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야, 향아, 순이야, 금아, 은아, 내 딸들아. 오는 길이냐?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건강하게 돌아오너라. 돌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고향이란다. 돌아오라고 말하는 곳이라 고향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라도 여기서 소리치마. 한 사람이라도 기다리고 있으니 누가 뭐래도 이곳이 너희의 고향이란다.
길이 험하더냐. 발 딛기 힘들 정도로 길이 거칠더냐. 땅이 모질더냐. 날이 궂더냐. 오다가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았느냐. 조금 늦는 건 괜찮으니 돌아오더라도 꼭 안전한 길을 골라오렴. 따듯하고 푹신한 곳에선 잠시 쉬고 몸을 추스르렴. 한숨 푹 자다 일어나렴. 돌아오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자리 잡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다 오렴. 늦게라도 좋으니 꼭 무사히 돌아오너라.
돌아올 길을 밝히고 있을 터이니.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대장장이 집안 여자라면 불을 지피는 것뿐 아니라 불을 다룰 줄도 알아야 한다."
과묵한 아버지가 입을 열 땐 불 얘기뿐이었다.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연화의 두 번째 불은 갑이의 도깨비불이었다.
도깨비불은 불 중에서도 가장 묘하고 매혹적이었다. 도깨비불을 잡아둔다면 아침이 올 때까지 어둠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딱 한 번 연화가 손안에 불을 잡은 적이 있었다.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눈부시도록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주전자에 불을 담고 얼른 뚜껑과 입구를 막았다. 그 순간, 푸른 불은 갑자기 연기처럼 꺼져 흩어졌다. 도저히 가둘 수 없는 불을 쫓다 아침이 오는 줄 모를 때가 많았다.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그러던 어느 밤, 아슬아슬하게 불을 놓친 순간 또래 소년의 모습을 한 남자애가 나타나더니 낄낄댔다.
"나랑 씨름할래?"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녀석의 가슴 위로 쓰러지나 싶었는데 연화는 지면에 어깨를 찧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니 싸리로 만든 두툼한 빗자루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이 자식이, 어디 가! 아직 안 끝났다고!"
"낄낄낄."
도깨비불에 홀린 거였다.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새벽 여명이 도착하기 전까지 둘은 이름 모를 자가 누운 묘지를 등받이 삼아 나란히 기대어 있곤 했다. 그럴 때면 누가 살아있는 목숨이고 누가 떠나버린 목숨인지 애매했다. 선 그을 수 없는 경계에 몸을 누인 것 같았다.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아무도 없다. 엄마가 그랬어. 내가 조선의 마지막 도깨비래. 조선 사람들은 더는 우리 같은 도깨비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하셨지."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인간들은 순 겁쟁이들뿐이다. 별것 아닌 걸 보고 혼비백산하며 꽁무니를 빼는 걸 보면 가관이라니깐."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너, 인간치곤 꽤 근성이 있구나."

-알라딘 eBook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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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심한 홀아비랑 결혼한다니! 좀 위험하지 않아? 너도 엘시 애슈비가 그를 꽉 잡고 살았다는 거 알잖아." 그녀는 농담 섞어 이렇게 대답했다. "그이도 변화를 일으킬 자유가 조금은 생겨서 기뻤을걸." 이런 관점에서 그녀의 생각은 옳았다.

-알라딘 eBook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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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영 任盈盈, 허청 許晴

영영盈盈
; 단정하고 고운 모양. 아름답게 치장한 모양.

盈盈樓上女 皎皎當窓牖(영영누상녀 교교당창유)
; 곱게 단장한 누각 위의 미인, 훤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창가에 있구나.
<매승枚乘 잡시雜詩>
盈盈當雪杏 豔豔待春梅(영영당설행 염염대춘매)
; 단정하고 고운 것은 눈을 맞은 살구꽃이요, 곱고 아리따운 것은 봄을 기다리는 매화로구나.
<두보杜甫 조화早花>

끊임없는 근심은 생각하지 말고
눈앞의 잔에만 최선을 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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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서 해가 없는 것은 지켜서 변경하지 말고, 관례로서 사리에 맞는것은 그대로 따르고 버리지 않도록 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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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딱딱한 필체를 가진 사람이 글씨는 흐릿하게 쓰다니. 항상 펜에 잉크가 모자라거나 글쓴이의 손목이 너무 약해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희미하게 쓰여 있었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남성적인 곡선에도 불구하고 필체 자체는 너무나 확실하게 여성적이라는 점이다.

-알라딘 eBook <석류의 씨> (이디스 워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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