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짓고 싶은 저녁 걷는사람 시인선 60
문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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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이 시집은 제목이 끌렸다. 왜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일까? "죽기 딱 좋은 날이군~"이라는 영화 《신세계》의 대사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제목과 다르게 처음 만나는 1부의 제목과 첫 시는 죄를 짓기 어려운 감성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물음의 답은 두 번째 시의 제목과 그 마지막 행에 보인다. 여기에서 나온 제목임을 촉촉한 듯 담담하지만 쓰라리게 다가오는 시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슬픔이 내리는 시들이 이어진다. 살아가기 이해 겪어야 하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우리가 의식하지 않았던 삶들이 있다. 습기 가득한 눈이 내린 지붕처럼 때를 놓치면 무너질지 모를 그 시간의 틈을 적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1부에 무거운 습기가 가득한 분위기였다면 2부는 촉촉한 듯 분사되는 수분으로 더 빠르게 메마르는 건조한 분위기의 시들을 만나게 된다.


  3부의 시들은 내가 썼던 시들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고 시인의 시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나 그런 감성이 느껴지고 그래서인지 뭔가 익숙하다. 내가 추구하는 시의 방향성과 맞기 때문일까? 익숙한 듯 낯선 시를 읽으며 잠시 생각에 들게 되는 시간을 만났다.


  4부는 시인의 자서전 같은 시들을 만나게 된다. 치열하고 끈질기게는 아니더라도 가늘고 길게 시에 대한 끈을 놓지 못하는 나와 다른 삶이다. 그러나 그런 시인의 시를 통해 다시 그 끈에 더 두꺼운 풀을 메기고 손에 감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자고 시를 배웠을까'라는 생각도 하며 낄낄거리진 않으나 이 글을 적고 있고 아침이라 혼자임을 잠시 잊는 시간이다.



  시가 확 다가오기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시들이 많았다. 귀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주변의 소리가 들리는 내게 비슷한 공감대 또한 있었다. 가끔은 닫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오히려 내가 피곤한 삶을 사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는지도... 그러면서도 내가 시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그것인가 싶었다. 죄를 짓고 싶진 않으나 지금도 글로 죄를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행스럽게도 출력은 하지 않았으니... 나무에 죄는 짓지 않을지 모르나 읽는 이들에게 부족한 글은 죄가 되는 게 아닐지...


  시인보다 치열하지도 않으면서 시를 붙잡고 있어 손이 간 게 이 시집을 읽은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모르겠다. 내가 그냥 지나치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 평소 내가 쓰던 스타일의 시를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던 시집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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