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연암 박지원, 형암 이덕무가 등장
18세기 지식인들의 문예공화국
이덕무; 아정, 형암, 청장관, 동방일사 다양한 호를 사용
2권부터는 홍대용, 박제가, 이서구, 유득공 이들도 나올까, 읽어보지요
선노미가 고개를 들어 빤히 선비의 얼굴을 살폈다. 큰 키에 붉은 얼굴, 광대뼈가 두드러진 50대 남자. 얼마 전 병약한 인상의 선비와 함께 주막에서 술을 마셨던 사람이 틀림없었다. 그때 상대방은 이 선비를 연암이라고 불렀다.
“내 지인들은 다들 괴짜라 네가 끼는 걸 반대하지 않을 게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치들이 더 많겠지.”
선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 모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소를 가르쳐 줄 터이니 열흘 뒤 다음번 모임에 우리 집으로 오거라. 그리고 이야기가 일단락됐으니 이제 음식을 주문하도록 할까. 주모, 장국밥 한 그릇 주시오.”
삼개주막 기담회는 그렇게 뚝딱 만들어졌다.
삼개주막은 한양 도성에서 서남쪽으로 약 십 리쯤 떨어진 마포나루 어귀에 있었다. 마포나루, 혹은 삼개나루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강을 거슬러 오는 장삿배들과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엔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괴이하고 신기한 기담도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털어놓고 간 그 많은 기담은 그동안 선노미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였는데, 오늘 선비가 후, 바람을 넣고 간 뒤로 비로소 숨결을 머금고 새록새록 자라기 시작했다.
삼개주막 기담회 | 오윤희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