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 치즈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아이러니한 미생물의 세계
마르쿠스 에거트.프랑크 타데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책밥 / 2020년 3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을 보며 갑자기 바이러스, 세균, 박테리아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 책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책을 펴기 전에는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고, 내용이 딱딱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미생물과 위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생물 학자로 관련 연구실에서 근무를 하며, 대중을 상대로 위생에 대한 강의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바이러스와 세균이란 무엇인가를 구분하며 시작하는 과학책이 아니다. 이들 작은 생물들이 우리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재미있게 설명하는 대중교양서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개념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미생물학자 말고는 생각지도 않을 내용이 많다. 변기와 스마트폰이 그렇게 깨끗할 줄이야.. 수세미가 그렇게 더러울 줄은 몰랐다. 미생물들이 서로 군집을 이루어 모여 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주에 갈 때 무균 상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우리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았고, 인류가 멸망한 다음에도 살아있을 생물이다. 인간의 정의로는 인류가 고등생물이지만, 진정한 지구의 주인은 이들 단세포 미생물일지도 모른다. 미생물은 우리와 뗄 수 없는 공생관계이다. 이들의 종류, 생태에 대해 인간이 연구해야 할 영역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미생물학자들은 이들을 우리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쓰려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는 우리 주위의 미생물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수세미, 비행기와 같이 친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재미있고 유용한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친밀한 타인들

친밀한 타인들 -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수경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3월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다. 친밀한 관계는 인간의 정서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는 쉽지만은 않다. 친밀한 관계를 만들만한 사람 찾기, 친밀한 관계 유지하기, 때로 친밀한 관계인 사람과 헤어져야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의 불가결한 과정이다.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는 우리 삶의 의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이다.

친밀한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신경 생리학, 심리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주위에서 있을 법한 8가지의 이야기를 통하여 등장인물도 모르는 그들의 마음, 신경전달 물질의 흐름을 통하여 이야기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심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연극을 하고, 중간중간 설명과 해당 자료 화면이 나오는 것 같은 짜임새다. 관심있는 설명을 참고 문헌을 보고 더 찾아봐도 될 것 같다.

8가지 이야기 중에 하나만 제외하고는 연인, 결혼,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원만한 커플, 문제가 있는 커플,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만나는 커플, 커플이 될 사람을 구하기 힘든 사람 등이 나온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심리적인 변화, 문제점, 그에 따른 신경 전달 물질의 활발한 행동 등이 이야기 중간에 나온다. 재미있고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연인과의 갈등을 통해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용기를 내서 다시 재결합하는 미묘한 문제를 다룬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과 함께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친밀한 타인들’은 옴니버스식 심리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다. 심리학과 신경 생리학에 대한 내용을 적절하게 배분한 좋은 일반 교양서이다. 개인적으로 연인을 사랑하는 건 맞는데 미묘한 문제가 있는 경우 보면 좋을 것 같다.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유명 철학자들이 쓴 책이 너무 어려워서 대중 철학서를 보고 싶어졌다. 생각지도 않게 너무 좋은 책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칸트, 밀, 에리히 프롬, 사르트르 같은 유명 철학자의 이론을 제시하고, 두 명의 저자가 현실과 밀접하게 설명을 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책에서 뽑은 논제는 마음과 인식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념이나 세계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 말미에 저자가 자신이 여러 철학 이론을 새로 접하며 받았던 충격이 이런 충격이었을 것 같다. 자아 개념, 행복이나 사랑에 대한 개념, 시공간, 인과관계 등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여러 정교한 사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경험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이 무너지는 것은 당혹과 괴로움이 아니었다. 기존에 갇혀있던 틀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철학자들의 정교한 사유 방식을 보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처음보는 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시공간과 자아 개념에 대한 설명에서는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해탈, 장자가 말하는 꿈 속의 나비와 나, 물리학에서 말하는 이 세상은 모두 파동이라는 말 등이 생각났다. 이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원리로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작은 문제에 치여 살다가, 내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철학이 우리 삶에 있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쉽게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철학적 깊이와 대중성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며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내줘서 참 고맙다. 이 책의 도움으로 건강한 삶을 살며 즐겁게 철학서를 독파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스트

초판본 페스트 (양장) -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이 책은 가상의 도시 오랑에서 페스트가 돌며 발생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가 유행하고 있는 지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페스트가 유행하는 오랑시의 상황은 현재 코로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오랑시에서는 처음에는 그 위험성에 대해서 잘 인지를 못한다. 전염이 시작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며 그 위험을 인지하게 된다. 사람들은 고립되고, 물자는 귀해진다. 방호복도 없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환자들과의 접촉도 꺼리지 않는 의료인과 봉사인들이 등장한다.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밀거래 등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책 속에 페스트가 종식되는 시점이 코로나가 끝나는 시점이 될 것 같이 '이 페스트가 언제 끝날까‘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그런데 페스트가 너무 오래간다ㅜ)

페스트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피로와 무력감과 싸우며 각자의 신념에 따라 환자들을 보살폈다. 그들은 페스트를 완전히 없애거나 물리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공동체가 유지되고,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 페스트는 예측할 수 없이 등장해서, 갑자기 스스로 사라졌다. 책의 말미에는 페스트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하고 끝이 났다.

책 끝에 설명을 읽어보면, 페스트는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갖은 폭력, 모순, 질병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책의 결말은 앞으로 인간이 겪어올 악재에 어렵지 않으면서 아주 밝은 해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 현실 감각을 잃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잃지 말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저항이 불가능해보이는 끔찍한 일이라도 끝은 있다. 그 과정에서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등장인물들과 같은 사람들 덕분에 인간 공동체는 유지된다. 코로나가 유행을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를 하며 버티면 언젠가 이 사태는 물러갈 것이다. 인간이 혼란스러운 사회적 상황을 맞아,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화장은 순간이지만 내 피부는 평생이니깐

화장은 순간이지만 내 피부는 평생이니깐
카즈노스케 지음, 이영란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인터넷과 티비를 떠도는 수 많은 화장품과 피부 관리법에 대한 이야기.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일까? 상반된 주장들을 보면 피부를 위해 신경을 써서 산 화장품, 신경을 써서 한 뷰티법이 도리어 피부에 나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미용 전문 화학자’이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화장품의 리스크에 대해 공부를 하고, 화장품과 관련된 개발, 집필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화장품에 대해 한 번 쯤 믿어볼 만한 조언가이다.

이 책을 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 책에서 안 해도 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최소 한 가지 이상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나한테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피부 나이를 미리 당겨 쓰는 것이라니, 당황스러웠다. 토너를 두드려서 얼굴에 흡수시키는 것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천연 화장품이나 음식을 얼굴에 바르는 것에 대한 위험도 나와 있다.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쓰는데, 저자의 말(위생, 알레르기 등의 위험성)이 맞다. 소화기에는 괜찮지만 피부에는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개념도 처음 알았다. 화장품 광고의 허실 등에 대한 유용한 내용도 있다.

책 내용 중에는 나에게는 금방 수긍이 잘 안 가는 내용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목욕 후 보습이 따로 없다는 부분이 그렇다. 나는 건성이라서 목욕 후 보습을 안 하면 피부가 건조하고 다리는 갈라지기도 한다. 이 부분은 화장품이나 미용에 관련된 다른 책을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이 책은 화장과 미용에 대해 쉽고 실용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금방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