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거리는 시중의 수많은 명소를 장식하는 벚나무 봉오리가 부풀어 거리 전체가 엷은 벚꽃색 구름으로 범벅이 되었다. 1년 중에서 가장 즐겁고, 아름다운 계절인데,

――더부살이, 더부살이, 더부살이라니!

괴로운 적은 있었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무서운 일을 당하거나, 이미 벌어진 일이라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고 슬퍼진 적은 있지만,"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혼다마게本多髷
성인 남자의 머리 모양 중 하나. 혼다 다다카쓰(本多忠勝)의 가신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최초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카야키
에도 시대에 남자가 이마에서 머리 한가운데에 걸쳐 머리털을 밀었던 일. 또는 그 부분

잇폰돗코(저렴한 하카타오비)一本独鈷 독고(独鈷)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견직물. 하카타(후쿠오카)에서 생산된다

짓켄다나十軒店
현재의 도쿄 주오구 니혼바시 무로마치 3·4번가에 있는 큰길의 이름. 인형을 파는 가게가 열 곳(十軒) 있었던 것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나이카다花筏
직역하면 ‘꽃뗏목’. 꽃이 져서 수면에 떠 흘러가는 것을 뗏목에 비유한 말이다

보차棒茶
구키차(茎茶)라고도 한다. 차나무의 어린 가지, 찻잎 줄기, 어린 줄기를 섞어서 만든다

히나마쓰리
매년 3월 3일에 여자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이의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며 인형과 세간 용품 등을 꾸미는 것

기숙료라는 것은 상가商家의 별택이다. 가족과 고용인이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쉬게 하기도 하고, 화재나 수해로 본택을 못 쓰게 되었을 때의 피난처로 삼는 등, 용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은퇴한 전 주인의 거처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주인이나 작은 주인이 몰래 첩을 두고 있다가 들켜 큰 소동이 일어날 때도 있다.

직할지
구라이리치(蔵入地). 에도 시대에 연공을 영주의 곳간에 직접 납부하던 영주의 영지였던 마을

다이칸代官
에도 시대에 막부의 직할지를 다스리던 지방관. 또는 영주가 연공 징수와 지방 행정을 맡게 하던 관리

에비스
칠복신 중 하나. 오른손에 낚싯대를, 왼손에 도미를 안은 그림이 많으며 바다, 어업, 상가의 수호신이다

대흑천大黑天
두건을 쓰고 한 손에 요술 방망이를 들었으며 다른 쪽 어깨에 큰 자루를 짊어지고 있는 복덕의 신이다. 에비스와 더불어 칠복신 중 하나

구라이리치蔵入地
그곳에서 나는 수확이 그대로 영주의 수입이 되는 직할 영지

"외모를 팔아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고 분명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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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의 흙은 쇠 기운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마가케무라 마을보다 더 먼 마을에서 씨나 묘목을 팔러 오는 행상꾼 노인이 가르쳐 주었다.

"이건 청과다. 익혀도 파랗고 떫고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지."

식용은 아니지만 이곳처럼 다루기 어려운 흙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작물이라고 한다.

나나쿠사 죽
七草粥 정월 이렛날 먹는 죽. 미나리, 광대나물, 떡쑥, 냉이, 별꽃, 순무, 무 등 봄의 대표적인 일곱 가지 풀을 넣어 만든 죽으로, 이날 이것을 먹으면 만병을 예방한다는 풍습이 있다

가가미와리鏡割り
가가미비라키(鏡開き)라고도 한다. 정월 11일에, 설에 신불에게 올렸던 가가미모치 떡을 내려서 떡국이나 단팥죽으로 만들어 먹는 행사

이로리
마룻바닥을 네모지게 파내고 난방·취사용 불을 피우게 만든 장치

남의 집 부녀의 모습, 미카마야의 주인과 딸 오사요의 괴로움과 불만을 알고 나서야 자신의 아버지 다케마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 미안해요.

