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책상 위에는 도쿄의 구역 지도, 총 23구 중 미나토(港) 구의 지도가 두 장 놓여 있다. 오래된 쪽은 쇼와 28년(1953년)에 발행된 것이고, 최근 것은 같은 출판사에서 발행한 쇼와 48년(1973년) 판이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느냐 하면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더없이 무서운 사건의 무대가 된 ‘목매다는 집’이 있는 병원 고개가 아자부와 시바의 경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근은 고개가 무척 많아서 지금 눈앞에 펼쳐놓은 두 지도를 보아도 교란(魚籃) 고개라든지 이사라고(伊皿子) 고개, 메이코(名光) 고개나 산코(三光) 고개, 쇼쓰코(蜀江) 고개. 의사외전(義士外傳)*으로 유명한 <난부 고개에서의 눈의 이별>의 난부(南部) 고개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그 외에 센다이(仙台) 고개, 메이지(明治) 고개, 신(新) 고개, 야쓰코(奴) 고개, 다누키(狸) 고개 등등 일일이 셀 수 없는데, 개중에는 구라야미(暗闇) 고개라는 희한한 이름도 있다.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문제의 고개는 교란 고개 근처에 있다. 이 고개에도 에도 시대부터 불린 유서 깊은 이름이 있지만, 고개 중턱에 큰 병원이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병원 고개’라고 불리게 되었다. 나도 이 불길한 이야기 속에서는 이 이름을 쓰기로 한다. 이 병원이야말로 이 이야기 속에서 큰 무게를 지니고 있으니.

역시 이렇게 거리 이름을 정리하고 구획을 정비함으로써 우편배달에는 편리해졌겠지만 복고취향인 나로서는 오래된 유서 깊은 지명이 차례차례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워서 견딜 수 없다.

게다가 도로가 확장되어가는 모습은 어떠한가. 그러고 보면 쇼와 28년 지도에는 부흥계획 노선이라고 칭하고 가는 곳마다 30미터, 50미터의 예정 노선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게 거리든 묘지든 공원이든 가차 없이 갈라져 있다.

역시 이런 쪽이 합리적이고 만일의 경우 피난수단이 될지도 모르지만 거리라는 게 성립되려면 그 또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분리시켜버리면 어쩌자는 거냐고, 언젠가 서글픈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48년 지도를 보면 그 예정 노선들은 태반이 실현된 모양이다. 여기서 일본인의 왕성한 에너지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그 후 어디로 갔을까. 또 이 넓은 도로의 선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정말 쾌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분리시켜버리면 어쩌자는 거냐고, 언젠가 서글픈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 48년 지도를 보면 그 예정 노선들은 태반이 실현된 모양이다. 여기서 일본인의 왕성한 에너지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퇴거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그 후 어디로 갔을까. 또 이 넓은 도로의 선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정말 쾌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28년의 지도와 현대 지도를 비교해보고 알아낸 사실은 노면전차가 자취를 감추고 지하철이 종횡으로 달리게 된 것과 신칸센, 도쿄타워와 모노레일의 출현이다. 신칸센은 지금은 일본의 자랑이 되었고, 도쿄타워는 도쿄의 명물이다. 지방에 사는 내 손자는 도쿄에 오면 일부러 모노레일을 타러 간다.

모든 것은 전후 30년에 걸쳐 일본의 경이적인 발전을 뜻하는 상징일지도 모르지만, 나이가 들고 매사에 맥아리가 없어 자칭 ‘기누타(砧)의 은거노인’이라 하는 나로서는 그런 것들이 실속 없는 고도성장의 사생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선생님은 제 공명담을 쓰실 때 자주 발단이나 대단원이라는 말을 쓰시죠. 발단이라는 말은 괜찮은데 대단원이라는 건 어떨까요? 저는 그 문장을 볼 때마다 항상 거부감을 느껴요. 대단원이라는 말은 끝을 의미합니다. 제가 다룬 사건에 관한 한 제가 해결한 것이 틀렸다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 끝났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흔히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그 말을 안 믿어요. 사건 그 자체는 해결해도 그 순간 거기에서 또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저는 항상 불안하고 두려워서 참을 수 없게 돼버려요."

"그의 뇌세포 속에서 사건이 해결에 가까워졌을 때 긴다이치 코스케는 구제할 길 없는 고독의 그림자에 사로잡힌다"라고.

분명 그는 사건 그 자체를 해결해도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아니, 그뿐 아니라 거기에서 또 새로운 드라마, 그가 해결한 사건보다 한층 무서운 사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데쓰마로서는 그런 인물이 장인이 되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나 아버지가 강요하자 별 반대는 못했던 모양이다. 다쿠마 입장에서야 학구적인 아들에게 이런 수완이 좋고 이재에 밝은 후견인을 붙여주고 싶었던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일이 호겐 일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쇼와 28년 당시 살아 있던 호겐, 이가라시 양가 사람들의 나이를 여기에 적어두도록 하자. 덧붙이자면 전부 만이 아닌 그냥 나이이다.

호겐 야요이 65세
유카리 22세
이가라시 시게루 20세
미쓰에 56세

그리고 바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텁수룩한 머리카락에 쭈글쭈글하게 구겨진 베레모를 뒤집어쓰고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도시의 황혼 속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어떤 나무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낡고 울퉁불퉁한 지팡이를 오른손에 들고.

