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이사와야로 돌아가 주면 돼요. 그리고 된장 도매상의 회합이든, 마치부교소(에도 시대에 시중의 행정, 사법, 소방, 경찰 등의 직무를 맡아보던 마치부교를 설치한 곳)든, 어디든 좋으니 신고를 해 주세요."
마치부교소 에도 시대에 시중의 행정, 사법, 소방, 경찰 등의 직무를 맡아보던 마치부교를 설치한 곳
"촌장의 아내가 그런 기개 없는 짓을 할 수는 없어. 촌장님이 돌아올 때까지 방패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게 내 역할이다."
이치몬은 말문이 막혔다. 요코시마 영지 내를 돌아다니며 어엿한 사내, 어엿한 상인이 되었다고 여겼지만 누군가의 ‘방패가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한텐 직공이나 점원이 입는 상의. 옷깃이나 등에 옥호, 가문 등을 표시하기도 했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의 고마움을 도미지로는 곱씹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확실하게 들어야 한다.
"그런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건 아니잖은가? 이치몬 씨는 무사히 이사와야로 돌아가서 마을 사람들을 구했겠지?"
부탁이니 그렇게 말해 주게.
나누시 에도 시대에 한 마을의 민정을 담당하던 관리
구니가로国家老 영주의 최고 가신. 에도 시대 때, 영주가 참근교대 근무를 위해 영지를 떠나 에도에 가 있을 때 영지를 대신 맡아 다스리던 가로를 말한다
야마부교소山奉行所 산림에 관한 여러 일들을 관리, 감독하는 관청
메쓰케目付 비위(非違)를 감찰하고 주군에게 보고하던 무가(武家)의 감찰관
"그렇지. 이야기하면서 웃고, 거기에 담긴 무서움, 슬픔, 괴로움 따위를 정화한다고 할까."
――물고기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몬 씨도 할 수 있어. 그렇지?
기모이리 회합에서 책임자 또는 간사 역할을 맡은 사람
돈야바問屋場 에도 시대 역참에서 사람과 말을 관장하던 사무소
핫슈마와리八州廻り 에도 막부의 관직명. 간토 지방의 농촌 치안 악화에 대응하고 농촌 지배를 강화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간토 지방 다이칸의 부하 중 8명을 뽑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경찰 활동을 하게 했다
"오빈은 살해된 마을 사람들의 원통함이 원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하네. 그러면 아무도 성불할 수 없으니까. 뭐, 나도 알아. 그 이치도 알지만, 하지만 원수를 갚는다거나 복수를 한다는 것은 겉만 번드르르한 이치를 뛰어넘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읽을거리, 이야기는 그런 증거를 마음의 눈에 비추기 위해 만들어진다. 언제였던가, 세상에는 어째서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 걸까? 하고 물은 도미지로에게 간이치는 그런 대답을 해 주었다.
――책은 세상에 있어야 할 증거를 싣는 배 같은 것입니다.
몬자부로, 잘 기억해 두어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야."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란다.
"경솔한 짓을 해서 원한을 사지 마라. 자신의 목숨도 남의 목숨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받은 은혜는 잊지 마라. 직접 은인에게 갚지 못해도 세상에 갚으면 된다."
――네 조상님은 단단 인형의 신기하고 귀한 힘이 지키고 보호해 줄 만큼 훌륭한 사내였다. 앞으로 한시도 그걸 잊지 말고 살아가거라.
"아울러 네 인생 속에서 만에 하나, 발바닥으로 간이 흘러나가 버릴 정도로 무서운 기분이 드는 일과 맞닥뜨려도,"
결코 포기하거나 용기를 잃지 마라.
날씨 좋은 가을날, 가게 문을 열고 잠시 번다한 시간을 보내던 도미지로가 외출을 준비하는 중이다.
"덴가쿠田楽 두부를 직사각형으로 잘라 꼬치에 끼우고, 된장을 발라 구운 요리
네쓰케 돈주머니나 담배 쌈지 등을 허리에 찰 때 허리띠에 지르는 끈 끝에 매달아 허리띠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작은 세공품
하나마키花巻 이와테현 남부에 있는 도시의 이름
진狆 몸집이 작고 이마가 튀어나왔으며 털이 긴 일본 토종개의 일종으로, 성격이 온화하고 체취가 적어 예로부터 실내에서 키우는 애완견으로 사랑받아 왔다
조금 아쉽다. 인형에는 사람의 혼이 깃든다. 용기도 깃든다. 그래서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킨다. 그렇게 말을 꺼내어 가게 주인과 한바탕 이야기해 보고 싶다.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슈奥州 현재의 아오모리현, 이와기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을 가리키는 옛 지명
짓토쿠 에도 시대에 한학자, 화가, 의사 등이 입던 나들이옷
시키세 仕着せ 주인이 부리는 사람에게 철 따라 해 입히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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