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요. 외박했다고 해도 언제나 하룻밤 지나면 돌아왔다구요." 요시코가 말하는 ‘외박’을 미사오는 ‘가스빼기’라고 불렀다. ― 가끔씩 가스빼기를 하지 않으면 난 정말 폭발해 버릴 것 같아.
도시유키는 무엇을 위해 일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가족 셋이 여행을 간 적도 한 번밖에 없다. 유카리를 데리고 가벼운 기분으로 동물원이나 유원지에 놀러 간 적도 손에 꼽을 정도다. 잔업은 연일이고 철야 작업도 결코 드물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일을 했는데 경제적으로는 빨리 죽은 편이 이득이었다는 말이다.
한윤희: 염정아, 이쁘다숨겨줘재워줘먹여줘몸줘왜가니, 니가.잘가라. 이 바보야오현우: 지진희, 바보. 지진아그때는 자기만 행복하면 왠지나쁜 놈이 되는 시대였거든
여자란 정말 열이 받을 정도로 양식이 풍부하다 ― 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꽃병 파편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매끈한 여행용 가방이었다.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고 이름표도 없다. 간신히 ‘샘소나이트’라는 메이커 이름을 읽었을 뿐이다.
채워져 있는 것은 전부 일만 엔짜리 지폐였다. 세로로 세 줄, 가로로 다섯 줄. 다발이지만 돈띠는 없고 고무밴드로 묶여 있다.
"이렇게 되다니, 취하지라도 않았으면 있을 수 없어."
아침에 일어나 모르는 남자와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둘 다 나란히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해 낼 수 없어진데다 팔에는 묘한 번호가 적혀 있고 또한 한 사람은 죽을 것같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것을 그녀는 ‘부끄럽다’고 한 것이다.
근육질의 팔꿈치 바로 안쪽에 숫자와 기호가 늘어서 있다. ‘Level 7 M ―175 ― a’
두 사람은 거울에 비친 듯이 같은 자세, 같은 안색으로 마주했다. 그녀도 또한 입을 벌리고 파자마 차림에 맨발로 바닥에 서 있다. 일단 그가 말했다.
파자마 아래에 속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을 지금 알아차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