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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텍 ㅣ 이삭줍기 환상문학 2
윌리엄 벡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림원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은 고딕소설의 기념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고딕소설이라는 생소한 장르는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 중 하나라고 한다.그 중 이 소설은 서양인들에게 아랍의 문화가 동양의 화려함, 관능미, 신비감을 대변하며 큰 관심을 끌었을 때 지어진 듯 하다. 주인공이 칼리프이며, 아랍적인 색채가 물씬 뭍어난다.
‘바텍’은 주인공인 칼리프의 이름이다. 이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소설의 저자가 떠오른다. 백만장자의 상속인으로 태어나, 해외여행을 하며 유물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고 한다. 작중 바텍은 집착에 가까운 탐구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다스리는 왕, 신성한 존재로 추앙을 받으면서, 지상에서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 바텍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떤 것도 아끼지 않는다. 유물을 수집하다 자신의 저택을 팔게 된 저자와 겹쳐지는 면이 있다.
바텍에게는 카라티스라는 사악한 어머니가 있다. 전통적인 어머니 상과는 관계가 없고, 파우스트 박사에 나오는 악마 같은 존재이다. 바텍의 호기심이 집착으로, 다시 지하세계에 대한 욕망으로 변할 때 이 욕망 그 자체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인간적인 부분은 거의 없고 무조건 음습하고 사악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고딕 소설의 특징인 비합리적 욕망, 사악한 충동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고딕 소설이라는 장르가 합리적인 세계관에 저항하여 비현실적이고 폐허같고, 신비감과 공포감을 그리는 소설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바텍의 연인의 역할도, 결말도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다. (소설의 앞부분에 나오는 공차기도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기괴하면서 우습다.) 이러한 결말이 더욱 이 소설을 아랍에서 온 전설같이 보이게도 만든다.끝 부분이 많은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데, 꼭 옛날 이야기 같았다.
‘바텍’은 아랍풍의 고딕 소설이다. 우습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작중 인물이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하고, 내용 전개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합리주의 노선이 아닌, 기괴하고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소설을 찾고 계시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