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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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노비 종친회>는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의 작가인 고호의 신작입니다. 전작에선 대기업을 배경으로 한 납치극의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아주 독특한 콘셉트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의 뿌리가 노비였다면? 전작에서도 신분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흡사한 이야기를 어찌 보면 펼치고 있습니다.

계급이란 힘있는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이는 수천년 동안 지속되어왔습니다. 민주주의 제도가 생기면서 마치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자유의 나라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여성에 대한 투표권이나 흑인에 대한 차별이 제도적으로 개선된 게 얼마 되지 않았을뿐만아니라 몇 년 전부터 다시 수면위로 이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헌봉달은 우연히 큰 유리 창에 붙어있는 '헌'씨 종친회 사무실을 보게 됩니다. 그곳에서 주부인 헌신자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고 희귀성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갑지만 종친회를 구성하자는 그녀의 생각이 더욱 더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헌씨를 하나 둘씩 만나게 됩니다. 평양에서 온 탈북자 헌총각, 대학교수인 헌학문, 깡패였지만 지금은 일식집에서 일하는 헌금함, 그리고 여고생 헌소리까지 모두 성씨 헌 자가 붙은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전작에서 작가가 보여준 위트있고 직접적인 묘사가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어렵지 않은 문체가 가독성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소제목인 수단, 업보, 시조, 대동의 순서로 집안의 뿌리를 찾아가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사건과 인간들간의 관계 형성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소개되는 용어 소개는 현 21세기에 와서 거의 사라진 말들을 다시 알려줍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익숙했던 단어들도 몇 가지 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은 많이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전작에서도 현세를 잘 반영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고호 작가는 이번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남아있는 계급 문화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묘사가 단순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전편에 비해 분명 세련된 느낌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작품이 더욱 더 기대가 되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도 그대로 유지했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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