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살려고 바쁜 것이다. 너무 많았다. 싸우지 않고는 제 몫을 차지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아져 버렸다. 그리고 똑똑해졌다. 너무 똑똑해서 남을 이기지 않으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지식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혜는? 지혜는 어디로 갔나? - P-1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여 주어서는 안 된다. 일단 총을 쥐고 난 다음에는 도로 빼앗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 P-1

세상은 죄를 짓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네 형제를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하라"의 ‘하라’라는 말은 점차 타성적으로 잊혀 가고 있었고, ‘하지 말라’는 말은 반발을 부추겼다. 이런 지경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 혼자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 P-1

돈도 필요하겠지? 관심조차 없었지만 과거 의사 시절에 사 두었던 과수원의 값이 많이 올랐다 했다. 그걸 팔면 어느 정도 생활이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일을 해 나가기에 적당한 장소도 물색해야 하고, 얻은 힘을 더욱 다듬고 키워서 아무도 모르게 좋은 일에 써야 한다.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세상에 누가 알아주고 도움을 줄 것인가 - P-1

억지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아쉬움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외롭게 싸워 가야 할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인지 눈시울이 자꾸 시큰해졌다. 이제 새해가 되었고, 한 살을 더 먹었는데…… 나잇살이나 먹어서 참 많이도 운다고, 박 신부는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씁쓸히……. - P-1

목수미 아깝거든, 내 일을 방해 말고 다른 이를 차자바라. 紅. - P-1

"준후야, 그건 말이다, 난 그때 월향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스스로를 희생해 남을 구하려는 건 정말로 고귀한 정신이 아니겠니? 홍녀 님도 그랬고…… 귀신이 봉인된 월향검의 모습에서도 사랑이란 정말로 그 당사자를 고귀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거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단다. 지옥 같은 싸움 속에서도 말이야." - P-1

"그건 자비심이 아닌가요? 불타의 가르치심에……."
"그만, 그만! 신부더러 염불을 외우라는 거냐? 하하하……."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 P-1

"어디에나 있는, 결국은 인간의 욕심에서 유래된 것들이지. 어지러운 세상의 창조물이기도 하고……."

현암이 탄식조로 말했다. - P-1

"도대체 우린 누굴 위해서 싸우는 거죠? 어지러운 세상은 마를 만들어 내고 우린 또 그 마를 제압하려고 싸우고……." - P-1

"난들 알겠나? 하지만 우린 선을 위해 싸우는 거지. 아니, 꼭 선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은……." - P-1

"세상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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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密敎)
이미 해는 땅속으로 기울어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 그러나 온통 안개에 휩싸인 해동밀교(海東密敎)1의 내부는 열을 지어 서 있는 승려들이 손에 든 횃불로 인해 대낮처럼 밝았다. 승려들이 도열한 앞에는 문이 활짝 열린 큰 회당이 있었다. 그 회당 내에는 기이하게 꾸며진 화려한 제단이 있었고, 그 앞에 발이 묶인 송아지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뒤에는 각자 모습이 아주 특이해 절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다섯 사람이 묵묵히 서 있었다. - P-1

모두 잠이 든 듯, 교단의 경내는 쥐 한 마리 다니지 않고 고요했다. 그러나 안개로 둘러싸인 산에 수없이 뚫려 있는 빈 토굴 중 문이 굳게 닫혀 있는 한 곳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희미한 소리였으나, 그 문에 바짝 귀를 붙이고 있던 장 호법은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장 호법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길고 처참하게 이어지던 비명은 귀에 익숙한 남자의 열띤 주문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아까의 미흡했던 의식이 제물을 바꾸어 다시 거행되고 있던 것이다. 서 교주를 따라갔던 두 승려의 모습은 이제 영영 볼 수 없을 터였다. - P-1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거라네. 수련이 깊을수록 욕심도 많아지고 유혹도 깊어질 수 있는 게야." - P-1

운명적으로 다가온 산중이인(山中異人) 한빈 거사. 그는 거의 죽어 가던 현암을 살리고 파사신검(破邪柛劍)6, 사자후(獅子吼)7, 부동심결(不動心訣)8이라는 태곳적의 무예를 전해 주었다. - P-1

