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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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영화 만화 소설 어디에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 혼은 빛에 둘러싸이고 편안한 얼굴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 모습도 있고 그 사람이 행복하게 살던 시절로 돌아가기도 하고 먼저 떠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건 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이 그렇게 되길 바라고 쓴 거겠지. 실제로 죽은 뒤 몸을 떠난 혼이 빛에 둘러싸이고 그동안 아팠던 것도 모두 사라진다면 좋겠다. 그때는 웃으면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빛이 아닌 어둠에 싸이고 땅속으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도 영상이나 소설에서 봤다. 하지만 죽으면 그걸로 끝일 듯하다. 영혼이 아주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죽으면 자기 자신을 알까, 아주 달라지지 않을까. 나도 모르는 걸 생각하다니. 이 책을 끝까지 보니 그냥 빛이 떠올랐다. 빛속에서 이 글을 쓴 김진영이 웃고 있는 모습이랄까.

 

 언젠가 내 몸이 아프다면 난 몸을 낫게 하려고 애쓸지 잘 모르겠다. 수술하는 것도 그렇고 약만 먹어도 괜찮다면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건 못할 것 같다. 벌써 이런 생각을. 암에 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을 날을 기다리면 무척 힘들다던데.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건 아닐 거다. 그때는 아픈 사람 나름대로 살아가면 되겠지. 지금은 암을 빨리 찾아서 낫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암으로 죽는 사람 많다. 때를 놓치거나 낫기 어려운 암에 걸려서겠다. 김진영은 암게 걸렸다는 걸 알고 치료를 했지만 다 낫지 않았다. 좋아지는 때도 있었지만 그건 잠시였다. 어떤 수치가 내려갔을 때는 좀 더 살 수 있을까 한다. 치료하는 방법을 바꾸어도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참 담담하게 썼다. 김진영은 살려고 했다. 세상을 사람을 더 사랑하고.

 

 자신이 아프거나 슬픔에 빠져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간다. 이건 누구나 알겠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깊은 슬픔에 빠지거나 자기 시간이 멈추겠지.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그때도 시간은 흘러간다 여기겠다. 시간은 흐르고 어딘가에서 자신의 시간은 멈추겠다고.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있는 게 훨씬 좋을 듯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아무것도 모르고 남은 사람은 무척 슬프겠지만. 어쩐지 난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글 못 쓸 것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심심하면 쓸지도. 김진영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치료하고 몸이 좋아지지 않았을 때는 죽음을 생각했지만. 앞에 2017년 7월에는 글이 많은데 갈수록 줄어든다.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는 한줄이다. 그렇게라도 적었다는 거 대단하게 보인다.

 

 사람은 평소에 거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겠지. 나도 그럴 때가 많은데 문득 문득 생각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면서는 가끔 정리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 내 삶이나 둘레를 정리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건 평소에 조금씩 하면 좋을 듯하다. 그러면 하루하루를 잘 지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뿐이겠지. 시간이 흐르면 대충 살고 ‘내일 하자’ 할 듯하다. 대충 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좋은 말로 하면 여유롭게 사는 거다. 난 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괜찮다. 김진영은 투명하게 사라지고 싶다 했는데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어렵겠지. 내가 죽으면 누군가 뒷정리를 해줘야 한다.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죽을 수 없다. 죽을 때가 되면 가는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한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저절로 사라지는 거다. SF 같은 생각을.

 

 목숨은 돌고 돈다. 사람이 죽는다고 모든 게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람은 죽으면 다른 것이 되어 지구에 남는다고 한다.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살다 간 사람은 지구 곳곳에 있다. 바람에 실려 살았을 때는 가 보지 못한 곳에 갈지도 모르겠다. 김진영도 많은 것이 가고 오고 또 가고 온다고 말한다. 짧게는 하루가 길게는 한해가 가고 온다. 살았을 때는 그걸 많이 느끼고 즐기면 좋겠다.

 

 

 

희선

 

 

 

 

☆―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1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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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6-30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은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는 것 같습니다. 쉬이 읽어 나가지만 세상을 많이 느끼고 고민했던 흔적이 엿보인 책.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문구는 다시 읽어도 마음에 와 닿네요.

희선 2019-07-04 01:07   좋아요 1 | URL
죽음이 다가왔을 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 듯해요 그런 시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떠날 수도 있잖아요 떠나는 사람은 그런 거 별로 마음 쓰지 않겠지만, 남은 사람은 마음이 안 좋을 거예요 그래도 살아간다니...

안 좋은 감정은 결국 자신한테 돌아오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