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수는 출병했던 군사 가운데 둔전병을 뽑아 서쪽으로 진병하게 했다. 이는 다분히 당나라를 의식한 것이다. 번진을 토평하고제나라까지 멸망시켰으니 당나라는당연히 발해를 넘볼 것이다.

뱃머리가 노들섬에 닿자 멀리 암자에서사람들이 달려왔다."정진중이라 저녁 공양 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을 것이옵니다."나이든승려가 암자 뒤편 토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작과 난타뿐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토굴에서 정진하여 불러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황제가 행차하면 마땅히 나와서 알현해야 하는데 그들은 당당했다."정진을 훼방했으니 스님께서 널리 헤아려주시오."

저녁때가 되어서야 토굴에서 참선하던 신작과 난타가 급한 걸음으로 황제를알현했다. 대인수는 좌우를 물리고 마주 앉았다."천하를살펴보니 짐의 능력이 참으로보잘것 없었소. 짐에게 바른말로 논힐하고짐의 모자람을 채워줄 현사가 절실하오."황제가 몸소 먼 길을찾아와 태사 자리를 권하니, 신작은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

"짐이 작정한 것이요, 이미 옥음을 내렸는데 어찌 번복하겠소? 짐이 부덕하여 마땅히 스승을 모셔야 하고 황자와 공주들에게도스승이 필요하오.""신은 한 번도 정사에 참여한 적 없는 백면서생일 뿐이옵니다. 오랫동안 조정대사를 논한 대소신료들에게 염치가없사옵니다. 통촉하옵소서."

"신은 3공의 아랫자리인 사공이면 족하옵니다.""그러면 난타는 어찌 귀하게 쓸 수 있소이까?" "난타는 의술과 마의술에 뛰어나니태의로 삼고 장차 태복경을 맡기옵소서."

"사공은 짐과 황실의 스승이 될 수 없소.그러니 태보로 봉하겠소."이렇게 해서 대인수는 신작을 태보로, 난타를 태의로 명했다.

대인수가 여세를 몰아 곧장 흑수를 토평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흑수를 공격하는 사이 당나라가 변경을 침노할 것을걱정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흉맹한 흑수와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군사를 잃을까 하는 근심에서였다.

"흑수와 월희 군사보다 한 발 빠른 기동력과 작고 가벼우면서도 멀리 나가는 과간편한 양식이 필요하옵니다. 또한 가볍지만 튼실한투구도 만들어야 하옵니다." "과연 짐을 가르칠 만한 스승이오."대인수는 뒤엉킨 실타래가 풀어진 듯 기뻐했다.

"지금까지는 고구려의 전술과 편제로 군사를 다스렸사옵니다. 그러나 기마병 중심으로 기습하고 도주하는 흑수 군사와 응전하기위해서는 5병제를 버리고 10진제로군대를 편제해야 하옵니다. 즉 십, 백, 천,만으로 구별하면 통솔하기 쉽사옵니다."

"통솔하는 무리가 많으면 명령을 내리는자도 많기 마련이옵니다. 명령하는 자가 많으면 규율에 얽매여 공수가 느려지고 손발이 묶여적의 침공을 받게 되옵니다. 지금까지는 장수가 뒤에서 군사를 몰았지만 앞으로는 장수가 앞장서서 군사를 이끌어야하옵니다."

"기마병의 반이나 정진대가 되어야하오?"어느 병법에도 나와 있지 않는 전술로기마병의 반수가 특공대 역할을 하는 것이기이했다.

"전투식량 만드는 묘책이 무엇이오?" "짐승을 잡아 털을 벗기고 잘게 저며 햇빛에 말렸다가 빻으면 양이 얼마 되지 않사옵니다.
그것을 짐승의 오줌보 말린 것에넣으면 좋은 전투식량이 되옵니다. 또한 곡물을 가루 내어 가지고 다니면 그 역시 좋은전투식량이옵니다."

대인수는 난타의 등을 두드렸다."그대의 손에 발해의 운명이 걸렸음을 명심하라. 짐이 죽어 천 마리의 말로 환생할 수만 있다면 발해군마로 태어나 저 광활한 북방을 한없이 달리고 싶다."

대인수는 가볍고 탄력이 좋은 각궁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살의 허릿간 길이와 촉의 무게, 궁깃의 넓이와 오늬의 크기를 매일 바꾸어최대 사거리를 모색하기 때문에수많은 활과 화살이 쌓여 있었다. 대인수가표적을 향해 날린 화살은 자로 잰 듯 표적을 뚫었다. 각궁은무려 백척이나 날았다.사거리를 확인한 대인수는 크게 기뻐하며궁공들에게 사급을 내렸다.

