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월 25일 흐림
신임을 묻는다는 말, 나, 처음으로 해 볼까 해.
간밤에 린코가 불쑥 말했다. 한밤에 내가 침실에 들어간 직후였다. - P-1

20××년 7월 30일 흐림
문득 돌아보니 벌써 반년 이상이나 일기를 놓아 버리고 있었다.
일부러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쓰고 싶지 않은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도 아니다. 미래의 어느 날인가 이 일기를 보고 있을 당신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들만 일어났던 것도 아니다. - P-1

20××년 8월 10일 맑음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쾌청하다.
오전 8시 30분, 벌써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린코와 나는 수상 전용차로 분쿄구의 모 초등학교에 차려진 선거투표소 입구에 도착했다. - P-1

20××년 9월 28일 맑음
9월 1일 오전 9시 50분, 수상관저.
정면 로비로 이어지는 대형 계단의 붉은 융단이 몹시 눈부시다.
수많은 보도진이 계단 앞에 모여 있다.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기다린다.
후지노미야 씨, 강건한 SP 남성 두 명과 함께 보도진 제일 뒤에 선 나도 마찬가지로 숨죽이고 기다렸다.
마침내 시곗바늘이 10시 정각을 가리킨 순간. 회장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왔다.
계단 위 층계참에 씩씩하게 나타난 사람은 나의 아내 소마 린코. - P-1

"다만 우리 집의 또 다른 말썽쟁이 아들한테만은 단단히 일러두었다. 너, 네 동생 부인을 내치고 싶으면 맘대로 해 봐라. 대신 그 사람이 총리가 못 되면 너를 해임하고 히요리를 소마글로벌의 CEO로 앉힐 거다. 그 정도는 나한테 일도 아냐……라고 말이야." - P-1

필승 다루마지지자들이 후보자에게 선물하는 다루마 인형. 선거 전에 승리를 기원하며 왼쪽 눈에 검은 점을 찍어 눈동자를 그려 넣고, 승리하면 오른쪽 눈에 까만 점을 찍는 관습이 있다 - P-1

독안룡 마사무네독안룡은 외눈박이인 용맹한 인물을 가리키며, 마사무네는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다이묘 다테 마사무네. 그는 다섯 살 때 천연두로 한쪽 눈을 잃었다 - P-1

여성이 아이를 낳고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사회. 출산 후에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노동 시스템을 만든다. 모자 가정을 든든하게 지원한다. 형편 어려운 가정이라도 모친이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다. - P-1

20××년 12월 15일 흐리다 가끔 비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제2차 소마 내각이 발족하고 한 달이 지난 즈음에 대하여 쓰겠다.
린코는 정치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주저 없이 과감하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P-1

20××년 3월 3일 흐림
린코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한 달쯤 전이었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시정 방침 연설도 작년 이상으로 감동적인데다(그리고 실질적이고) 완성도가 높아졌으며 이제는 총리로서 당당한 풍격을 보여 주고 있었다. - P-1

"뭐죠, 그게?! 그만두게 했다니, 무슨 말이죠?! 부인은 일하고 싶어 하는데 시마자키 씨가 그만두게 했습니까? 그게 뭡니까, 말도 안 돼요! 아이는 엄마 곁에 있는 게 가장 좋다니, 그거 당연한 거잖아요! 그것도 가능하고 직장도 그만두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의 일하는 엄마들이 모두 해피하겠죠! 그게 안 되니까 고통 받고 있잖아요? 그게 안 되니까 그렇게 만들려고 소마 내각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 P-1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립니다. 저 소마 린코는 임신을 했습니다. 현재 임신 9주차에 들어선 참입니다." - P-1

20××년 3월 12일 맑음

소마 수상 사의 표명, 총리 임신으로 내각총사직인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임신, 출산을 위해 사임 결단
소마 수상 임신, 한 달 내 사임 의사 표명

아내 린코가 국민에게 임신 사실을 보고하고 한 달 안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뒤     . - P-1

"축하합니다. ‘총리 임신’이라니, 정말 희한한 일이군요. 쾌거입니다."

