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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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단편소설집 <비밀이 묻힌 곳>은 20세기 초 일본 사소설계에서 한 획을 그은 다섯 명의 작가가 지은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나쓰메 소세키. 이렇게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미스터리 장르소설은 과연 어떻게 씌여졌을지 책을 보기 전부터 궁금했었고 특히나 개인적으로 접해봤던 다자이 오사무나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작가들은 단편에서 어떤 문체를 보여줄지도 기대되었습니다.

책의 시작은 에도가와 란포 작가의 <D언덕의 살인사건>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유의 약자로 느껴지는 익명성과 더불어 거기에서 오는 미스터리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헌책방 주인의 아내 살인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주인공 탐정입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구성이 참 독특합니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콘셉트를 취하고 있음과 동시에 사건의 사실과 추리는 병행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개인적으론 처음 보는 구성이었는데요. 인과 관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구성이라 사건을 따라가기가 용이 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에드가와 란포의 <심리테스트>라는 작품은 노파 살해를 놓고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살인자 후키야의 진술을 놓고 이케치와 판사가 어떤 판결를 내릴지 따라가는 구성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뜬금없이 등장하는 도표가 마치 심리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에드가와 란포는 필명인데요. 영미 문학의 장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에드가 앨런 포를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발음이 되는 '에드가와 란포'로 지었다고 합니다. 포의 작품과 비슷한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란포 작품들과 더불어 인상적인 작품은 굉장히 짧은 단편이지만 임팩트가 있었던 다자이 오사무의 <범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인 <인간실격>을 너무 좋아하는데 이 단편에서도 그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더라고요. 쓰루라는 20대 청년이 모리라는 여성과 결혼을 위해 자금을 얻으려 친누나에게 가지만 누나가 도와주지 않아 그 자리에서 바로 살인 버립니다. 쓰루가 친누나를 살해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보다도 그가 이후에 취하는 행동이 참 '다자이 오사무'스럽습니다. 더 이상 해결책이 없을땐 '자살'뿐이라고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면제 200알을 주인공은 삼켜 버립니다. 허무주의로 대표되는 작가의 작품답더라고요.



작가와 비평에서 이전에 발표되었던 일본문학 컬렉션도 흥미로웠는데 같은 시기의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은 이번 소설집은 또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에드가와 란포라는 훌륭한 장르 작가를 알게 된 점도 좋아고 소세키의 단편도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다름 컬렉션은 또 어떤 콘셉트로 출간될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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