신축(821)년 초가을, 드디어 발해 황제친정군이 사열을 마치고 북방을 향해 진병했다. 이하앙과 장두불이 정예부대를 이끌고 앞서나가고, 전경채의 주홍기사단이 황제를 옹위하고 드넓은 벌을 내달렸다.

지난 전투 때만 해도 황제는 후군을 맡아 전황을 살펴 군사를 투입하고, 이번 전투는 북방 강자 흑수를 상대하기에 황제가몸소 적과응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발해 친정군이 흑수전에 나섰다는 급보를 받은 당나라 조정은 달구와 철리가 힘없이 무너지자 요서를 방비하는 한편 흑수를지원했다. 그래서 많은 운전금과 군마와 병장기를 보냈고, 병법에 능하고 신통술까지부린다는 장수왕시성을 흑수의 장사로 삼아 흑수 군사를돕게 했다.

"예부터 소각(작은 나팔) 소리는 용의 울음소리 같다고 했사옵니다. 적을 교란하기위해 소각과 전고를 삽시에 아우성치게 하면 적의군마는 놀라 날뛸 것이옵니다. 말은 꾀가 많지만 겁이 많은 짐승이어서 폐하의 뜻대로 부릴 수 있사옵니다."

"공격하라!"대인수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무수한 발해 기치가 오르며 펄럭였다. 나팔과 전고소리가 자지러지고 북소리도 콩 볶듯했다.고함소리도 되알졌다. 여기서 두들기면 저기에서 불고, 저기에서 고함치면 여기서두들기는데 마치 지옥의 암굴에서억조창생이 한꺼번에 분탕질하는 듯했다.흑수군 기마병들이 놀란 말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흑수군에 정신없이 도망치던 발해 군사들이 갑자기 뒤돌아섰다. 둔덕 아래 숨어있던 주홍기사단이 먼저 소리화살을 날리자 숨어 있던궁노수들도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마치 하늘에서 검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듯했다. 흑수 군사들은 쓰러지고 뒹굴고비명을 질렀다.
죽어가는 군사들의 비명은애처로웠다.

좌웅과 우웅이 협공을 하자 흑수 군사들의 예기가 꺾였다. 병에는 기가 있는 법, 적군의 전의를 꺾으면 아무리 용맹해도패하게 마련이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달려 성 가까이 당도한 옥작소는 성곽을 쳐다보며 아연실색했다. 흰 바탕에 승천하는 황룡이 새겨진기치가 바람에펄럭이고 있었다. 바로 발해황제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뿐만 아니라황색 바탕에 효포하는 백호가 수놓아진 기치가 성곽 좌우에서힘차게 펄럭였다. 점령당한 게 분명했다.

발해군은 흑수군을 맞아 치열하게 싸웠다. 난전이었다. 그러나 우측에서 장척안의 군사들이 흑수군에게 한바탕 칼부림을하면,
어느새 좌측에서 윤호세의 군사들이한바탕 칼부림을 했다. 분병필패라 했던가.분한 마음으로 악에 받쳐 덤벼들 때는 꽤아귀차게보이지만 오래 못가 전의를 상실하기 마련이었다.

"복건성 성루 위에 백기가 펄럭입니다."뜬금없는 소식이었다. 항복을 뜻하는 백기를 내걸었으면 마땅히 적장이 걸어나와무릎을꿇어야 했다." 지키는 군사는 얼마나 되더냐?" "군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의를 잃고 도망친 듯합니다."

장두불이 명을 내리자 뒤따르던 군사들이 성안으로 달려들었다. 장두불도 곧 그뒤를 쫓았다. 바로 그때 화살이 먹구름처럼날아와발해 군사들을 덮쳤다. 사방에 몸을숨기고 있던 흑수 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땅속에서 기어나오고, 지붕을 뚫고나오고,풀더미를 헤집고 달려들고, 성루에서 뛰어내리는 군사들의 기세는 물 만난 악머구리 같았다.

"남김 없이 도륙하라! 한 놈도 살려두지말라!"흑수군의 함성이 하늘을 흔들었다.발해군은 도망갈 길 없이 독 안에 든 꼴이었다.
저항하면 칼을 맞았고 무릎 꿇으면포박을 당했다.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성안으로 들어갔던 2천 군사는 가을바람에흩날리는가랑잎처럼 나뒹굴었다. 장두불은 적의 칼날 앞에 주검이 되었고, 군사들은 창검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했다. 이런걸 두고 궤멸이라하는 걸까. 도망갈 길이없는 발해 군사들은 손쉽게 항복했고 끝까지 싸우던 군사들은 창졸간에 목숨을 놓았다.

