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산문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256
조지 오웰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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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빈도 고시라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인도 사상가, 작가, 독립 운동가의 책 ‘유쾌한 감옥’을 읽으며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 구절이 있다. 무고로 감옥에 갇혀 있던 때를 이야기 하면서, 인도의 범죄인들의 선한 행동과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동시에 표면만 그럴 듯한 대영 제국이 자신과 같은 무고한 청년을 감옥에 넣어 비참한 대우를 하는 것을 비교한다. 그는 인도인과 영국인은 각각 베다(선)와 아수라(악)과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악한 인도인이라도 베다가 근본이고, 아무리 선한 영국인일지라도 아수라가 근본이라고 했다. 사람을 국적과 피부색으로 이렇게 논하는 것은 차별과 편향이라는 생각이 들고 공감이 가지 않았다.(인도는 수도 뉴델리에서는 6초에 한번씩 강간이 일어나는 나라가 아닌가...)

조지 오웰은 오로빈도가 통감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영국의 아수라를 아주 균형잡힌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2차 대전에도 참전하려했다.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경찰을 하기도 하고, 일부러 빈민층과 어울려보기도 했다. 제국주의 경찰 시절 그는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꼈다. 이 ‘환멸’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분노할 수도 있고,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타고난 작가로서 부조리를 싫어하고, 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조지 오웰이 느낀 감정은 비참함과 무력함이었다. 제국주의 정책으로 인해 비참해지는 사람은 식민지 주민뿐만 아니라, 백인 통치자들도 포함된다.

그는 실제 빈민층과 함께 수용소나 병원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는 그 곳에서 빈민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비참한 실상에 대해 전달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꿈꾼다. 사회주의가 이론상으로는 원래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비슷하다고 한다. 같은 사람임에도 빈민이 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이론이 끌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사회주의에 내재된 전체주의, 파시즘의 인간에 대한 억압과 통제를 간파하고 2차 대전에 참전을 시도한다.

이 외에도 영국 사회의 부조리, 변화, 혹은 차나 음식에 대한 단상도 등장한다. 내가 느꼈던 아수라는 자본주의, 제국주의, 과학의 발전에서 보이는 정복주의라 할 수 있다. 영국인 뿐만 아니라 서양인들은 식민지의 착취를 당연하게 여긴다. 이 시기에 백인들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과학 조사를 핑계로 여러 종류의 동물을 멸종시키기도 했다. 자극적인 내용의 잡지는 인격과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자에게 특정한 사고를 주입시키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돈을 벌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사회 풍토는 점점 사나워지고, 언어는 좋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호도하는데 이용된다. 이것이 아마 오로빈도가 말하는 아수라였을 것 같다.

이 책에 어두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웰의 산문선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두꺼비에 대한 단상’이다. 그는 두꺼비를 보며 봄이 왔음을 체감한다. 런던의 수많은 새들이 월세를 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한다. 마음에 남는 아름다운 글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러한 마음의 자유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가 침범할 수가 없다. 그의 글에서는 자연과 인간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는 정치적인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균형잡인 마음에서 그의 지우치지 않는 사상이 나온 것 같다.

조지 오웰은 매우 지적일 뿐만 아니라, 지적인 사람에게 부족한 경우가 있는 세상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균형잡힌 지성과 감성이 멋진 글로 세상에 나온 걸작선이 바로 조지 오웰의 산문선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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