도혜 스님은 칠십 년간 쌓아 온 자신의 진원지기(眞元之氣)를 모조리 현암에게 불어 넣어 그를 살리고 막강한 힘을 갖추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떠나 버렸다. - P-1

"하지만 박 신부님은 종교나 교파 같은 것을 가리지 않고, 다만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발휘하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박 신부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 P-1

박 신부는 신부라는 직책상 이교(異敎)의 인물들이 분명한 이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분명한 사명이 있었다. 종교나 믿는 바에 구속되지 않고 초자연적인 현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퇴마행(退魔行) 십사 년……. 박 신부는 퇴마행을 계속해 사람들을 구하는 것만이 자신의 숙명이자 미라의 죽음에 얽힌 마음속의 짐을 더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 P-1

"다른 가르침을 받아 다른 길에 몸담고 계시면서도 사람들의 작은 불행조차 외면하지 않으시는 박 신부님이라면, 저희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박 신부님께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 P-1

사람이 믿는 바가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그 믿음을무엇에 쓸 것인가!‘
박 신부는 전부터 가졌던 많은 생각과 의문이 장 호법의 말을 계기로 하나로 응집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P-1

"천상천하(天上天下)! 염부나락(閻浮那)! 육도구천(九天)! 삼세제불(三世諸佛)!"
준후의 놀란 소리가 째질 듯이 울려 퍼졌다.
"허허자 아저씨! 안 돼요!" - P-1

"네가 교주냐? 아니, 하는 꼴을 보아하니 악귀나 야차못지않은 쓰레기 같은데?" - P-1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거라네..... 수련이 깊을수록 욕심도 많아지고 유혹도 깊어질 수 있는 게야....... - P-1

"퇴마행...... 마를 물리치러 가는 걸세." - P-1

담소를 나누며 걷는 그들의 등 뒤에서 해동밀교의 마지막 잔해를 태우는 불길이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불길은 하늘마저 태워 버릴 듯했다. 아니, 이때만큼은정말 하늘이 불타오르는 날이었다. - P-1

현암의 생각으로는 기껏해야 가위눌리는 정도의 일이거나, 잘해 봐야 부유령(浮遊靈)‘ 또는 몽마(夢魔) 정도가 장난치는  일이리라 여겼다. 이번 기회에 멋있게 보이면 어쩌면………. - P-1

‘아이고, 내가 정신이 나갔나? 천벌 받을 생각만 골라서 하네. 이런 일을 사리사욕에 이용하면 천벌을 받는법인데……. 그래도 좋아. 예쁘면 까짓것 천벌을 받지,
뭐! 하하하!" - P-1

현암은 가볍게 듣고 넘겼다. 꿈 자체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무서운 꿈을 꾼다고 사람이 죽지는않는다. 문제는 무서운 꿈을 꾸게 만드는 요인이고, 그것이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 - P-1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당시 저는 제가 받는 고통을 면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선 제 고통부터 면하고 싶었다는 것이 제 본심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고통을 면한다는 것, 그건 제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우선 제 고통을 면하기 위해 남을 도왔던 거죠. 저는 그것에 대해, 그런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릇된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존재라는 것은 일단 스스로를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아멘! 아마 파문당할 겁니다, 박 신부님.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겠지요?"

"교단이 나를 파문한다고, 하느님까지 나를 파문하지는 않으실 거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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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딸애도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 신사도 글렀을 거야. 신이란 존재는 잊히면 나쁜 짓을 한다고 하니. 나도 매일 불단에서 조상님한테 절을 하고 있구먼.

남성: 하지만 마사루는… 신은 아니지 않습니까?

노인: 잘 생각해 보게. 자네도 주변에서 치켜세워주면 잘나지 않아도 그런 생각이 들 거 아닌가. 그거랑 똑같지. 다들 숭상하고, 두려워하고, 그러다 보면 신이 돼버리는 거야. 그러다 점점 잊히고. 신이건 부처님이건 귀신이건 잊히면 희미해지는 법이지. 그래서 잊힐 것 같으면 나쁜 짓을 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거야. 내 생각은 그래.

