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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세상을 다스린 신들의 사생활
토마스 불핀치 지음, 손길영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토머스 불핀치가 지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기존의 다른 완역본과는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사건이나 시간적인 순차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 특히 두 명 이상의 캐릭터를 연관지어 만들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지은 책이자 각 인물의 성격을 깊숙히 파악하는 것보다 관계에서 오는 인물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는 책입니다.
34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제우스나 크로노스와 같은 절대 권력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폴론, 에로스, 헤라 등의 신과 그 신들이 만들어낸 인간들중 예상치 못하게 다른 인간들에게 추앙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유달리 멜로라인과 더불어 치정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제우스에 대한 질투의 화신인 헤라가 펼치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제우스는 많은 불륜(?)을 일으켜 헤라의 노여품을 사고 있는 절대 신이었습니다. 절대 신이지만 헤라의 눈치를 매우 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불륜의 대상인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사랑했는데 이를 눈치 챈 헤라 때문에 이오를 암송아지를 둔갑시킵니다. 헤라를 이를 대략 알면서 그 암송아지를 자신에게 선물하라고 하며 그 암송아지의 일거수 일투족을 눈이 백개가 달린 아르고스를 통해 24시간 감시합니다. 이오를 너무 사랑한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통해 아르고스를 처치하는 에피소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인상적인 챕터는 피그말리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많이 쓰이는 이 신화 속 인물은 자기가 만든 예술작품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만큼 그 작품은 사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주관 아래 키프로스섬에서 자신이 만든 상아 처녀와 입을 맞추게 됩니다. 어찌보면 너무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로맨스가 강조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정점은 바로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으로서 아름다움의 극찬과 더불어 추앙을 받은 프시케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질투를 넘어선 신으로서 모욕적인 처사로 느꼈습니다. 헤라와 아테나를 넘어선 추앙을 받은 프시케의 아름다움은 제우스의 판단으로서도 도를 넘어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시케와 에로스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이 책이 메인 테마로 삼은 멜로라인의 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 천년 동안 이야기와 무대 공연 등으로 현재까지도 어마무시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가지 해석과 더불어 그리스, 로마 각각의 신들의 특징도 구별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런 구별과 더불어 두 캐릭터을 이어 만들어지는 멜로라인이 특히나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이전의 이윤기 작가의 번역본으로 읽었던 작품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