"흑수군이 쫓기는 마당에 호기를 부린것은 말미를 벌기 위함인데 그것을 모르고덤벼들다니 참으로 안타깝소." "드릴 말씀이없습니다."장수들은 장두불의 죽음이 마치 자신들의 책임인 양 어쩔 줄 몰라 했다.

날이 부옇게 밝아오자 신작은 공성을 명했다. 발해의 공성무기가 사정없이 성문을때리고 성루를 부쉈다. 마침내 남문이 불길에•휩싸이더니 무너졌다. 성곽도 일부가 무너져내렸다.옥작소는 수하 기병들을 거느린 채 동문쪽으로 내달렸다. 동문 밖은 창검을 든발해 군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군사를 물린 대인수는 날이 밝자 정탐병을 보내 적정을 탐지하고 군사를 풀어 시신을 한곳으로 모았다. 먼저 적의 시신을 위해 제사지낸 뒤 아군을 위해 제사 지냈다. 또 산신과 지신을 위무하는 제사도 잊지 않았다.

예부터 흑수를 정벌하기 어려웠던 것은패하면 군사를 이끌고 한없이 북방으로 도망쳤다가 날이 풀리면 군사를 휘몰아 공격해오기때문이었다. 만약 대인수가 환궁하면 어김없이 또 변경을 침노하여 백성을 죽이고 부녀자를 빼앗고 마소와 양곡을 남김없이 쓸어갈것이다.

"폐하, 적은 우리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사옵니다. 군사를 풀어 사냥으로 식량을 확보하고, 조련을 통해 군사들마음을 다잡으며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셔야 하옵니다. 지금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반드시또 준동할 것이옵니다."신작은 오히려 봄을맞을 때까지 전선을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작의 예견은 적중했다. 흑수군 대수령옥작소는 발해군이 철수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백기를 든 장수를 보내 발해 황제대인수와단둘이 창검을 겨루어 승패를 가르자는 군첩을 보냈다. 성을 빼앗긴 채 먼곳까지 도망간 옥작소는 마지막 승부수를던진 것이다. 대국의 황제가 결코 응하지않을 것을 셈속에 넣은 제안이었다.

"전쟁이란 어느 한쪽이 일방으로 이길수 없도다. 우리가 적을 열 명 죽이면 우리군사 한 명쯤은 잃게 마련이다. 짐이 칼을들고 나아가옥작소를 잡는다면 천하가 조용해지지 않겠느냐. 한 나라의 주인이면 마땅히 한 명의 백성이라도 살리는 게 주인된 도리이다."

"태보는 어찌 말이 없으신고?"대인수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신작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신작은눈을 뜨며 빙긋이웃었다. 황제도 따라 웃었다."진병하실 때 반드시 명광개를 갖추옵소서. 적을 능히 눈부시게 할 것이옵니다."신작과 대인수의 눈빛이마주쳤다. 장수들이 반대해도 대인수는 흑수 사신을 되돌려 보냈다.

칼을 치켜들자 사내가 두 손으로 칼을 막는 시늉을 했다."살려주시오! 나는 단지 명을 받고 대수령의 갑옷과 투구를 썼소."황금빛투구를 쓴 장수는 재빨리 사내를말에 태우고 밧줄로 몸을 묶어 안장에 걸었다. 그리고는 고삐를 채어 잡고 진영으로돌아왔다.

투구를 벗은 대인수의 형형한 눈빛은 천하를 호령할 기세였다. 그때 신작이 썩 앞으로 나섰다."겨루실 때는 반드시 투구를 쓰고햇빛을 받으며 공격하옵소서."막아섰던 장수들이 일어나 머리를 조아렸다. 대인수도 단기필마였다. 저만치에서옥작소가 철편을꼬나들어 허공을 갈랐다.
222/307(72%)예견하고 대처했지만 옥작소의간계에 속지 않은 것에 모두 안도했다.

옥작소는 살기 등등 했다. 대인수의 장검에 몇 차례 갑주가 찢겨 속살이 벌겋게 드러났어도 기세는 여전했다. 칼과 철편이 부딪쳐불꽃이 튕겼다. 철편이 직하하면 칼날이 직상하며 불꽃을 터뜨리곤 했다.

옥작소는 대인수의 뜻을 알아차린 듯 한손으로 칼을 집었다. 그의 눈에는 증오도분노도 없었으며, 애통이나 비애도 서려 있지 않았다. 옥작소가 살아 돌아간다고 해도수령들이 그냥 둘 리 만무했다. 어쩌면 옥작소가 참패하기를 기다리는 자가 많을지도 모른다. 옥작소는 평소 대수령 자리를노리던 수령들의 얼굴에 비웃음과 잔인함이 배어드는 걸 떠올렸다.