남성: 그렇습니까.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하신 이야기는 전부 진짭니까?

노인: 무슨 뜻인가?

남성: 실은 저도 그 신사에 가봤습니다. 돌이 사라진 작은 사당도 제 눈으로 보았죠. 그 사당, 신사와 비슷할 정도로 상당히 오래된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나무를 짜서 만들었더군요. 제가 본 바로는 보이는 부분에 못도 쓰지 않았습니다. 신사 건물과 마찬가지죠. 도편수나 그쯤 되는 기술이 있는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급하게 만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노인: 갑자기 뭔 소리람. 그런 걸 나한테 물어본들 나야 모르지. 부친에게 들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니까. 이제 됐나? 슬슬 밥 먹을 시간이구먼.

남성: 실례 많았습니다.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미 죽은 오자와 군을 찾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퍼뜨리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실종되었다고 하면 마음씨 착한 여러분은 열심히 읽어주시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라고 지명을 숨기면 거기가 어딘지 추측하기 위해 계속 읽고 싶어지겠죠. SNS로 퍼뜨리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글쟁이로서, 독자를 조종하는 효과적인 정보 발신법을.

이야기 첫머리에 제가 썼던 ‘여러분이 협조해 주셨으면 하는 일’이란 바로 여러분이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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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에 건설된 ●●●●●에 있는 그 댐은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특징인,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댐이었다고 한다. 다른 댐과 비교해서 딱히 볼거리가 있는 댐은 아니었고, 오히려 자살 명소로 지명도가 더 높았다. - P-1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에 가보려고요."
오자와 군은 말했습니다.
저는 물론 말렸습니다.
그래도 그는 가버렸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오자와 군을 찾고 있습니다.
정보가 있으신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에 가보려고요."
오자와 군은 말했습니다.
저는 물론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달 후, 그는 죽었습니다.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A씨가 이제 좀 질렸다 싶던 때, 갑자기 화면 속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당신도 빠져나오십시오."

그 기세 그대로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에 가보려고요."

물론 저는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버렸습니다.
두 달 후, 그는 죽었습니다.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나? 나는 말이지, 호러 작가니까 뜻밖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령은 믿지 않아요.
오랜 세월 호러 작가로서 쌓아온 경험에서 내린 내 지론이지만, 유령이란 건 사람의 공포심이 만드는 거야.

공포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 그 자체가 공포를 키우니까. 그 막연한 공포감을 공유하기 위해 춤추는 인체 모형이라는 엉터리 공통 인식을 만들어 내는 거야.

공포의 대상은 전국 공통이지만,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여 이름을 바꾸어가며 전승되기도 해요.

메리26는 집 전화가 없어진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때로는 문자 메시지로 연락하지. 이젠 뭐, 메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괴담 자체가 없어졌는지도 모르지만,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 남을 거야.

26일본의 도시 괴담에 등장하는 인형의 이름. 소녀가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메리’란 이름의 외국산 인형이 끊임없이 소녀에게 전화를 걸어온다는 류의 이야기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에 가보려고요."
저는 물론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버렸습니다.
두 달 후, 그는 죽었습니다.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편집부는 그녀가 먹은 식사에 어떤 약물이 섞여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아 그 후 교단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교단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도 폐쇄돼 있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중에서

책, 그 이상의 가치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일본에는 여전히 위험한 사교 집단이 많이 숨어 있다.

어느 집단이든 웃는 낯으로 서민들에게 접근하면서 사실은 세뇌와 금전 착취 같은 범법을 저지르고 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본지는 계속해서 악랄한 사교 집단이 숨기고 있는 어둠을 파헤치고자 한다.

그렇다니까. 희고 큰 원숭이. 우리가 어릴 적엔 "늦게까지 나돌아 다니면 마시라사마가 신부로 데려간다" 하고 어른들이 을러댔지. 미신 믿는 아재들은 감 따는 철이 되면 감을 공물로 바치러 갔고.

