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엠 기초 통기타 레슨 - 독학을 위한 초보 가이드 해피엠 기초 레슨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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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월초에 중학생인 조카아이가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새로 산 기타를 튜닝 앱으로 튜닝을 해주고 코드를 잡아본다. 대학 새내기 시절 연습했던 세 개의 코드가 익숙하게 잡히지만 전 같지 않고 거기까지였다. 20년도 더 지난 몸의 기억과 기타의 미련이었나 보다. 그 바람에 다시 통기타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만났다.


  책은 큼지막했고, 과거 내가 처음 봤던 기타 책과 다른 최신의 선곡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대부분의 기타 책에 ‘모닥불’, ‘그대 그리고 나’가 빠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 곡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새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있기에 더 눈길이 갔다.


  21세기의 기타 입문서는 영상을 잘 활용한다.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는 아쉽겠으나 과거 책으로만 막연하게 독학하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그때는 이게 맞나? 싶은 생각으로 무작정 손에 굳은살이 생기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연습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제대로 들어볼 수 있기에 내가 잘못하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바디모양에 따른 포크 기타의 종류가 과거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일렉, 클래식, 베이스, 포크 기타였던 것 같은데… 모양에 따라 무엇이 다른지도 알 수 있기에 기타를 고르는데 참고하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기타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될 내용들이었다.


  뭐 튜닝은 워낙 할 줄 알기에 넘기게 된다. 오래전 사둔 튜너도 있으나 스마트폰의 앱이면 충분하니 말이다. 코드표 보는 방법도 오래전 배워둔 것을 잊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이해는 되는데 다만 손이 따라주지 않을 뿐… 오선보는 주일미사 성가를 부를 때도 보고 있기에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여전히 타브 악보는 낯설다(과거 타브 악보보다는 코드 악보로 연습했고 외운 영향인 것 같다). 이번에 책을 보며 타브 악보 보는 방법을 자세히 보니 왜 타브 악보가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있을 듯하다(제대로만 익히면 더 간편할지도…).


  과거에는 주로 스트로크 위주의 연습이었는데 이 책은 앞부분에 음계 연습이 자리를 하고 있어 아르페지오의 선율을 좋아하는 내게 더 맞춤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미라레솔시미' 외의 음들을 다시 몸에 새기게 된다. 변화표의 적용은 과거 기타를 접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스트로크 때부터 2~3개 코드로 구성된 곡 연습은 초보자들의 좌절감을 줄여주고 좀 손에 익으면 기타 치는 즐거움을 주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뭐 더 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아쉽겠으나 처음부터 스스로의 능력치를 생각하고 따라간다면 흥미를 잃지 않을 듯하다.


  오히려 최신곡 몇 곡은 제목도 낯설기도 했기에 QR로 먼저 연주를 찾아보고 해당 원곡도 너튜브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그냥 내가 끌리는 곡들을 연습하기로 한다. 그걸 따라가기에도 부족하기에… 커팅 주법은 기타를 잘 치는 이들이 할 때는 멋있었는데 내겐 아직이라 함부로 접근하지 않기로 한다.


  스트로크 주법 연습으로 어느 정도 코드가 익숙해질 무렵 아르페지오를 시작하는 이유를 알겠다. 각각 처음이면 더 난리도 아니기에 좌절할 것 같은데 익숙해진 후에 나눠서 연습하는 것은 그래도 피아노보다는 덜 분주한 게 아닐지…


  내가 자신 없어 약식으로 잡게 만든 코드가 '바레'라는 것도 이번 책을 통해 배운다. 과거에는 앞부분부터 그냥 코드표로 잡게 하는데 이 책이 편했던 이유가 이거였었나 보다. 어쩐지 부담이 없었다 했는데 괜찮은 구성이라 생각한다. 여전히 바레 코드는 나처럼 손가락 짧은 이에게는 고난이도다.


  책의 뒷부분의 부록으로 기초 음악 이론과 카포 사용법, 기타줄의 교체를 다루는데 기초 음악 이론은 이미 화성학 책들과 성가대 생활로 익숙해 반가울 정도였다.