구보즈카 상석연구원이 대신 말했다. 따오기가 자연산란을 하는 장면이라도 본 듯한 말투다. - P-1

우리 자식으로 태어나는 아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인간. 둘도 없이 소중한 일본의 새로운 국민.

생명을 키우는 한 명의 인간으로 돌아가자. - P-1

20××년 ×월 ×일 맑음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고 나서 시간이 한참 지나고 말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이 일기장을 들춰 보았다. 정말이지 온갖 이야기들을 자세히도 써 놓았네.
맨 앞부분을 읽으며 너무나 그리워 미소 짓고 웃기도 하고 눈물도 글썽이고…… 혼자 다양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 P-1

당신이 살아가는 시대     즉, 당신이 이 일기를 읽고 있는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린코와 나는 사라진 지 오래인 머나먼 미래를 당신은 살아가고 있겠지.
부디 그 미래가 훌륭한 시대이기를. 당신이 내적으로 풍요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기를. - P-1

"코로나 팬데믹을 대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산나 마린 미렐라 핀란드 총리. 이들은 모두 위기관리 능력과 대국민 소통 능력으로 많은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에는 아직 여성 총리가 탄생하지 않았고 우리는 픽션의 세계에서나마 그 활약상을 만끽할 수밖에 없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남성우위가 계속되는 일본 사회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여성 총리. 린코와 같은 총리가 있었다면 신종 코로나 대책은 어땠을까 상상하고 싶어진다." - P-1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전 세계 현직 총리 중 최초로 ‘임기 중 출산+출산 후 휴가’를 얻은 인물이라고 한다. 이 뉴스는 일본에서 특히 화제가 되었다는데, 그렇다면 2020년에 발매된 문고신장판 『총리의 남편』은 이제 (판타지가 아니라) ‘리얼’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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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2월 16일 아침부터 비
관저의 견고한 창문 밖에서는 동이 트면서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1미터쯤 떨어진 옆 침대에서 숨소리를 내며 잠든 아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린코는 깨어 있을 때는 전투에 임하는 장군처럼 용감하지만 무방비하게 잠든 얼굴은 딱딱한 껍질 틈새로 과육이 엿보이는 리치나무 열매 같다. 살짝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녀의 귀중한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그만두었다.

20××년 4월 10일 아침부터 쾌청(←린코를 처음 만날 당시의 날짜)
그날 아침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라면 나의 생활습관도 거의 완성되어서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때까지 하는 행동은 매일 똑같았다.

이렇게 나는 찾고야 말았다. 나의 그녀를.

20××년 5월 10일 아침부터 쾌청(←린코를 처음 만날 당시의 날짜)
조류의 구애 행동은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종으로는 공작이 화려한 꼬리털을 부채처럼 펼쳐 바르르 진동시켜서 암컷의 관심을 끄는 행위가 있다. 그리고 때까치. 마음에 드는 암컷의 호감을 사려고 휘파람새나 종다리, 멧새, 동박새 등을 흉내 내며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귄다. 극락조는 날개나 꼬리나 머리의 장식깃털을 열심히 흔들며 격렬한 춤을 선보인다. 참새조차 짝짓기 철이면 평소와는 딴판으로 달콤하게 지저귀며 암컷을 유혹하려 애쓴다.

조류 암컷은 수컷이 유혹해 오면 자기 자손을 만들 상대로 이 수컷을 택할지 말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교미한다. 그야말로 본능이다. 나는 수컷이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본능으로 ‘바로 이 사람’이라고 느꼈다. 누가 뭐래도 그 순간 내 몸을 관통해 버린 전류 같은 느낌은 신이 내려 준 본능이라는 이름의 벼락이 분명했다.

휴일 아침 8시에 ‘간다가와 천변에서 찍었습니다. 당신 곁으로 날려보냅니다’라는 엉뚱한 글에 동박새 사진을 첨부한, 매우 이상한 메일이었다. 그걸 앞뒤 재지 않고 들뜬 기분에 그냥 보내 버리다니.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끝이다.

