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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에도 여전히 '인문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문학 붐은 쉽게 식지 않을 모양이다. 인문학이란 제목이 붙은 또 한 권의 책 『낮은 인문학』. 왜 '낮은'인가에 대한 궁금증에 책을 읽게 됐다. 저자의 서문을 읽으며 그 궁금증은 금방 해결이 됐다. 책이 만들어진 인문학강좌가 어떻게 시작되어 책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장소의 차이가 있을 뿐 교도소 밖에 있는 우리들 또한 띠지에 보이는 '당신은 어제와 같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문장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떨 때는 과거에 좋은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 책으로 만나게 되는 서울대 교수 8인의 강좌는 앞서 말한 문장에 대해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첫 강연 부터 낯선 용어 '마아트'가 나온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에 쓸 정도로 중요한 용어이며 우리 삶에 있어도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중심을 잡지 못한 삶은 얼마나 흔들리는지 직업을 통해 경험을 해봤기에 더욱 생각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컴패션에 대해서는 오히려 갈수록 멀어지게 되는 것 같다. '내 코가 석자'라는 말이 떠올라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인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하기에 그 기준을 채우려는 마음 때문에 컴패션과 거리감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는 마지막에 어떤 '검은 가방'을 가져갈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겠다. 여전히 내 삶은 진행중이니...
두 번째 강연은 불교 외에는 접하지 못한 인도철학으로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은 아무것도 내 맘대로 컨트롤 할 수 없음을 제대로 이해 한다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는 않을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 번째 강연에서는 고전 『일리아스』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데 분노로 시작해 결국 죽음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 우리가 살아가며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뭐 물론 앞서도 얘기했지만 내 스스로 어쩔 수 없기에 분노는 상황과 문제에 따라 변화 되기는 하지만...
네 번째 강연에서는 독일인에게 '과거'가 어떻게 영향을 하는지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독일은 어떻게 그런 반성을 하게 됐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같은 전범 국가이지만 훗날 그 모습이 다른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그런 계기를 마련하고 반성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나라 또한 그런 부분에 있어 반성을 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다섯 번째 강연에서는 커피 외에는 요즘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게 해준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통해 다가가게 한다. 막연한 먼 대륙의 모습은 서구화 된 사상의 교육으로 더 익숙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다.
여섯 번째 강연은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접한 내용이 보여 반가웠으며 내 종교와도 관련된 부분이라 저자가 언급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가며 읽었다. 그리고 매일 읽는 매일미사에서 이 부분을 읽던 날 해당 성경구절이 나오는 독서임에 놀라기도 했다. 우연이지만 뭔가 우연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랄까?
일곱 번째 강연은 대학시절 읽어봤던 『소유냐 존재냐』의 저자 에리히 프롬 사상에 대해 다룬다. 이 부분을 통해 당시 읽은 책의 내용을 떠올리지는 못했으나 철학을 삶으로 살아낸 사상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어렵지만 본인의 삶 속에서 얻은 존재양식의 삶을 위한 방법을 강연 마지막 부분에 다루고 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결국 '끊임 없는 수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강연에서는 '죽음'에 대해 다룬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너무 어두운 죽음에 대한 것은 아니라 읽는 동안 흥미롭게 읽혔다. 다양한 신화와 작품 속에서 비춰지는 죽음에 대해 다루고,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필멸자이기에 죽음은 언젠가 마주해야 하지만 그저 끝이 난다기 보다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 또한 가지는 죽음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낮은 인문학'이란 제목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장소를 떠나 사상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정말 기본적인 내용들을 돌아보는 강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강연이기에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읽어도 되는 장점이 있고, 필요에 따른 독서가 가능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갈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시대. 흔들리지 않고 든든한 인문학적 뿌리를 내리고 싶은 이들에게 읽기를 권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