  나이가 드니 입문용 기타 가격은 부담이 적기에 악기 하나를 배워보려는 내게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책 구성도 어렵지 않게 잘 이끌어 주니 학원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기타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을 보면 악기 취미로 기타 입문이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전하며 리뷰를 정리한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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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짓고 싶은 저녁 걷는사람 시인선 60
문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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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이 시집은 제목이 끌렸다. 왜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일까? "죽기 딱 좋은 날이군~"이라는 영화 《신세계》의 대사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제목과 다르게 처음 만나는 1부의 제목과 첫 시는 죄를 짓기 어려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은 두 번째 시의 제목과 그 마지막 행에 보인다. 여기에서 나온 제목임을 촉촉한 듯 담담하지만 쓰라리게 다가오는 시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슬픔이 내리는 시들이 이어진다. 살아가기 이해 겪어야 하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던 삶들이 있다. 습기 가득한 눈이 내린 지붕처럼 때를 놓치면 무너질지 모를 그 시간의 틈을 적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1부에 무거운 습기가 가득한 분위기였다면 2부는 촉촉한 듯 분사되는 수분으로 더 빠르게 메마르는 건조한 분위기의 시들을 만나게 된다.


  3부의 시들은 내가 썼던 시들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고 시인의 시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나 그런 감성이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뭔가 익숙하다. 내가 추구하는 시의 방향성과 맞기 때문일까? 익숙한 듯 낯선 시를 읽으며 잠시 생각에 들게 되는 시간을 만났다.


  4부는 시인의 자서전 같은 시들을 만나게 된다. 치열하고 끈질기게는 아니더라도 가늘고 길게 시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는 나와 다른 삶이다. 그러나 그런 시인의 시를 통해 다시 그 끈에 더 두꺼운 풀을 메기고 손에 감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자고 시를 배웠을까'라는 생각도 하며 낄낄거리진 않으나 이 글을 적고 있고 아침이라 혼자임을 잠시 잊는 시간이다.



  시가 확 다가오기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시들이 많았다. 귀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주변의 소리가 들리는 내게 비슷한 공감대 또한 있었다. 가끔은 닫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오히려 내가 피곤한 삶을 사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는지도... 그러면서도 내가 시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인가 싶었다. 죄를 짓고 싶진 않으나 지금도 글로 죄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행스럽게도 출력은 하지 않았으니... 나무에 죄는 짓지 않을지 모르나 읽는 이들에게 부족한 글은 죄가 되는 게 아닐지...


  시인보다 치열하지도 않으면서 시를 붙잡고 있어 손이 간 게 이 시집을 읽은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모르겠다. 내가 그냥 지나치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 평소 내가 쓰던 스타일의 시를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던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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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오시연 옮김, 여상인 감수 / 북스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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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팬데믹이 이제 익숙해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2년 만에 풀린 시기에 이 책을 읽는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에 대해 『징비록』을 남긴 것처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손이 갔던 것이다. 물론, 알고 있다고 해도 완전히 대처할 수 있지는 않겠으나 미생물과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또, 10여 년 전 내 몸 안의 바이러스가 날 공격했으며 언제고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다시 공격을 당할 수 있음을 경험했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처음 ‘감염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의 불가사의한 구조’는 감염병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겠다. 사스와 메르스를 예상외로 가볍게 보냈었기에 이번 코로나19도 그렇게 생각했다가 마비를 겪었기에 감염병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들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자가면역 질환의 경우 과거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다니며 공부했던 내용들을 마주하게 된다.


  2장 ‘이렇게 많다! 인류가 싸워 온 감염병의 역사’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었던 병들이 대부분이었으나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구나 싶은 감염병들이 꽤 있었다. 대부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어느 정도 백신이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런 것도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생각을 해보면 한타바이러스도 모르고 있을 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결국 입대 후 영상으로 위험성을 알게 된 후 대부분 접종하는 것을 경험했다. 잘 알지 모르고 그 위험성을 가까이서 겪지 않았기에 가볍게 취급했을 뿐이다. 내가 그 지역에서 생활을 하고 직접적으로 겪게 될 경우 그 질병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내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었기에 그 파장은 컸던 것 같다. 말라리아의 경우 군 생활을 한 곳이 말라리아 지역이었기에 여름이면 꾸준히 말라리아 약을 먹은 기억이 난다. 간혹 고참 중에 잠복기를 거쳐 전역 후에 발병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백신이 있었기에 그나마 큰 걱정 없이 넘겼던 바이러스가 아닐까 싶다.


