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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고호가 쓴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는 재벌가의 손녀 납치사건을 주요소재로 하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총5개의 장과 쿠키로 구성되어 있고 사건은 비교적 초반부터 스펙터클하게 이어집니다.
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인 지보그룹의 총수 선영태 회장은 두 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그러니까 본 처에게 낳은 큰 딸 선도영은 굉장한 야망가입니다. 중국에서 역사학등의 학위 수료하고 현재 아버지의 회사에서 말단부터 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그러니까 과거로 따지면 첩이 되겠죠. 그런데 그 인물은 엄청나게 유명한 배우인 하미숙이라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선회장과 사이에서 두 명의 아들과 딸을 낳게 되는데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 한국에서 지내지 못하고 해외에서 살고 됩니다. 그러나 선회장의 본처가 사망하게 되자마자 하미숙은 두 자녀의 손을 붙잡고 선회장의 집으로 처들어 갑니다.
이런 가족사를 가지고 있는 지보그룹을 상대로 여섯 명의 일당이 납치극을 벌입니다. 하미숙의 막내딸인 고등학생 선초아를 납치하는 거죠. 이들의 구성은 전직 경찰인 구봉, 조폭 출신인 장강식과 그의 수하인 재욱과 동욱형제, 그리고 탈북 여성인 정애, 향란입니다. 장강식의 지휘 아래 그는 따로 움직이고 나머지 다섯 명은 차에 선초아를 납치해서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선회장에서 50억을 요구하고 경찰들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갑니다. 먼저 윤경위와 박형사는 선회장에 집으로 찾아가 하미숙, 큰 딸 선도영, 아들 선초석, 그리고 집안일을 하는 아줌마를 차례로 심문합니다. 그 과정에서 하미숙과 선도영 사이의 큰 갈등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심지어 선회장에게 홀대받는 하미숙의 모습도 확인합니다. 그 보다도 큰 미스터리는 선초석에게 있었습니다. 무언가 자기 방에서 숨기는 물건이 있는 것 같은데 결국 윤경위가 이를 알게 되고 차후에 이에 대해서 선초석을 심문하게 됩니다.
두 탈북 여성의 스토리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전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먼저 남으로 넘어 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여기에서 믿음, 신용 그리고 배신의 단계까지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는 이 이야기의 큰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죠. 남으로 내려와 동욱과 사랑에 빠지는 정애, 그리고 다른 곳에 아들을 남겨두고 온 향란은 북한에서 엘리트인 한의사이기도 했습니다. 큰 꿈을 갖고 내려왔지만 남한에서의 현실은 녹녹치 않아 이 납치극에 합류하게 된 거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여지고 총 3개의 플롯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각각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지보그룹의 과거와 탈북 여성들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선대에서 부터 오는 선씨 집안 내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도 보여주고요.
오랜만에 장르 소설로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솔직히 초반부분에 인물들을 따라가기가 조금 벅차긴 했는데 본격적인 납치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몇 인물에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기도 했고요. 고호 작가의 다른 작품들 중에 <평양에서 걸려 온 전화>가 흥미로울 것 같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