예감은 있었다, 뭐랄까 불길한.

하지만 이것이 그처럼 무서운 피비린내 나는 사건으로 전개되리라고는 긴다이치 코스케도 아직 몰랐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거기에는 뭔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어금니에 뭔가 낀 듯한, 혹은 구두를 신은 채 가려운 발을 긁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한 가지, 귀환한 후의 하루오의 몸에는 굉장히 큰 특징이 있다고, 하루오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어 오른손 손가락을 두 개 잃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제 25장에서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이름의 연원을 확인할 수 있다.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는 아이누 어 연구로 이름이 높은 언어학자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京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긴다이치 코스케 스스로가 그렇게 밝히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인이 큰 엉덩이를 일으키려는 것을 긴다이치 코스케는 당황해서 만류했다.

"뭐, 전자의 경우는 그렇게 심한 불륜도 아니에요. 게다가 그런 사람들의 신경은 우리 서민하고 달라서 그런 데 대해선 의외로 느슨하지 않습니까? 옛날 역사를 보면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 숙부와 조카딸이 통정한다든지 숙모와 조카가 부부가 된다든지, 자식의 부인에게 손을 댄다든지……."

이 여자도 다마무시 백작의 별장으로 일을 거들러오지만 않았다면 좀 더 다른 삶을 살았을 게 분명하다. 그 여름의 하루 정사야말로 악마의 손톱처럼 그녀의 생애를 잡아 찢었던 것이다.

다마무시 백작의 별장에서 강간이나 다름없이 당하고 임신해서 사요코란 딸을 낳았다. 그 일이 이 여자의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끝내 그 목숨까지 앗아 가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열아홉이 된 미네코는 겨우 여체의 비밀을 알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녀는 최근에서야 어머니의 육체가 항상 불처럼 타오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불길을 가라앉히려면 메가 박사 같은 기름진 남성이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번째로 그것은 당시 주목을 받고 있던 사양족 사이에 일어난 살인사건이었다.

두 번째로 그 사건은 당연히 과거에 있었던 츠바키 자작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것은 당시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층 거슬러 올라가 전대미문의 천은당 사건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경찰들을 극도로 긴장시켰던 것이다.

그 이후 경부는 묘하게 세속에 구애됨이 없이 유연한 더벅머리 남자를 존중하게 되었다.

"달빛이 비친 순간 그 사람의 입에 닿아 있던 플루트가 번쩍 빛난 것 같았어요. 그건…… 그건…… 황금 플루트였어요. 주인어른이 평소 애용하셨던 황금 플루트…… 그리고…… 그리고…… 주인어른과 함께 행방불명된 황금 플루트……."

전에도 말했듯 세상에 이만큼 추한 여자도 없지만, 또 한편으로 세상에 이만큼 위엄에 가득 찬 여자도 없다. 이마가 나오고 눈알이 튀어나오고 코가 찌부러지고 입이 크고, 게다가 얼굴이 주름살 투성이인 게 마치 낡은 걸레 같다. 하지만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아름답게 쓸어 올리고 작은 상투를 뒤통수에 붙인 모습이든, 성긴 줄무늬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양손을 무릎 위에 포갠 채 두 사람의 얼굴을 흘겨보는 눈매든, 대군을 호령할 법한 기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봄 천은당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서 엄한 취조를 받았던 일이 있었어요."

긴다이치 코스케는 깜짝 놀라 양손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움켜잡았다.

"사실 몇 번인가 수정된 천은당 사건 범인의 몽타주 사진은 아버지와 꼭 닮았어요. 그것은 불행한 사건이었어요. 하지만……하지만…… 경찰이 아버지에게 눈을 돌린 계기는 그 때문이 아니에요. 누군가 아버지를 경찰에 밀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누군지는 몰라요. 하지만 그저 알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우리 집 사람인 게 분명하다는 거죠. 같은 저택에 살고 있는, 츠바키, 신구, 다마무시 세 가족 중 누군가가 틀림없다는 말이에요."

아무렴 귀족의 몸인데, 비참하기 그지없는 대사건의 용의자로 주목받다니!

그는 거기서 몰락해 가는 계급의 잔혹한 운명을 뇌리에 아로새겼고, 뱃속이 납처럼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미네코야, 이 집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그놈이 날 밀고했어, 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 부인을 처음 본 순간, 뭐랄까 몸 안이 근질근질해지는 것 같은 불건전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키코는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조화와 같은 아름다움이다. 그림에 그린 미인처럼 덧없는 것이었다. 아키코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 웃는 얼굴은 빛날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하도록 학습한 것 같은 웃는 법이다. 아키코의 눈동자가 코스케 쪽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훨씬 먼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눈매였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어제 미네코가 한 말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굉장히 감정이 예민한 사람이에요. 바로 암시에 걸려버리거든요.

"저도 잘 모르지만 아버지의 의도는 전후의 세태를 가리키는 거 아닐까요. 전후의 이 엉망진창인 세상…… 아버지는 그것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부는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쇼와 22년 9월 30일.

아자부 롯폰기에 있는 츠바키 히데스케 자작의 저택에서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발견된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흔히 그렇듯 묘하게 찌무룩한, 그러잖아도 기분이 가라앉게 만드는 잿빛으로 흐려진 아침의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