  1장과 2장에서는 감염병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면 3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은 긍정적인 미생물들에 대해 다룬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가 어찌 보면 크지 않으나 인간에게 유용이냐 유해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다시 배우고 지나간다. 효모는 애주가인 내가 최근에 읽은 위스키 책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 워낙 발효 식품을 즐겨 먹는 편이라 역시 익숙한 내용이었다.


  4장 ‘세상에는 미생물이 넘쳐난다’에서는 우리 곁에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세균류, 균류, 원생생물, 바이러스 등을 간단하게 설명한다. 또 생태계에서 그 미생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게 된다. 과거 어느 책에서 읽었던 진화론과 단세포생물의 연관 관계도 이 부분에서 만나게 된다. 지난달 우리 집을 훑고 지나간 오미크론 때(나름 철저한 방역으로 나는 잘 피해 갔다) 해봤던 PCR 검사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책이 너무 어려웠다면 읽기에 부담이 됐을 내용이다. 하지만 과학과 거리가 있는 문과 출신의 내게도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팬데믹을 겪는 시대에 앞으로의 팬데믹을 대비하며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미생물과 감염병에 대해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다. 부담스럽지 않게 읽기 좋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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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존 콜라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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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 집중하게 됐던 것은 성당에서 전례 봉사를 하면서부터였다. 뭐든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잘 해보려는 성격이라 그동안 크게 관심 갖지 않던 발성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나만의 전례톤을 찾았고, 다양한 전례를 참여했던 것 같다. 전례부를 떠난 후 톤에 큰 신경을 쓰지 않다 다시 목소리에 신경을 쓰게 됐던 것은 성가대 테너를 하면서 책이 아닌 지휘자님의 지도를 받으며 발성을 배웠는데 과거 해설자톤과 다른 발성이었다. 그렇게 목소리는 신앙생활과 봉사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됐었다.


  이 책의 부제인 질문에 꽂혔다. 목소리로 먹고사는 일을 하지는 않았다 생각했으나 결국 말하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는 곳들에서 최근 10년간 일을 해왔던 것 같다. 현재도 공인중개사라 고객들과 대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미혼이라 아기 시절의 듣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그 경험이 많은 것들을 변화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정 때문에 발성장애가 생긴다는 내용은 시선이 간다. 종종 나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는 데 주의를 해야겠다.



  목소리에 대해 참 다양한 연구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동안 그 소리를 어떻게 내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지 그로 인한 파급효과 등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내 목소리가 어쩌면 손님들에게 영향을 주어 내 일에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된다.


  최근 들어 목소리에 큰 관심을 두며 얘기를 하지 않는데 책을 읽으니 보다 더 신경을 써서 나만의 업무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소리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우선 내 목소리에 나부터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목소리에 대해 그동안 접근했던 것과 다르게 다가갈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목소리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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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언어 -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
주드 스튜어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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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코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커피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커핑에 참여를 하면서부터였다. 제대로 배우진 않았기에 익숙한 향 외에는 프로파일을 보며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가던 때 후각을 어떻게 발달 시킬지 고민을 했었다. 이제는 커피 일을 하지 않기에 그때 같은 노력과 관심은 없으나 여전히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라 이번 책이 눈에 들어왔다. 부제가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라 나는 '향기'는 없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차례에 앞서 '이 책을 읽는 방법'이 있어 흥미로웠다. 역시 향기 하면 빠질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도 이 부분에서 스쳐간다. 왜 '냄새'인지도 이 부분에서 알게 된다.



  책은 총 11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가장 처음은 냄새와 가장 밀접한 신체 '코'에 대해 다룬다. 후각이 어떻게 작용하며 여전히 개발을 해야 할 부분 임도 알게 된다. 그 후 나머지 10개 부분은 향과 냄새에 관한 내용들로 이루어진다.


