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다니는 모양새라 허탈하다는 뜻으로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쓰쓰이는 사쿠라카와 쪽을 힐끔 보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 우리는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닐까?" "가공의 범인……." - P-1
"저도 그게 사건의 진상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거짓말을 밝혀낼 단서가 있을 거예요. 그걸 반드시 찾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잊지 마." - P-1
"아닙니다. 수사진 누구도 야마오가 사건에 관여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체포되어 가장 놀란 것은 저희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 P-1
"야마오의 목적이요. 사건을 미제로 끝내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현역 경찰관이 자백했다면 상층부는 설령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한시라도 빨리 체포해야 한다고 서두를 겁니다. 야마오는 수사를 담당한 형사였으니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꽤 상세한 진술을 할 수 있죠. 하지만 범인만 알 수 있는 새로운 정보는 하나도 말하지 않아요. 그 결과 검찰은 기소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불기소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어요. 그래서 감정 유치. 하지만 그것도 야마오가 짠 계획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이대로 증거를 찾지 못하면 불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 후에 다시 진범을 찾으려고 해도 석 달이나 지났으니 재수사는 어렵죠. 야마오 입장에서는 자기를 희생하지 않고 진범을 지킬 수 있는 셈입니다." - P-1
"전에 쓰쓰이 씨가 그랬잖아요. 유령을 쫓는 기분이라고,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는 것 같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야마오가 친 교묘한 덫이 아닐까요? 이 덫에서 벗어나려면 그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유령을 쫓는 게 어려운 일이듯, 유령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그 이상으로 어려워요." - P-1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고다이는 천천히 일어섰다. "저는 그 동네에 중요한 걸 두고 왔을지도 모릅니다." - P-1
이 방에는 뭔가가 있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 물론 나가마 다마요는 알고 있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다. 이제 와서 가볍게 대답하고 싶지는 않으리라. 그렇기에 고다이가 찾아내야만 했다. 노부인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터였다. - P-1
"그래서 방을 보여 주셨군요. 그리고 제가 나이프를 찾아내기를 기대하셨죠. 그런데 고다이라는 형사는 둔감하고 무능해서 부인의 심경도 몰라주고 침대 밑은커녕 책상 서랍조차 열어 보려 하지 않았어요.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요." - P-1
다음 날에도 휴가를 썼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 이후로 기침이 난다고 하면 휴가를 쉽게 허가해 준다. - P-1
처음 간 곳은 영화관이었다. 재개봉관으로 《백 투 더 퓨처》를 하고 있었다. 이미 본 영화였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상영 내내 에리코가 신경 쓰여 영화를 즐길 겨를이 없었다. 일단 그녀가 계속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
"하지만 당신과 그들을 연결하는 인연도 끊어지지 않았던 거군요?" "인연이라 ……. 그런 셈이 되나." - P-1
한의사로 일하며 60여 년간 조용히 선행을 베풀어 온 김장하 선생님을 다룬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서 선생님은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다이 쓰토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
형사라는 것만 뺀다면 고다이 쓰토무의 모습은 일상을 살아가는 선량한 서민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더군다나 그는 ‘정의’를 굳이 의식하지 않고도 이 사회에서 생활하는 보통 사람이라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상식적인 태도로 사건에 접근합니다. 사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굽실거리면서도 결코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경찰을 적대하거나 호기심을 드러내는 상대의 마음을 당연하다는 듯 헤아리는 관대한 마음은 형사로서, 인간으로서 고다이가 갖는 가장 큰 장점입니다. - P-1
"이 소재를 작품으로 쓸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작가의 메시지와 함께 "누구에게나 청춘이 있었다. 피해자에게도, 범인에게도, 그리고 형사에게도" - P-1
"존재하는 세계의 차원이 다르겠지. 또래에게만 관심이 있고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략) 왕따나 학대, 가정폭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략)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도 시대와 함께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 P-1
그렇다면 그런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도 시대와 함께 업데이트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꼭 특별한 재능을 가진 탐정이 아니더라도, 맡은 바 소임을 성실하게 다하는 형사가 동분서주해 주는 세상이라면 조금 더 믿고 살아 볼 만할 것 같습니다. - P-1
앞으로 어떤 사건을 맡게 되든지 아무리 작은 단서라도 그것을 찾기 위해 열심히 두 발로 뛰어다녀 줄 믿음직한 형사, 고다이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 P-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