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덕의 흙은 쇠 기운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마가케무라 마을보다 더 먼 마을에서 씨나 묘목을 팔러 오는 행상꾼 노인이 가르쳐 주었다.
"이건 청과다. 익혀도 파랗고 떫고 딱딱해서 먹을 수가 없지."
식용은 아니지만 이곳처럼 다루기 어려운 흙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작물이라고 한다.
나나쿠사 죽 七草粥 정월 이렛날 먹는 죽. 미나리, 광대나물, 떡쑥, 냉이, 별꽃, 순무, 무 등 봄의 대표적인 일곱 가지 풀을 넣어 만든 죽으로, 이날 이것을 먹으면 만병을 예방한다는 풍습이 있다
가가미와리鏡割り 가가미비라키(鏡開き)라고도 한다. 정월 11일에, 설에 신불에게 올렸던 가가미모치 떡을 내려서 떡국이나 단팥죽으로 만들어 먹는 행사
이로리 마룻바닥을 네모지게 파내고 난방·취사용 불을 피우게 만든 장치
남의 집 부녀의 모습, 미카마야의 주인과 딸 오사요의 괴로움과 불만을 알고 나서야 자신의 아버지 다케마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 미안해요.
이 세상은 여자에게 그렇게까지 괴롭고 살기 힘든 곳일까.
"할아버지는 묘목이나 씨를 소중하게 키워 준다면 지옥의 도깨비와도 사이좋게 지낼 거라고 말하곤 했어요."
"부처님을 섬기고 불도를 걷는 방법을 너는 잘못 알고 있어." 출가만이 불도를 걷는 게 아니다. 실제로 로쿠스케는 승려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나쓰를 구해 주지 않았는가.
"너는 네 자리를 지키고 속세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함으로써 충분히 불도에 귀의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립다. 로쿠스케는 만사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어하고 즐기며 세상을 살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할아버지였다.
"이곳은 옛날에 사람을 잡아먹는 커다란 지네의 소굴이었어요. 언덕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동굴은 커다란 지네가 드나든 흔적이지요. 이곳의 흙에는 커다란 지네의 독이 배어 있었어요. 지네는, 열심히 일하며 오늘을 착실히 살아가고, 다가올 내일에 희망을 품고 있는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아요. 하지만 의심하며 뒤를 돌아보고 원망이나 분노에 사로잡혀 버리면 어두운 마음을 숙주로 삼아 되살아납니다."
일단 되살아나면 그 모습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점점 거대해져서 두 번 다시 퇴치할 수 없게 되고 만다. 괴물이란 그런 것이다.
"이 청과는 먹을 수 없지만 쓸모가 있는, 평범한 청과예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어요."
청과로 보인 것은 불상의 머리 부분이었다. 무구武具를 들고 광배光背를 진, 부동명왕 상이었다.
"그 상이, 우린보 님이셔요."
――동천암을 닫는다면 부처님의 벌을 받을지도 몰라요. 부동명왕은 불도를 거스르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센소지 浅草寺 도쿄 아사쿠사에 있는 천태 계열의 절. 628년에 강에서 나타난 관음상을 모신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게다시蹴出し 여성이 속치마 위에 겹쳐 입는 옷. 기모노 옷자락을 올리고 걸을 때 속치마가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입는다
세상사 인과의 실. 가로세로로 교차하며 서로 겹치는 생각과 바람. 그 안에서 생명은 태어나고 행복도 불행도 생겨난다.
아이는 보물이다. 이 세상이라는 밭의 고귀한 열매다. 고맙다, 고맙다. 우린보 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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