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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경영 -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왜 전략을 ‘스토리’로 만드는가 ㅣ 마스터스 8
구스노키 켄 지음, 이용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케팅 일을 오래 하진 않았으나 작은 가게나 대기업이나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비즈니스를 지탱하는 데는 ‘스토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래서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글쓰기 책이나 마케팅 도서들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는데, 올해 전부터 얘기가 나왔던 사업에 합류하게 되며 더더욱 브랜딩이나 마케팅 관련 책들에 시선이 갔다. 초반에 뭔가 단단한 기초를 만들어 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변화가 극심한 환경에서 과연 변하지 않는 사업과 전략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내 생각과 관심 분야가 맞아떨어지는 제목과 설명이 눈에 띄어 이 책에 관심이 갔다.
머리말을 읽으며 내가 원하는 내용을 다룬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며 괜히 이 책에 끌린 게 아니었음도 확인한다. 『서사경영』은 단순히 이야기를 감성적인 마케팅 도구로 쓰라는 책이 아니다. 여러 선택과 활동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왜 이것을 하면 저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설명하는 경쟁 전략 그 자체를 다룬다. 첫 문장에서부터 이 책이 경쟁 전략에 관한 책이라 명확히 정의하는 저자의 말대로, 흐름을 따라 1장부터 본격적으로 읽게 됐다.
책은 ‘전략은 스토리다’, ‘스토리 이전의 경쟁 전략’, ‘전략 스토리의 5C’, ‘스토리의 시작, 콘셉트’, ‘모방할 수 없는 비결, 크리티컬 코어’, ‘기업 사례로 읽는 전략 스토리’, ‘전략 스토리의 원칙 10’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초반을 읽는데 예전 작은 대행사에서 무작정 부딪히며 일하던 시절이 바로 겹쳐 보였다. 당시엔 남들 잘나가는 블로그 콘텐츠 베껴오기 바빴다. 클라이언트조차 자기 사업이 뭔지 한 줄로 정의도 못 내린 채 모든 걸 통째로 맡겨버리는데, 들이밀 자료도 없으면서 그냥 잘해달라는 걸 보며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마케팅 바닥을 떴던 결정적 계기였다.
그 후 커피 업계, 공인중개사, 그리고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일에서 정작 “이 사업이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게 어렵게 다가왔다. 경쟁사를 그대로 따라 하고 “조금 더 싸고 친절하게 하자”는 식의 미세한 개선은 그동안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 우리가 시작한 사업 의도와도 전혀 달랐다.
차별화란 모든 걸 잘하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누구에게 무엇을 줄지 정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해 그 흐름을 연결하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금 짚고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3장과 4장을 거치며 현재 준비 중인 비즈니스와 채널 운영을 대입해 본다. 경쟁우위, 콘셉트, 구성 요소, 크리티컬 코어, 일관성이라는 ‘5C’의 관점으로 보니, 과거 프로젝트들이 왜 중간에 동력을 잃고 삐걱거렸는지 이해가 갔다. 일관된 연결고리가 부족했고 체계마저 없었다. 특히, 콘셉트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진정 누구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출발점인데 그걸 소홀하게 지나쳤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5장의 ‘크리티컬 코어’였다. 따로 떼놓고 보면 ‘저걸 왜 저렇게 하지?’ 싶을 만큼 비효율적이고 이상해 보이는 선택. 그런데 전체 흐름 속에 딱 들어가면 다른 요소들과 맞물려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핵심 장치다. 겉으로 드러난 한두 개 행동만 베껴서는 그 뒤에 얽힌 구조까지 흉내 낼 수 없으니 경쟁자도 손을 못 댄다. 늘 남들 다 아는 뻔한 효율성만 쫓다 좁은 선택지에 갇히던 내 시야를 제대로 넓혀 준 부분이었다.
후반부의 기업 사례와 마지막 원칙들을 읽으며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차분하게 정리해 본다. 특히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고객 가치에서 출발해 필요한 활동을 거꾸로 추적해 내려오는 사고방식은 현업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데 무척 유용해 보였다. 그동안 나는 쓸데없이 처음부터 완전한 것을 추구했기에 일을 하며 더 헷갈렸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책은 마케팅을 넘어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 즉 무수한 선택을 하나의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엮어내는 전략의 뼈대를 담고 있었다. 유행하는 툴이나 잡다한 팁에 휘둘리기 않고, 작더라도 남들이 쉽게 베끼지 못할 단단한 판을 짜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 역시 지금 사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꺼내보게 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