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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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가톨릭 신자로 저자의 소설 『침묵』을 읽으며 느낀 바가 있었다. 지난해 다시 영화로 개봉한 <사일런스>를 보며 영상으로 그려지는 원작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이런 소설을 쓴 저자는 어떤 사람이고 그의 문학 세계관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를 읽게 됐다.
  첫 부분부터 『침묵』에 대한 강연 내용이 나오기에 참 만족스러웠다. 잊고 지냈던 용어 '후미에'에 대해서도,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는지와 내가 생각했던 의미와 맞는지도 듣고 싶었다.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상징적 요소 '후미에'의 의미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된다.
  이후 '문학과 종교 사이의 골짜기에서'라는 여섯 번의 강의 내용이 나온다. 익숙한 이름의 앙드레 지드의 작품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내겐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된 텍스트로 소개가 된다. 각각의 텍스트 안에서 그리스도교적인 내용들을 드는 저자의 논리에 어떤 부분은 수긍을 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신앙을 가진 작가에게 종교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의지가 강한 자와 나약한 자가 만나는 곳'에서는 과거 저자의 작품 『침묵』에서 책 속 강연에 새로 소개하는 신작 『사무라이』에 대해 전한다. 내용 중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 도망치는 나약한 자들이었으나 결국에는 예수님 말씀을 전파하다 각각의 장소에서 박해를 받고 죽어가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앙을 처음 접하고 많이 흔들리는 시기가 있지만 스며들듯 빠지며 단단해지는 신앙생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사무라이』는 읽어보지 않았으나 처음 타의에 의해 받아들인 신앙을 버릴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을 짐작하며 『침묵』과의 연계선상에서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결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강연 중 저자의 유머러스함을 느낄 수 있었고, 『좁은 문』이 그리스도교와 플라토닉 러브를 풍자하고 비판했다는 부분은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또 너무 가볍지 않은 저자의 내공이 담긴 강연을 모아둔 책이었다. 엔도 슈사쿠의 문학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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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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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들이 없었다면 해외 고전과 관심이 가는 책들을 읽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을 하면서도 간단한 대화 말고는 번역기를 통해 소통을 하는 내게는... 번역가들의 일상을 담은 책이라 궁금증이 갔다. 내세울 만큼 잘하는 외국어 능력도 없는 내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아니다 싶은 번역을 만날 때는 원서를 읽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노력보다는 번역서를 읽는 게 아직까지는 편하다.
  제목이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기에 '모모'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번역가의 글인가 싶었으나 두 번역가의 삶이라 그리 썼음을 알았다. 글을 읽으며 번역 일을 하는 지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누나가 왜 그리 열심히 운동을 하려 했었는지도 이해가 됐고, 번역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의 글에 개입해 윤문하는 어려움은 알기에 얼마나 집중하도 고된 노동인지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료와 관련한 에피소드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의 급여 문제와 비슷한 상황에 공감을 하게 된다. 입금을 해달라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맘 졸이던 시간을 경험했기에 이해하기 더 수월했다. 지금도 며칠 전 있었던 아르바이트 비용이 언제 들어올지 기다리고 있기에 공감대가 더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3부에 들어서며 번역가들의 번역 에피소드는 흥미로웠다. 잘 모르는 분야이고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라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서평 블로거를 하며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출판사 편집자들과의 만남 때 간혹 제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내용과 비슷한 상황이 있어 흥미롭게 읽혔다.
  번역가들의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어찌 보면 그들도 출판계 종사자들이라 낯설지 환경임은 책에 비치는 모습들에서 볼 수 있었고, SNS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음도 알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두 번역가의 조언들이 담겨 있다.
  번역가들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에 책을 읽었다. 그들도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잘 알 수 있었다. 다만 하는 일이 다를 뿐 지금의 시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책을 읽다 커피 관련 번역서의 오류를 지적한 기억이 났다. 그 당시 '생두'가 들어갈 자리에 '원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음에 꽤 열을 냈다. 차라리 '커피'로 통용했다면 이해를 했을 텐데... 후반부에 '생두'가 나왔기에 더더욱 불만이 있어 커피 업계 종사자로 해당 출판사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편집자에게 돌아온 답은 bean 자체가 원두로도 번역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뭐 통용이야 되겠지만 문맥상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생두였고, 넓게 봐도 커피였다는 점은 지울 수가 없었다. 작지 않은 출판사였기에 업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더 괜찮은 번역이 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이 책은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이나 번역서를 잘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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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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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집에 있음에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그의 다른 책 『호모 데우스』 역시 읽지 않았다. 이렇게 그의 신간을 먼저 접하는 것이 어쩌면 앞선 두 권의 책을 읽지 않은 내게는 더 괜찮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와 미래를 다룬 책들이 그 두 권이라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지금 여기'의 문제에 주목을 한다니 럭키다. 세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는 21세기에 어떤 혜안을 갖고 있고, 무슨 조언을 해줄지 궁금하다.
