 ‘니가 했지’ 하면서 잠도 안 재우고 때리면서 거짓 자백을 이끌어 냈다. 그런 거 보면서 나한테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예전에 내가 본 건 죄없는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모습이 아니고 학생운동 하는 사람을 잡아다 고문하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본 거여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죄없는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거였던 것 같다. 일본 추리, 범죄, 경찰 이런 소설을 보면서 일본에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 씌운 적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고문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한국에 남겼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람은 왜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걸 더 쉽게 배우는지.

 

 이 책에서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한테 경찰이 죄를 뒤집어 씌우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저 감으로 그 사람이 범인이다 생각하고 임의동행으로 경찰서에 데리고 가서는 겁을 주고 때리고 잠도 재우지 않았다. 범인 잡는 데만 마음이 쏠린 탓인지 증거도 제대로 없었는데 한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 그리고 거짓 자백을 하게 만들었다. 형사 두 사람에서 한사람은 겁을 주고 한사람은 달래는 듯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돈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잡힌 구스노키 아키히로는 재판 때 자신은 죄가 없다 했지만 그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도 없고 판사는 구스노키 아키히로한테 사형을 내린다. 구스노키 아키히로는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시간이 흐르고 구스노키 아키히로를 맡았던 형사에서 한사람인 와타세는 다른 사건을 맡고 예전 사건 진짜 범인을 알게 된다.

 

 경찰이나 재판소 잘못이 드러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숨기려 했다. 와타세는 밝히려 했다. 와타세는 혼자 조직과 싸웠다. 그런 일도 쉽게 할 수 없다. 경찰이나 판사가 잘못한 일이 밝혀지고 많은 사람이 책임을 졌다. 하지만 와타세는 괜찮았다. 내부 고발했으니까. 와타세는 그건 그것대로 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와타세는 앞으로는 잘못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예전에도 그랬다면 억울한 사람이 없었을 텐데. 와타세와 함께 했던 형사는 증거를 만들어냈다. 그런 일 실제로도 있었을 거다. 이 이야기는 진짜 범인을 잡고 끝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네 사람이나 죽인 범인이 가석방 되고 죽임 당한다. 일본은 여러 사람을 죽이면 사형인데 네 사람이나 죽인 범인은 무기징역이고 모범수로 가석방 되다니. 재판이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판사도 판결 내릴 때 이것저것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저 서류나 재판장에서 하는 말만 듣고 판결 내려도 괜찮을까. 여러 가지 보고 그런 판결을 내렸겠구나.

 

 사람이기에 잘못할 수 있다. 형사도 판사도 검사도. 잘못했을 때 그걸 인정하고 다시 잘못하지 않으려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그런 사람도 보이지만 거의 숨기려 했다. 조직을 지켜야 한다면서. 힘을 가지면 그걸 잘 써야 한다. 그걸 가진 뜻을 생각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해야 하겠지. 말만 좋게 하고 자기 잘못을 숨기려 한 사람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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