작은 새가 날아왔네요. 무슨 새죠? 가르쳐주시겠어요?
다음에 만나 뵐 때라도.

20××년 5월 17일 아침부터 쾌청(←린코를 처음 만날 당시의 날짜)
린코의 휴대폰에 동박새 사진을 전송하고 일주일 동안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 거의 팔짝팔짝 뛸 것만 같은 가뿐한 발걸음으로 통근하고 직장에서의 업무는 신속하게 해치우다 못해 내 담당이 아닌 업무까지 기꺼이 떠맡아서 해냈다. 동료와 점심 먹으러 나가서 거하게 한턱을 쏘고, 회식에서는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 생맥주를 피처로 주문해 마셨다가 주점 바닥에 널브러져 선배가 택시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는 지경이었다.

남녀가 평등하다지만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는 직장과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고독한 싸움.
그런 것들을 그녀에게 직접 듣게 된 건 훨씬 나중 일이었지만 그날 우리는 어떤 고독을 넘어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약지 하나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앞으로 무슨 일이 닥쳐도 함께 걸어가자는 우리의 첫 약속. 그리고 내 평생을 관통하게 될 결심의 순간이었다.

20××년 12월 18일 맑음
후우우. 첫 문장부터 한숨 소리를 적고 말았다.
왜 이렇게 일기를 시작하느냐 하면, 방금 읽으신 대로 마침내 밤을 세워 쓰고 말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절대 밝히지 않기로 했던 린코와 나의 첫 만남에 대하여.

20××년 12월 21일 흐림
정치 저널리스트 콜롬보 아베와 내가 ‘밀담’을 나눈 뒤 긴장된 사흘이 지났다.
아니, 긴장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특종! 총리의 남편 소마 히요리 씨의 외도 현장. 소마 린코 수상, 정계 은퇴를 향한 카운트다운 시작되나’라는 턱없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엄청난 판매량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모 주간지에 나와 이토 루이 씨가 찍힌 야릇한 사진이 오늘이라도 실리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며 ‘그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도촬의 먹잇감이 되었던 이토 씨 본인이었다.

벌떡 일어난 나와 눈을 맞추며 린코가 말했다. 목욕을 끝낸 개가 몸을 부르르 떨어 물방울을 터는 것처럼 나는 격하게 도리질을 했다.

20××년 1월 1일 맑음
새해가 밝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마 가에서 새해 첫날에 치르는 행사, 즉 본가에서 열리는 새해 인사와 신년모임에 올해도 참석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작년 정초의 린코와 올 정초의 린코는 그 처지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소마 가의 며느리이자 직진당 당수였고 올해는 직진당 당수이자 총리이다. 어머니는 불만이겠지만 ‘소마 가의 며느리’라는 처지는 일단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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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2월 15일 맑음
린코가 총리에 취임하고 처음 맞은 임시국회가 12월 중순에 끝났다.
다가오는 1월의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그리고 마침내 소비세율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린코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져,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수입이 적어 결혼을 포기한 젊은이, 일하기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부부 등은 이제 단골로 제기되는 사회문제였다. 악순환이라는 것이 이렇게 생겨나는구나, 라고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보이는 소용돌이가 이 나라를 완전히 피폐하게 만들고 말았다.

후지노미야 씨에게 말하면 꼬치꼬치 캐물을 게 뻔하고, 한창 바쁜 린코에게 굳이 말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꼭 누구에게 ‘보고’할 일도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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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시리즈
이판사판이란, 이판합쳐진 말로 불교 용어다. 조선이 고려의 국사판事判이교였던 불교를 탄압하자 계급의 사다리 아래로 추락한 승려들은 살 길을 도모해야했다. 이때 잡역에라도 종사하며 사찰을 유지하고 불법의 맥을 잇던 ‘사판승과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참선을 통한 수행으로 불법을 잇던 ‘이판승‘으로 각각 나뉘었다. 조선이라는 파고를 통과하여 지금의 불교가 있기까지는, 불법의 맥을 잇기위해 자신들의 소임을 다한 사판승과 이판승의 역할이 컸다.
한데 오늘날 ‘이판사판‘은 조선시대에 계급의 최하층인 승려가 된다는 것은 막장이나다름없었기 때문에 ‘끝장‘을 의미하는 말로 전이되었다. 이판사판 시리즈는 지금껏북스피어가 만들어 온 장르문학의 맥을 이어 나갈 도서들로서 어차피 이렇게 이름지어도 기억하지 못할 테고 저렇게 이름 지어도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이판사판시리즈‘라는 이름은 안 잊어버리겠지. 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이 시리즈로 딱10권만 만들고 끝장을 볼 생각이다.