  가제본으로 먼저 읽은 책은 유발 하라리의 책답게 분량이 적지 않다. 7문 7답으로 책은 시작한다. 마지막 부분의 '고품질의 음식과 옷과 자동차에 기꺼이 제값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면, 왜 고품질의 정보에는 돈을 내지 않으려는 걸까요?'라는 물음이 여운을 주며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책은 총 5부로 '기술적 도전', '정치적 도전', '절망과 희망', '진실', '회복력'으로 구성된다. 각 부분에는 적게는 3가지 많게는 5가지로 총 21가지의 제언이 들어 있다. 시작부터가 '환멸'이라니 조금은 우울했으나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는 환멸감을 생각하면 처음에 걸맞은 키워드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어지는 '일'과 '자유', '평등' 기술의 발달로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부분들을 잘 다루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교육을 받아왔으니 그로 인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왔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 키워드가 '명상'이라는 점은 흥미로웠다. 올여름 읽은 다른 책에서도 명상에 대한 부분을 많이 다뤘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도 명상이 자리를 잡다니... 명상에 대한 경험담과 추천은 본인이 직접 겪었기에 나온 내용이라 다시 명상을 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명상도 명상이지만 많은 것들에 대한 관찰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보화 시대가 되었기에 편리함은 많아졌으나 그만큼 소홀하게 되는 부분도 있기에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인 지도 모르겠다.
  이제 믿고 읽는 저자가 된 유발 하라리의 신간.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유발 하라리가 주제로 삼은 '지금 여기'에서 관심이 가는 내용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새로운 신간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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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공부
박수밀.송원찬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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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막말 갑질 논란으로 대기업의 대표 혹은 임원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몇몇 기업 외에는 누가 무슨 대표인지도 모를 일인데 좋지도 않은 일로 세상에 알려지는 모습은  위치에 걸맞은 언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능력과 성품보다는 집안의 재력이 자리를 만들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이 책을 만났다. 제목 '리더의 말공부'가 앞선 고민들의 답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했어야 할 공부는 아니었는지, 그리고 어딘가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면 준비를 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에 읽어간다.
  책은 '아我, 사思, 판判, 행行, 관關'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아我 - 자신을 먼저 이끌라'라는 말처럼 타자의 삶이 아닌 나 스스로 서는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크게 뛰어난 자는 서투르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은 최근의 일화를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사思 - 마음을 다스리다'에서는 처음 만나게 되는 지지불태知止不殆는 본문의 말처럼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떠올리게 한다. '오직 현재를 보고 정신을 집중하여 굳게 지키라'라는 말도 와닿는 것은 힘들 때마다 과거의 좋은 날들을 떠올리는 나를 경계하게 만든다.
  '판判 - 역경 속에서 때를 기다리라'에서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내용에서도 비슷한 문장을 접하게 된다. 내가 현재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기에 이 부분도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행行 - 신중히 말하고 과감히 행동하라'에서는 '말이 훌륭해도 행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라는 '언공무시 불약무언 言工無施  不若無言'이 적중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언행일치를 어느 정도 추구하는 내게 확 와닿았고, 그다음 나오는 '전사지사 前事之師'는 최근 봤던 실기시험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 지난달 낭패를 봤던 타임에 또 실수를 했는데 그 당시 정신이 없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부분에서 또 낭패를 볼 뻔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재수기를 나름 디테일하게 남겼다 싶었지만 역시나 더위를 좀 먹었는지 온전하진 않았던 것 같다.
  '관關 - 사람을 먼저 얻으라' 리더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내 사람을 관리하지 못하는 리더는 크게 성공하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어려운 시절의 친구를 잊지 말라'라는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 을 되새기게 된다. 후일 잘 되더라도 꼭 잊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닐까?
  이미 접했던 문장도 있고, 이 책을 통해 누가 쓴 말인지를 알게 된 문장도 있다. 리더의 말공부는 품행을 다스리는 공부가 되어야 함을 생각한다. 뉴스에서 말들이 많은 재벌가의 사람들에게 일반 학교 공부와 함께 꼭 필요한 공부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리더를 꿈꾸는 이들과 리더가 아니라도 세상을 잘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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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관청기행 - 조선은 어떻게 왕조 500년을 운영하고 통치했을까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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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생들과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는 직업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인기 있는 직업이 된 공무원 과거에는 어땠을까? 시내를 걸으며 종종 보게 되는 과거 관청 터 표지석들이 떠오른다. 사극 드라마에서 접하게 되는 관청의 풍경들이 내가 아는 대부분이다. 이름은 익숙하나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던 곳. 보다 세밀하게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 보기 위해 『조선 관청 기행』을 택했다.
  현재의 공시생의 경쟁률보다도 더 높았던 조선시대 과거시험!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마로 접하거나 역사를 통해 아는 이들이 대부분 관직을 했던 이들이었기에 그들의 과정은 몰랐기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관직에 오르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이들 중에서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능력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종종 시내를 거닐며 만나던 표지석의 관청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관직의 이름도 너무 일부분이었으며 빙산의 일각만 알았음을 깨닫게 한다. 그나마 사극을 통해 접한 관청들과 관직의 이름은 반갑기만 하다.
  관청과 관련해 연결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반갑다. 낯익은 이들의 일화와 정말 그 정도 때문에 파직이 되고 감옥에 갔을까? 싶을 정도의 일들은 낯설기만 했다.
  종로를 자주 가는 편인 이들이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관청이 위치한 곳들이 종로 인근에 있기에 표지석을 찾아보며 그 흔적을 따라가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은 너무 더우니 조금 날씨가 시원해졌을 때 시도하면 좋겠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조선시대 관청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통해서 꽤 접했어도 관청을 자세히 만나니 낯설었다. 역사가 승자들의 역사라는 말도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었다. 종로를 나갈 때 만나게 될 표지석들이 더 반가워질 것 같다. 책을 읽기만 하는 조선 관청 기행이 아닌 날이 시원할 때 책을 들고 다니며 현재 건재한 관청들을 찾아가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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