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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ㅣ 고전의 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몽테뉴는 프랑스의 사상가로, 수상록은 에세이의 할아버지라고 한다. 내가 읽은 책은 수상록에서 몇몇 글을 발췌한 선집이다. 들고 다니기 좋은 작은 사이즈로, 심플한 표지에 몽테뉴의 작은 초상화와 눈을 마주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고전 특유의 황금 비율을 보는 것 같은 균형 잡힌 시선, 시대를 뛰어넘는 세련된 사고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당시 그가 살았던 세상은 현대의 시각에서는 지나치리만큼 종교 간의 대립이 심하고, 백인들이 유색인종들을 짐승같이 여기며 착취하던 시절이었다. (이 문장을 생각해보니 종교 갈등, 인종 갈등은 아직도 세상에 만연해 있다. 몽테뉴가 16세기 사람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그의 사고가 얼마나 시대를 초월한 것이었는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도 얼마나 먼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몽테뉴는 아주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선으로 그가 속한 사회와 다른 사회를 비교하여 야만성에 대해 논한다. 서로 다른 기독교 종파에 대립의 본질을 지적하며 사회에 어떻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명쾌하게 논한다. 위 주제에 대해 논하는 글 속에 인간 본성에 대한 명징한 고찰도 일품이다.
작은 책이지만 부족한 점이 없는 책이다. 책 중간 중간에 논지를 강화하기 위한 비유로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주석이 풍부하여 맥락을 잘 모르고 불완전한 느낌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 책 말미에 해제도 달려있다. (난 옛날 책, 어려운 책은 해제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새롭게 더 이해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손에 잡은 고전 에세이집을 읽으며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읽고 나서 발췌본이 아닌 수상록 전체를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