이 세상은 여자에게 그렇게까지 괴롭고 살기 힘든 곳일까.

"할아버지는 묘목이나 씨를 소중하게 키워 준다면 지옥의 도깨비와도 사이좋게 지낼 거라고 말하곤 했어요."

"부처님을 섬기고 불도를 걷는 방법을 너는 잘못 알고 있어."
출가만이 불도를 걷는 게 아니다. 실제로 로쿠스케는 승려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나쓰를 구해 주지 않았는가.

"너는 네 자리를 지키고 속세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함으로써 충분히 불도에 귀의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립다. 로쿠스케는 만사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어하고 즐기며 세상을 살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할아버지였다.

"이곳은 옛날에 사람을 잡아먹는 커다란 지네의 소굴이었어요. 언덕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동굴은 커다란 지네가 드나든 흔적이지요. 이곳의 흙에는 커다란 지네의 독이 배어 있었어요. 지네는, 열심히 일하며 오늘을 착실히 살아가고, 다가올 내일에 희망을 품고 있는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아요. 하지만 의심하며 뒤를 돌아보고 원망이나 분노에 사로잡혀 버리면 어두운 마음을 숙주로 삼아 되살아납니다."

일단 되살아나면 그 모습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점점 거대해져서 두 번 다시 퇴치할 수 없게 되고 만다. 괴물이란 그런 것이다.

"이 청과는 먹을 수 없지만 쓸모가 있는, 평범한 청과예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어요."

청과로 보인 것은 불상의 머리 부분이었다. 무구武具를 들고 광배光背를 진, 부동명왕 상이었다.

"그 상이, 우린보 님이셔요."

――동천암을 닫는다면 부처님의 벌을 받을지도 몰라요. 부동명왕은 불도를 거스르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센소지
浅草寺 도쿄 아사쿠사에 있는 천태 계열의 절. 628년에 강에서 나타난 관음상을 모신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게다시蹴出し
여성이 속치마 위에 겹쳐 입는 옷. 기모노 옷자락을 올리고 걸을 때 속치마가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입는다

세상사 인과의 실. 가로세로로 교차하며 서로 겹치는 생각과 바람. 그 안에서 생명은 태어나고 행복도 불행도 생겨난다.

아이는 보물이다. 이 세상이라는 밭의 고귀한 열매다. 고맙다, 고맙다. 우린보 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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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학사-오지영
.새세상을 꿈꾼 민중을 기록하다.
.대광문화사판 오지영의 동학사 세로쓰기, 한자 많음, 어떻게 읽나 한숨만 나왔으나, 금일 교보문고에서 지나가다 우연히 해설본(서울대 김태웅 교수 역해) 발견(2024.12.18. 펴냄),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일단 기쁜 마음에 취득.

2.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1, 2.-김용옥

3. 연행사의 길을 가다-서인범
.압록강을 넘은 조선 사신, 역사의 풍경을 그리다,

4.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서인범
.항주에서 북경까지 2,500km, 운하길 위의 중국 역사문화 대장정, 최부의 표해록 답사기, EBS 세계테마기행 방영

5. 표해록-최부
. 조선 선비 중국을 표류하다. 제주에서 중국까지, 조선 사대부의 아주 특별한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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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명왕
오른손에 칼, 왼손에 오라를 잡고 성난 얼굴을 한 불교 팔대 명왕의 하나

대일여래의 화신이라고 하는 부동명왕이다.

청과(울외-참외)밭에 묻혀있던 象이라서 청과부동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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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간다. 때로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사랑의 아름다움을, 사라져 가는 영혼의 애틋함을, 모든 것을 다 태우고도 여전히 연기를 내며 남아 있는 증오의 끈질김을.

그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시마야의 별난 괴담 자리는 계속될 예정이다.

청과 부동명왕 | 미야베 미유키 저자, 김소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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