하라다 마하
1962년 도쿄도 출생. 간사이가쿠인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 와세다대학 제2문학부 미술사과 졸업. 이토추상사 주식회사모리빌딩 모리미술관 설립준비실, 뉴욕 근대미술관 근무를 거쳐2002년 프리랜서 큐레이터 · 컬쳐 라이터가 되었다.
2005년 후를 기다리며』로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수상2006년 작가 데뷔.
2012년 낙원의 캔버스로 제2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이규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문학, 인문, 역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얼간이」, 「하루살이」 「미인」, 「진상」 「피리술사 괴수전 「신이 없는달 기타기타 사건부 덴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 마쓰모토 세이초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0만 분의 1의 우연」, 「범죄자의 탄생」 「현란한 유리 우부카타 도우의 천지명찰 구마가이 다쓰야의 어느 포수 이야기,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 하세 사토시의 당신을 위한 소설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고서 수집가의기이한 책 이야기 도바시 아키히로의 굴하지 말고 달려라 사이조 나카의 오늘은뭘 만들까 과자점」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아사이 마카테의 야채에 미쳐서 연가 미나미 교코의 ‘사일런트 브레스」 등이있다.

남녀평등지수 120위,
여성 국회의원 수 세계 꼴찌,
여성 관리직 비율 12%근로 의욕이 강한 여성일수록회사를 그만두는 나라—일본에 여성 총리가 취임했다!

"언젠가 이런 총리가 나타날 거라는 예언서"
하라다 마하_소설가
"현실이 원작을 따라잡았습니다."
나카타니 미키_소마 린코 역
"소마 린코에게 깨끗한 한 표를 부탁드립니다!" 다나카 케이_소마 히요리 역
"한숨이 나올 정도로계속되는 남성 우위 사회의안티테제로서의 여성 총리"
구니야 히로코_ NHK 앵커

일본 독자들의 호평의 목소리!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탱하는 남편의 일기. 정말이상적인 승리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소설처럼, 여성이사회 제일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yu_ki_dokusyo
정치란 어려워 보이면서도 본질은 단순한 것임을 이이야기를 읽고 느꼈다. 국민을 위해 오로지 돌진해 가는총리 소마 린코가 눈부시다. 그 모습을 총리와 가까운듯하면서도 먼 듯한 ‘총리의 남편‘ 시점에서 이야기하기때문에, 거기에서 진실을 읽을 수 있었다. @alisa81237930
일본에 여성 총리가 탄생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하는 생각을 일깨워 주는 책. 내게도 잠재의식 속에고정관념이 있음을 깨달았다. @books_momo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린코 씨와 남편의 인간성과관계성을 좋아해. 이런 두 사람이라면 응원하고 싶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심으로 나라를 바로세우려고 움직이는 정치인이 일본에는 얼마나 있을까?
린코 씨 같은 총리가 가까운 미래에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싶은 작품.
@Udokusho
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으로 치유계 조류학자가등장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안성맞춤인 소설. 항상용감하면서 늘 소소한 관계를 중시하는 총리 린코의모습도 눈부셨다. 재미있고 하트풀하며 감동적인 정계엔터테인먼트☆@lakimemobook 무슨 일에 있어서도 ‘무관심인 것‘이 제일 게으른 것같아. 안테나를 치고 관심을 가질 것. 스스로 의지를가지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서. 앞일을 조금상상하며 용기를 얻은 작품이었다.@books_7310 난 당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아요. 하라다 마하 씨의작품은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뭔가 따스한 것을 주고, 앞으로 희망을 갖게 해 준다. 또 내일부터 열심히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또 만났다.
@ribonbonbom