  '꽃과 허브 향' 챕터에서 나 역시 향과 냄새 하면 떠오르는 '마른 땅의 비 냄새'가 가장 처음인 것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냄새라 그런가 싶다. '페트리코'는 낯설었으나 '지오스민'은 익숙한 것은 과거 센서리 수업을 받는 이들 옆에서 주워들은 기억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냄새가 텍스트로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것처럼 아는 향이기에 그렇게 시각화되는 것처럼 느껴진 게 아니었을까.


  '달콤한 향' 챕터의 처음도 익숙한 향이다. 바닐라 시럽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진 않지만 흔하게 접한 향이라 그랬다. 바닐라 재배에서도 커피 책에서 빠지지 않는 레위니옹이 나오다니 커피와 바닐라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시나몬은 어린 시절에는 정말 싫어했는데 어느 순간 꽂힌 후 계속해서 찾게 되는데 여기서 그 비밀? 도 새로 알게 된 것 같다.


  '감칠맛의 냄새'에서 두리안의 맛에 대한 설명은 먹어본 이들이라면 정확히 공감할 듯하다. 아위는 경험이 없기에 그려지지 않는 향이었으나 내가 즐겨 먹는 홍어보다 더 할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담배도 블렌딩이 중요하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흙 내음'에서 처음 만나는 냄새는 트러플이다. 암퇘지로 채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식성 좋은 돼지들이 먹어버려 이제는 개를 훈련시키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트러플 오일을 통해 대략 경험한 트러플 향(그 오일에는 트러플이 들어 있지 않다니...). 책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해서는 내가 과거 커피와 취미로 고민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소믈리에의 테이스팅은 커피보다 더 오래된 프로토콜이 있기에 더 명확한 게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포연은 포병 출신이라 맡을 수밖에 없었는데 20여 년 전의 매캐한 냄새가 떠오르는 듯했다. 차 부분에서는 마지막 이누족의 아이들이 '차 인형'을 가지고 다녔다는 게 인상 깊었다.


  '수지 향'에서 설명되는 연필향은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향이라 설명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유향은 아버지 때문에 경험한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보스웰리아가 약재로 나오기 직전 어디서 아셨는지 사다 끓여서 드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미사 때 사용하는 향에도 들어가 익숙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몰약 부분을 읽으니 몰약 향이 더 컸던 게 아닌가 싶다.


  '쿰쿰한 냄새'에는 '살'과 '새 차', '대마초', '돈', '휘발유', '사향'을 다룬다. 살 냄새에서 떠오르는 여러 냄새들에 대해 책을 읽어가며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분명 좋아하는 체취도 있으나 부정적인 체취도 있는데 과거의 차별적으로 좋지 않게 사용된 부분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새 차 냄새는 꽤 맡아 봤기에 어느 정도 알 듯하다. '자동차 냄새 제거 공정'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좋게 느껴졌으나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이니... 대마초의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어 텍스트로만 접하고 지나간다. 돈의 냄새는 동전과 지폐의 냄새를 맡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 좋은 향기는 아니었지만 생활에 꼭 필요하고 더 가질 수 있다면 더 갖길 원하게 된다. 휘발유 부분에서 나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냄새는 대개 공기뿐만 아니라 욕망을 타고 흐른다.(p.251)


  Exercise 7의 커피로 냄새를 지우는 방법은 커피 센서리에서도 활용하는 내용이라 반가웠다. 그 외에도 다른 방법을 더 알게 된다.


  '얼얼하게 톡 쏘는 향'에서는 스컹크 외에는 대부분 익숙한 향이라 만나는 내용을 통해 알고 있던 냄새 외의 정보들을 접하게 됐다. 마지막 '신비로운 냄새'에서 갓난아기의 냄새는 조카들의 아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만나게 되는 Exercise 들은 보다 냄새에 무뎌진 감각을 어떻게 발전시키며 개발할지에 대한 내용들이라 짤막하면서도 유익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커피에서 센서리 분야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에서 뜻하지 않은 유익함을 얻었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관심은 두면서도 다른 감각을 더 관심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라며 코끝의 감각을 더 배우려 하진 않았었다. 책의 연습 방법들 때문에 다시 냄새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삶에서 만나게 될 냄새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경험하고 싶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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