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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이 이야기의 소재가 내 눈을 끌었다. 2차 대전 당시 말레이 반도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일본군의 만행에 대한 이야기에는 익숙한 나라 사람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야기 속 일본군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당시 말레이와 일본 군의 상황에 대한 주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국인 백인 포로를 붙잡은 그들은 남자들은 데려다가 강제노동을 시킨다. 여자와 아이들은 시킬 일이 없고, 각 부대에서 붙잡아 둘 여건(시설과 배급)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단체로 계속 걷게 시킨다. 이 부대로 넘기고, 저 부대로 넘기고 하며 음식은 현지 마을에서 조달하는 식이다. 열대 기후에 가혹하게 걷게 하니 과반수 이상이 죽었다. 위안부로 만들지 않았어도 고마워할 수가 없다. 마지막에 감시역인 일본군이 죽어서 주인공 진 패짓이 자구책을 만들어서 겨우 포로들의 거취가 정해진다. 이 와중에 일본군들은 대체로 인간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어린이와 여자를 도우려는 태도가 있다나. 우리 나라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짐승같이 죽여놓고 말레이에서 백인들에 대한 대우는 나쁘지 않았던 건가? 이런 부분에 대한 주석도 있었으면 좋겠다.
영국에서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1권 말레이 이야기, 2권 호주 이야기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다. 전쟁 중에서 비극적으로 끝난 줄 알았던 두 사람이 만나는 부분이 정말 극적이었다.(여주인공의 썸남이 너무 빨리 죽는다 했다.) 이 부분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2권 호주 이야기부터는 1권에 비해 긴장도가 떨어졌다. 소설의 제목도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고, 진 패짓이 호주의 한 마을을 번영시키는 것은 자아실현과 사랑의 완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쑥쑥 키우고 마을을 번창시켜서 너무(?) 평탄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떡밥 같았는데 뒤에 별 내용이 없는 문장(호주에 와서 기자들이 그녀가 사롱에 탄 자국을 본 것을 ‘첫번째 실수’라고 한 것, 애니가 임신한 것을 보고 그녀가 개입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한 부분)도 작가가 더 풀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미완성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마무리 부분도 좀 어색했던 것 같다. 노쇠한 런던 변호사 노엘씨에게 어울릴만한 친구나 클럽도 없는 무덥고 척박한 나라로 올 것을 권하다니?? 1권 내용에서 주인공과 동행하는 프릿 부인이나 이름만 나오는 몇몇 부인들도 비교적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스쳐간 것도 아쉬웠다. 2권 부분을 1~2단원으로 축약하고 1권 내용에 집중하거나, 2권 내용은 동네 사람들 캐릭터를 더 살려서 후속으로 나오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2권 내용 중에서도 백인 아가씨가 원주민에게 아이스크림을 팔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당시 백인과 원주민에 대한 주석도 있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은 만큼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2차 대전의 극한 상황, 20세기 호주의 호주 상황 등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표지도 예쁘고, 소설 앞 쪽에 실린 예이츠의 시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