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동건 작가가 지은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반으로 한 장르물이자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박종혁이라는 평범한 인물이 10대 때 여교사를 살인하고 성인이 되어서 또 다른 인물, 재벌 2세를 살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름 철저한 계획하에 고등학생 때 첫 살인을 하고 잡히지 않았던 종혁은 평범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공장에서 일하고 바에서 술과 재즈 음악을 듣는 것이 소소한 취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종혁은 적극적으로 응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아마도 그 여성의 연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등장해 종혁에게 폭행을 가합니다. 종혁은 공장에 나가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지만 상대방이 제시한 거액을 받아들이고 합의를 합니다. 하지만 또 다시 나타난 재벌 2세의 폭행에 참을 수 없었던 종혁은 성인으로 첫 살인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깔끔한 뒤처리로 인해 별 탈이 없어보였던 종혁 앞에 재벌2세의 아버지인 김필정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종혁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의뢰를 하게 되고 심지어 거액의 돈을 건 당(?)으로 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필정이 말한 인물을 살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인물인 이진수라는 검사가 종혁 앞에 나타납니다. 이 인물은 이미 종혁이 여교사부터 바로 직전의 살인사건까지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종혁은 난처한 입장에서 이 검사가 제시한 임무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야말로 이중 스파이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필정에게 온 핫라인을 통해 종혁은 이 검사의 존재를 알리기도 합니다.



12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작가의 전작인 <죽음의 꽃>과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좀 더 어두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부패한 권력들과 욕망들이 들끓는 세계입니다.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주인공 종혁이 순수한 존재로 보일 정도입니다.

엔딩에 대해서 아마도 호불호가 나뉠수 있는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장르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결말이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이 생각하는 깔끔한 엔딩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형태들을 본다면 이런 엔딩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종혁의 캐릭터를 생각하면 미드 <덱스터>의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덱스터에 비해 종혁인 심각한 살인 중독자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능동적인 살인에서 수동적인 살인으로 바뀌는 순간 캐릭터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데 그 점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혁이 정의에 불타는 인물로 바뀌는 건 아니고요.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벌써 두 번째 장편소설을 내어 놓은 젊은 작가, 이동건의 차기작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의 세계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