20××년 9월 20일 맑음
오늘을 절대 잊지 말자는 생각에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지금도 매일 ‘고코쿠지 숲의 새 관찰일지’를 쓰고 있지만 나 개인의 일상을 일기로 쓰자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가끔 그녀는 나에게 물을 때가 있다. "히요리 씨, 나, 이런 일을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아무리 기겁하더라도 가슴 속에 꾹 감추고 어김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괜찮은데. 해 보지그래."

오늘 일기를 쓰자고 결심한 이유도 다른 건 제쳐놓더라도 아내 소마 린코의 ‘행적’을 글로 남겨 놓고 싶다는 기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본래 일기란 사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나는 훗날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이 일기를 써 나갈까 생각하고 있다.
언제 공개될지는 알 수 없다. 나나 린코가 세상을 뜬 뒤,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의 일일지도 모른다.

장차 일급 역사 자료가 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기념할 만한 오늘.
나의 아내는, 총리가 된다.
제111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 소마 린코.

사상 최초 여성 총리 탄생
사상 최초 최연소 여성 총리 탄생
사상 최초 여성 총리 오늘 국회에서 지명

"만약에 내가 총리가 된다면 말이야, 당신한테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길까?"

그것은 별로 웃기지 않는 농담처럼 들렸다. 동시에 굉장한 아이디어처럼 들리기도 했다. 나는 대답했다. "전혀.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겠어."

20××년 9월 27일 맑다가 가끔 흐림
장차 일본 역사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겠다는 일념과 각오로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20××년 9월 30일 맑음
미래 어느 시점에 이 일기를 읽고 있을,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에게 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내 전공 분야인 조류가 보여 주는 ‘사회’에 대하여 잠시 설명해 두고자 한다.

많고 많은 둥지 중에 하필이면 린코의 둥지에 연립내각이란 알을 까 놓았다. 이 경우 ‘린코의 둥지’는 직진당이 아니라 내각을 뜻한다. 뻐꾸기 하라 씨는 종이 다른 새의 훌륭한 둥지에 알을 까 놓고는 거기에 개개비 린코를 끌어들여 알을 품게 한 것이다. 그런 마술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새가 실재하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20××년 10월 4일
아내 소마 린코가 총리에 취임하여 소마 내각이 발족한 지도 2주가 지났다.

속시커먼 씨. 뒤에서 내각을 조종하겠다는 겁니까. 그런데 과연 그렇게 쉽게 될까.

저래 봬도 내 아내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각오하셔야 할걸요.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때 린코가 응시하던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 너머에 있는 국민의 시선이라는 것을.

20××년 11월 10일 대체로 맑음
이 일기를 미래의 어느 날 어딘가에서 읽고 있을 당신.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과연 알아맞힐 수 있을지. 아니, 아마 결코 알아맞히지 못할 것이다.

지난 정권은 세력을 지키고 정권을 연장하려고 우리 국민에게 오랫동안 미사여구로 포장된 환상을 심어 놓았습니다.

‘우리 국민은 인내심이 강하다’, ‘우리는 고난을 잘 참는다’, ‘고통을 나누고 더 강하게 단결하자’. 이제 그 환상을 벗겨내야 합니다.

1. 국민주권의 재인식, 구체제 청산
2. 사회보장의 재원 확보를 위한 추가 증세
3. 지방자치제 강화, 자치 시스템의 개혁
4. 저출생, 고용, 경제 활성화를 하나의 맥락으로 보고 개선책 실시
5. 탈원전을 위한 에너지 정책과 친환경 정책 실시

20××년 11월 17일 흐림
인간은 정을 쏟은 상대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어 한다.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자고 유혹하거나 과감하게 아파트를 구입해 놓고 구애하거나……. 그런데 이것이 꼭 인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년 11월 22일 맑음
이사한다는 뜻밖의 통보를 받은 것은 본가에서 어머니, 형과 불온한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다음 주의 일이었다.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생활했다. 상대방 일상에 관심은 갖되 간섭은 하지 않았다. 서로 도와야 할 때는 도왔다. 조부처럼 관대하고 널찍한 이 저택에는 그런 생활이 어울렸다.