남성: 그 마시라사마를 실제로 본 적은 있습니까?
여성: 뭔 소리람. 그럼 댁은 부처님을 본적 있나? 그런 건 미신이야.

아뇨, 두 달 후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게 정확합니다.
오자와 군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편집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가 더는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던 저는 ●●●●● 댐에서 그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는 익사체로 발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면식이 없는 여성과 함께.
두 사람의 시신은 웃고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감나무 문답
남자가 "당신 집에 감나무 있소?"라고 물어. 그러면 여자가 "있어요. 마침 감이 맺혔네요"라고 대답해. 그러면 또 남자가 "그 감을 받아도 되오?" 하고 묻지. 여자는 "예, 따주셔요"라고 대꾸하는 거야. 물론 실제로는 감 같은 거 없어도 돼.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마음이 있는지 확인하는 풍습이야.

저는 이미 죽은 오자와 군을 찾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퍼뜨리기로 했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정말로 이것으로 끝입니다.
저는 더는 쓸 말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써버렸습니다.
●●●●●가 어디든,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너무나 강한 연을 맺고 말았습니다.
이제, 끝입니다.

지금 제게는 여자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습니다.
여자에게 용서받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남자아이가 보입니다. 저기, 방구석에 서서 저를 보고 있습니다.
요컨대 그런 거겠죠.
여러분,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찾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사적으로 옛 수도권을 아우르는 지역의 관습적인 명칭인 긴키 지방은 현대에서는 일반적으로 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나라현, 와카야마현의 2부 5현을 가리키며, ‘서일본’을 가리키는 ‘간사이 지방’과도 대체로 겹친다. 다시 말해서 일본 여행에 익숙한 독자라면 낯설지 않은 곳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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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빛내면서 장래의 포부를 이야기하는 E씨의 모습을 보고 오자와 군은 속이 순박한 친구가 도회지 인간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금세 간파했습니다. - P-1

거액의 회원비를 뜯길 우려가 있다는 점, 다단계 사기 집단에 연루돼 파산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E씨는 도무지 듣지를 않았습니다. - P-1

오자와 군에게는 E씨를 말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자와 군은 E씨가 그 동아리에서 착실히 활동하기를 빌면서 E씨와 거리를 두기로 했습니다. - P-1

오자와 군이 거리를 둘 필요도 없이, 이후 반년쯤 대학에서 E씨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수업도 거의 출석하지 않았나 봅니다. - P-1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무서운 이야기란 거요. 그게 진짜라면 체험한 사람한테는 정말로 불행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데 뭘 만드는 쪽에 있는 사람은 어딘가 점점 마비되는 부분이 있나 싶고….

저도 당사자가 된 이후에는 호러 관련 콘텐츠와는 부쩍 멀어져 버렸네요.

"살아 있는 걸 기르세요.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후 어떻게 할지는 댁이 정하세요."

그리고 점원은 함께 키우라며 새우도 권했습니다. 아세요? 새뱅이라는 민물 새우는 송사리와 함께 키우면 송사리가 먹고 남긴 걸 먹어서 수질을 정화해 주니 공생 상대로 좋다고 합니다.

딱히 제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멀리서 저를 물끄러미 보기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못 본 척하기로 했습니다.
졸업 연구를 하며 들은, 영감이 있는 사람이 말했던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게 제일 낫다’라는 말을 실천한 거죠.

지금은 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 강아지예요.
남자애요? 예, 지금도 보입니다. 거기 창에서 보이는 큰길 맞은편에요. 이쪽을 보고 있네요. 안 보이세요? 그렇군요. 하하.

일본에서 미확인 생물이 UMA냐 요괴냐 하는 논쟁은 히로스에 료코가 배우냐 아이돌이냐 하는 논쟁만큼이나 무의미하다.

갓파가 자신을 UMA로 부르건 요괴로 부르건 신경 쓸 리 없지 않은가? 우리 같은 매스컴이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의가 내려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스컴이란 어지간히 죄가 깊은 장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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