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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오랜만의 한글 페이퍼 백이다. 찰스 부코스키라는 미국 작가가 썻다고 한다. 흔하지 않은 제목과 러시아 성을 보니 굉장한 작품일 것 같다. 표지의 담배 피우는 할아버지 얼굴을 보며 소설이겠거니 했다. 1/4정도를 참을성 있게 읽고도 적응이 힘들다. 그리고 내가 비망록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망록: [명사]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 라고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정말 음탕한 늙은이의 비방록이었다!!
저자 서문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이 책의 비망록들은 친구의 부탁으로 쓰기 시작한 칼럼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제목도 없는 짧은 글들이 내용의 큰 연속성 없이 계속 나온다. 이 글을 쓸 때 그는 맥주 한 병을 끼고 술술 썻다고 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맥주 1병 이상, 혹은 마약도 좀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의 글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은 입은 속옷의 냄새, 쓰레기 냄새, 술냄새, 대내적으로 숨기고 싶은 음란한 행동이나 생각, 많은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뒷골목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없애고 숨기고 싶은 대상이 주제 겸 소재로 등장한다. 이런 온갖 것이 술을 마신 것 같은 혼란하고 빙빙도는 머리에서 나와 글로 옮겨진 느낌이 든다.
비망록에서는 저자 스스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날개 달고 날라다니는 청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실제 경험이 아닌 내용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술을 워낙 자주 마셔서 술김에 깬 꿈도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혼란한 세상, 혼란한 남녀가 등장하고, 술이 끊임없이 흐르는 비망록이다(갑자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술을 좋아하면 술이 흐르는 그 곳이 지상낙원인건가?) 수 많은 스토리를 읽다보면 저자가 사람을 실제로 죽여본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잔 여자는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이 글은 미국이 낳은 독한 농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정치나, 종교, 노력하는 삶에 대한 회의, 혹은 본능에 충실한 생각이 찰스 부코스키의 방식으로 드러나 있다. 유토피아나 민심은 항산이라는 표현이 '모두들 배가 부르고 좋은 여자를 끼고 다니는 세상'으로 표현되는 식이다. 현대를 사로잡고 있는 온갖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대중문화는 할리우드 영화를 필두로 한 미국에서 나왔다. 찰스 부코스키와 같은 작가가 미국에서 나오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도 될대로 되라는 식의 미국인 마약 중독자의 자전적 소설을 본 적이 있다. 찰스 부코스키가 새로운 장르의 시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