"남편이 아내 손님을 위해 차를 내는 일이 어떻게 아내가 남편을 부려먹는 게 됩니까. 그러면서 아내가 남편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겁니까? 당신 직장에서는 지금도 꼭 여성 스태프가 손님에게 차 대접을 합니까?"

20××년 12월 5일 맑음
12월의 첫 주말, 린코와 나는 수상관저로 이사했다.
"히요리 씨를 번거롭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라는 후지노미야 씨의 말대로 나는 무엇 하나 들거나 옮기지 않았다. 작업을 돕기는커녕 "본가에 가 계실래요?"라는 후지노미야 씨의 지시를 받고 맥없이 본가로 물러가지 않을 수 없었다. 린코는 공무로 외출 중이라 나 혼자 본가로 갔는데, 너 잘 만났다는 듯이 어머니가 쇼핑하러 나가자며 손을 끌었다.

하지만 두 눈은 글자를 제대로 좇지 못하고, 지면에 떠오르는 장면은 내 집의 숲 풍경이다. 나는 그 환영을 좇는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아아, 알름 산으로 돌아가고 싶어, 라던 향수병 걸린 하이디의 심정을 어쩐지 알 것 같았다.

20××년 12월 12일 맑음 때때로 흐림
수상관저로 이주하고 일주일 동안 내 주위에서 이변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 느낀 것은 이변이라고까지 할 만큼 두드러진 건 아니었다. 문밖에서 내가 나오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남성의 비율이 미묘하게 높아진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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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시리즈

“그래. 어릴 때는 어딘가에 영웅이 있다고 믿었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짠, 하고 나타나 구해주는. 정의가 이기고 짝짝짝, 박수 치며 끝나는 해피엔딩. 하지만 말이야, 나이가 듦에 따라 영웅은 있다, 정의는 이긴다, 그렇게 순진하게 믿을 수 없게 되지. 다들 거악을 두려워해.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지만 정작 수갑을 내미는 사람이 없어. 영웅은 없다, 세상은 불합리하다고 삐딱하게 말하는 사람이 정의를 올곧게 외치는 사람을 비웃지.”

“올바름을 관철한다는 거, 굉장히 어려운 거야. 올바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회피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말을 하는지 가르쳐줄까. 양쪽 다 일리가 있고 각자 나름대로 정의롭다, 세상의 정의는 사람 수만큼 있다, 정의의 폭주다, 정의를 강압한다. 나, 이런 말, 다 싫어해.”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만 정의라고 부르더라고. 그치만 올바른 일을 해야지. 당신, 공무원이니까.”

“하지만, 올바른 일을 한 결과 사망자가 나와도 되나요?”

“올바른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사망자가 나오는 것보다는 낫잖아.”

고가가 명쾌하게 대답했다.

“카르텔, 담합, 하청 갑질. 그런 위법 행위 때문에 궁지에 몰려 목숨을 놓는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공정위뿐이야. 가혹한 현실에 시달리며 영웅이 달려와 주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결코 적발의 손길을 늦춰서는 안 돼…… 나는 이제 현역이 아니지만.”

고가는 장난꾸러기처럼 혀를 쏙 내밀고 웃었다.

그때 고가가 웃던 얼굴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시로쿠마 머리에 들러붙어 있다.

가혹한 세상이다. 회사는 도산하고 경영자는 자살하고 어린 자식들은 가난에 허덕인다. 어디에도 안전한 길은 없다. 어떻게 해야 사망자가 나오지 않을지 알 수 없다.

공정의 파수꾼 | 신카와 호타테 저자, 이규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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