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양이 도미노를 맡아 준
이웃 바네사 비통에게.
이 사랑스러운 공주님의 날카로운 발톱과 식탐과
신경질, 무엇보다 병적인 자기애를 받아 주고
참아 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며.

자, 이제 세상은 고양이한테 맡기고 인간들은 구경이나 하렴. 인류 문명은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한계에 이르렀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바로 고양이 문명.
쥐 떼에게 포위당한 고양이와 인간은 살아남아서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동시에 인류의 한계를 날카롭게 포착한 소설." ― 비블리오테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평등, 생물 다양성, 멸종 위기뿐 아니라 지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한 소설." ― 리르

인간도 마찬가지니 성급히 일반화하지는 말아라. 설마 그 많은 수의 인간들이 다 실망스럽기야 하겠니. 틀림없이 괜찮은 인간도 섞여 있을 거야.
─ 고양이 바스테트의 어머니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고양이 피타고라스

진실은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 고양이 바스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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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여기보다 훨씬 넓은 세계에서 왔잖아. 여긴 네 목적지도 아니었어. 이렇게 좁고 갑갑하고, 꽉 막혀 있는 세계는]

"사랑은 석유 냄새 같아."

"미안해. 그게 네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어. 이게다 뭔지, 난,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그러나 이제 단희에게도 입자들은 의미라기보다는 냄새에 가까워졌다. 둔감해진 후각기관은 한때 조안이 했던 것처럼, 공기 중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을 읽었다. 입자들이 단희를 그 시절로 데려갔다. 의미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게로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그 자체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장면으로, 조안이 말했던 그 공간들로.

[고마워요. 이제 충분해요.]

현재 지구에도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믿는 종교가 대부분 사라지고 도덕적 규율로서의 종교만이 남아 있듯이, 벨라타의 종교 역시 정확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신도 금기도 없지. 오직 약속만이 있단다."

저는 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여전히 그 공간을 떠돌고 있는 목소리의잔해를 들었습니다. 제가 평생을 지나도 이해할 수 없을 어떤 결정들이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벨라타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앎이 아닌 무지이지요.

그때 저는 아주 긴 잠을 자고 있겠죠. 저는 땅 위로 내딛는 당신의발걸음을 느끼고, 꿈결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거예요. 오래전이곳에 머물렀던 어떤 반짝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서요.

한때 이브는 나의 가장 가까운친구였다. 오랜 시간 나는 이브가곁에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세계는 달라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른이된다는 것은 결국 혼자임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존재로 분화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곳을 향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십 년도 넘게 언니에게 철저히훈련받은 유물론자로, 세상의 온갖 귀신과 유령,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단지 인간의 편집증적 인지 왜곡과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는지론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직접 오게 된 발단이, 나를 유물론자로 훈련시킨 바로 그 언니에게서 온 편지라는 거였다.

언니는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고맙고 사랑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떠나야 할 만큼 끔찍한 관계도 있을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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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당자가 누구인지 몰라도, 너에게 속은 거네. 말만 그럴싸하고 사실은 하나도 준비된 게 없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훌륭한 선생님께 배우고 있잖아요."

"되긴 뭐가 돼. 초등학생 장기자랑 수준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그런데도 왜 마리는 무대에서 춤을 추려는 것일까? 단순히자기만족을 위해 춤을 추는 것과, 사람들 앞에 서서 춤을 추는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심지어 마리는 그 무대를 꽤 중요하게생각하는 듯했다.

"저는 선생님과 제가 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건 같은 춤이 아니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든 무시할 수 있어요. 어차피 그들은 제가 뭘 하는지 모르니까요."

모그들은 플루이드의 완성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모그들은 새로운 세상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모그들은 모그들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모그들은 더 많은 모그들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모그들은 …………에 관해 ………하고 있었다.

의견들은 일치하지 않았다. 충돌하는 목소리들이 부딪쳤다.
파편을 맞은 듯한 통증을 느꼈다. 세부 사항은 알 수 없었다.
대화의 단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지금까지 이 세계에 맞추려고 노력한 건 우리 모그들이에요. 당신들이 아니고요."

"난 네가 적어도 이 수업에는 진심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그게 전부 그 끔찍한 계획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했다고?"

나는 배신당한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어른답게 구는 대신내가 느끼는 분노를 마리에게 쏟아냈다. 마리와 내가 공유했던모든 것이 거짓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로라는 말했다.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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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나는 라이오니로서 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기계들은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결국 돌아와주어서 고맙다고.

"나를 이용한 거야? 이미 태어난 나는 어쩌고?"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주어진 이 태생적 결함이, 사실은 결함이 아닐지도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의 원본이 아니라, 그 자체로최후이자 유일한 존재였던 라이오니의 모습을.

실패한 테러리스트. 마리는 지금도 그렇게 불린다. 그 사건은 운이 나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번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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