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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
이상택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택 작가가 지은 <우리의 계절>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각 챕터 마다 주인공이 다르지만 인물 간의 간접적인 연결고리가 있어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옴니버스 구성의 작품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 30, 40, 50 대의 인물이 각 챕터의 주인공을 맡으며 꿈과 희망 그리고 추억에 잠기는 것 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갓 마흔 회사원의 봄'은 고배인이라는 평범한 직장인이 주인공입니다. 친한 팀장이 회사를 나오게 되고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절호의 기회를 받게 되지만 오랫동안 꿈꿔온 빌보드 차트 1위에 대한 꿈을 이루려고 음악에 전염하려는 고민에 빠지는 와중 학창 시절 짝사랑의 상대인 여의주라는 여성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 꿈을 구체화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아주 감정이입을 깊게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직장 생활에 찌들고 힘들어하는 40대 남성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서른 다섯 교주의 여름'입니다. 숫자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갖고 있는 30대의 남성이 주인공입니다. 그가 일하는 건물 맞은편은 교회인데 아주 틈만 나면 싸우기 일수입니다. 특히나 교회 목사와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은데 이야기 후반부에 반전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 마태오는 자신이 파티시에라고 칭하는 여성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가 마치 광장에서 울부짖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연설을 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스물 일곱 집사의 가을'입니다. 마태오의 연설 장면과 바로 이어지면서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백수군이라는 20대 취준생이 주인공인데요. 이 인물은 첫 번째 챕터의 고배인이 근무하는 회사에 지원자로 잠깐 등장하기도 합니다. 취직이 여의치 않은 백수군은 묘쒂이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서로가 의사소통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에 잠시 취직하는 사이에 '자애'라는 여성을 알게 되고 그녀의 고양이와 묘숶이를 연결시켜주면서 묘한 감정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고양이와 집사가 다투는 장면이 굉장히 귀엽게 연출되어 있는 챕터 였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50대 남성인 남식목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이전 3가지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중요한 캐릭터들입니다. 일단 남식목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일명 '식물인간'입니다. 그의 아내가 바로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했던 여의주이고 이 둘의 딸이 바로 세 번째 이야기에 등장했던 자애라는 여성입니다. 더 이상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한 남성이 바라보는 아내의 지극정성과 더불어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가슴 아픈 사연이 동반된 이야기입니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너무 직접적인 캐릭터 이름이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이야기가 쌓이면서 이런 특징적인 네이밍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나이 때와 더불어 각 캐릭터에 맞는 계절을 챕터의 제목으로 쓰면서 좀 더 감정이입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계절>은 여성 캐릭터의 설계가 조금 아쉽지만 주인공 캐릭터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챕터의 연결과 더불어 캐릭터들의 흥미로운 설정들도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