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미술관 HAPPINESS 내 곁에 미술관
샤나 고잔스키 지음, 슬기 (Red Velvet)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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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련된 책은 거의 언제나 환영이다. 멋진 그림을 보는 것도 좋고, 그림에 얽힌 역사, 미술 사조, 모델, 신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번에는 분홍색 표지에 빅 스마일이 있고, ‘HAPPINESS’라고 씌여진 책을 짚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주제로 여러 사조의 그림을 모은 것 같았다.

이 책은 글보다는 그림과 행복이라는 컨셉에 역점을 둔 것 같다. 겉에 양장 표지만 빼 놓으면 어린이 그림책과 같은 모습이다. 휘지 않는 두꺼운 책장, 라운드 처리된 모서리가 아기들 그림책과 똑같다. 대신 책 안에 실린 그림을 휘지 않게 편평하게 볼 수 있다. 책 접는 곳에 잘린 그림도 없다. 반질반질한 겉면에 좀 더 선명하게 인쇄된 그림을 볼 수 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그림은 근, 현대에 그려진 그림이다. 17세기 이전의 그림은 대부분 아름답기는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 행동, 시대상이 현대인의 눈으로는 해석이나 공감이 조금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은 최근의 작품들이라 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그림 말미에 행복과 관련된 문장이 하나씩 따라 나온다. 이 문장들은 서로 이어지며 흐름을 가지고 있다. 행복과 관련된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며, 해당 문장과 관련지어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다. 생소한 역사적 이야기, 신화, 몇 백 년 전 관습과 같은 간극이 없이 친숙하게 작품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난 처음보는 화가의 작품이 많았다. 다양한 작가를 새로 접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 곁에 미술관 HAPPINESS’ 행복이라는 주제 아래 비교적 최근의 미술 작품을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같이 주는 미술 마그넷도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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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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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10여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류 역사의 기념비적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여 쓴 그의 글에서 그 때의 감동을 다시 기대하며 책을 폈다. (내가 기억을 하고 있는 부분은 이 책의 극히 일부였다. 다시 읽는다기 보다는 새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4가지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다. 그들이 모두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일확천금에 눈이 먼 살인자, 재능없는 예술가, 목숨을 걸고 국가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 철학자, 손녀같은 여자를 사랑한 위대한 예술가 등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해당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벼락같은 기회, 영감을 얻어 영웅과 같은 업적을 남기기도 한다.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밀려 목숨을 잃고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 속에서는 이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인간 운명의 질곡을 드러낸다. 신과 영웅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흐름을 보여주는 고대 그리스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든다.

자 책을 다 읽은 후 기억에 남는 것은 키케로와 헨델이 이야기이다. 이 두 인물은 매우 빼어나서 위인전의 정석이 될만한 인물이다. 키케로는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인물이다. 결국 로마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 밀려 황제 체제로 가게 되고, 키케로는 사형을 당하게 된다. 키케로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과는 달리 목숨이 아닌 국가의 안위와 신념을 선택한 것이다. 헨델의 이야기는 예술이 왜 위대한가를 알려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질병에서 불사조처럼 깨어나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작곡을 하고, 빚쟁이에게 쫓길지언정 돈은 탐하지 않았던 예술가. 헨델이 죽을 때까지 보여주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강인한 정신력이 보여주는 전율은 예술은 물론 인간이라는 존재까지 한껏 격상시켜준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책은 딱딱한 서술이 아니다. 소설을 보는 듯한 전지적 작가의 시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가 소설이 아닌 생생하게 구성한 역사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1000년 전의 역사는 당연히 사료가 풍부할 수가 없다. 또한 근대의 역사라도 작자가 그 때 그 곳에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저자는 역사에는 빈틈이 많이며, 이를 역어내는 것은 역사가의 몫이라고 말한다. 비어있는 역사를 잘 얽어내려면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역사적 사료를 통해 해당 인물의 심리를 깊이있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객관성을 해치거나 특정한 목적으로 가지고 이용되지 않는 한 교육적이며 감동적인 훌륭한 사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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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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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자 리더십 - 중국 고전에서 배우는 위기 돌파의 지혜
임재성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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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와 그의 이론을 다룬 책으로는 이 책을 맨 처음 읽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지금 현실 정치와도 잘 들어맞는 구절이 정말 많았다. 안 읽어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라는 한비자의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입문서로 하기로 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비자는 말을 더듬었다고 한다. 말로 인상적인 유세를 할 수 없어 글을 남겼는데, 이 글이 진나라 왕의 손에 들어가게 되어 발탁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 그는 진나라 왕의 사약을 받고 죽게 된다. 이후 진나라가 망하고 유교가 주요 통치 신념이 되며, 한비자는 통치자들이 몰래 읽는 책이 되었다고 한다. 마키아벨리 역시 군주론이라는 명저를 남겼지만, 자신의 뜻을 정치적으로 펼치지는 못했다. 두 사람 다 당대에는 자신의 포부를 완전히 펴지는 못했지만, 후대에 훌륭한 명저를 남겨 주었다.

이 책은 한비자의 저서 중 좋은 내용을 선정해서 저자가 현실의 리더십과 접목해서 설명한 책이다. 한비자는 예상 독자를 통치자로 상정하고 책을 썻기 때문에, 현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전 특유의 시대를 뛰어넘는 깊이와 유연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한비자가 보고 들은 것, 지은 이야기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훌륭하게 비유한다. 통치자의 마음가짐, 나라를 통치하는 법, 신하를 대하는 법 등은 현대 정치에도 잘 맞는 부분이 많고, 작은 회사에도 충분히 적용을 해볼 수가 있다. 만고에 빛나는 고전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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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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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에 이어서 보는 찰스 부코스키의 책이다. 맥락을 잘 파악할 수 없었던 짧은 글들의 집합체인 비망록을 보고 난 뒤 ‘이 책은 어떨라나.. 라는 생각으로 하며 집어들었다. 비망록보다 이 책을 먼저 볼 껄 그랬다. 혹시 두 권 중에 어느 책을 먼저 볼지 고민이시라면 이 책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비망록처럼 짧은 이야기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우수수 쏟아지지 않는다. 길이감도 있고, 스토리도 있고, 주제도 잘 파악할 수 있는 글들이 나온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은 폭력과 범죄, 성욕, 술, 대소변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글이지만 읽을수록 자꾸 읽고 싶은 매력이 있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미드 셰임리스의 아버지 프랭크의 비열하지 않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랭크는 지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순발력있고,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며, 언제든 술과 범죄, 여자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아주 이상한 시선으로 보게되는데, 번뜩이는 통찰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자꾸 눈을 가게 만든다. 그는 싫어하는 것에 투덜거리고, 좋아하는 것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탐닉한다. 싼 화장실 휴지를 찾는 90대 노인을 보며, 저 나이까지 화장실을 간다는 것에 비싼 휴지로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살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3센트를 아껴서 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솔직한 통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글에다가 써대는 음란한 생각,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그의 글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읽다보면 보통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고로 책은 유익한 내용, 모범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기는 하니까. 그가 쓰는 많은 말들에서 당혹감을 넘어서면,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늘 보던 것을 좀 더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된다. 독자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을 아직 잘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글이 사람의 눈을 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은 다 읽고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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