항복의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머리를풀어 헤치고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내밀었다. 목을 치거나 항복을 받아들이거나 발해황제 뜻에따르겠다는 굴종의 예였다.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고 복속을 맹약한 신하였기에 응당 반역죄로 다스려야 했다.

발해 장수들이 도열한가운데 흑수 수령들도 함께 제사 지냈다.제사가 끝나자 대인수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고루 호궤하고 전공에 따라 후사했다. 흑수 장졸들은 발해 황제의 성은에모두 흠복했다. 대인수는 수령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골타를대수령으로 삼아 돌려보내고, 흑수를감찰할 장사에 진부달을 명했다.

"폐하, 월희는 흑수의 사주를 받아 출병했사옵니다. 흑수를 보내면 우리 군사의 손실 없이 항복을 받을 수 있사옵니다."장수이하앙이 주품했다."만약 월희가 흑수 손에 정벌되면 언제까지나 흑수를 상국으로 섬길 테니 우리 군사의 손실을 각오하고 토평해야한다."

"대장군에게도 훈공의 기회를 주어야 하옵니다."신작이 거들고 나서자 대인수는 기꺼이을지후문에게 부월을 주었다.
을지후문은대종과 화달에게 선봉을 맡기고 동쪽으로군사를 휘몰았다.월희를 공격한 지 보름 만에 월희부 대수령 야사리가 휘하 수령나야발, 오기리를대동하고 항복했다. 밧줄에 묶여 수레에 실려 온 야사리는 맨땅에 꿇어 엎드려 목숨을구걸했다.

"아! 말갈 제부를 평정했도다."대인수의 입에서 절로 환호가 터졌다. 발해를 창업한 지 120여 년 만에 고구려 옛땅은 물론 당나라 땅일부와 말갈제부, 흉맹하고 반복무상한 흑수 말갈과 월희까지평정하여 번속을 삼았다.드디어 성무고황제의 유지를 받들어 사방 5천리를 경략하게 되었다.

말갈제부 가운데 가장 흉맹한 부족은 제일 북쪽에 있는 흑수부였고, 버금으로는 철리부와 월희부였다. 흑수와 철리,
월희는 세력다툼을 해왔지만 발해가 강성해지면서불열과 우루부를 구슬려 동맹을 맺고 발해와 맞서려 했다.

대인수는 고순작에게 물었다."흑수부는 남으로 흑수에서 시작해 북으로 머나먼 동토에 이르며, 철리, 불열, 월희와 이웃하여 광활한영토를 가졌사옵니다.강성했던 서쪽의 거란과 돌궐도 가로막힌망망한 수림과 험한 길 때문에 흑수를 넘보지 못했으며, 당나라도침공하지 못했사옵니다. 오직 흑수를 위협하고 정복한 나라는고구려와 발해뿐이었사옵니다. 이제 흑수를 남북으로 나누어 남쪽을발리부로 하고, 북쪽을 흑수부라 하옵소서."

대인수는 고순작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조서를 내려 발리부도독에 골타를, 흑수부도독에 오소진몽을 제수했다. 또한 골타와오소진몽에게 아속을 내려 각기 발리군왕과 흑수군왕으로 봉작했다. 드넓은 땅을두고 남쪽 땅을 서로 차지하려고 맞서던 흑수는대인수의 탕평책을 받아들여 남북으로 강역을 나누고 이때부터 흑수와 발리로구분했다.

발해 강도가 완성된 것은 장장 2년 뒤였다. 동원된 인원만 무려 2천 명이었다. 2년 동안 병사하거나 변고로 목숨 잃은 자만도 50여 명이나 되었고, 부상당한 자만도백여 명이었다. 깊은 산골에서 짐승에게 먹히기도 하고, 독사에 물려 죽거나 강물에빠져 죽은 자도있었다. 바다에서 풍랑으로고기밥이 된 자도 있고, 장맛비를 미처 피하지 못해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리거나 겨울에 눈사태에 파묻혀죽은 자도 있었다.

발해는 광활한 국토를 5경 15부 62주로나누어 다스렸고, 북방에 흑수부와 발리부를 두어 말갈족을 복속했다.대인수는 태보 신작과을지후문, 시종장과 시위만을 대동하고 전서구를 기르는 구사를 찾았다. 아군끼리 연통하는 데 이용하는 비둘기를 조련시키는 장수양위음이 조련장으로 안내했다. 양위음은 독수리와 매사냥에 조예가 남다른 장수였다.

대인수는 황궁으로 돌아와 선대 개국공신 신재용이 남긴 서책을 펼쳐들고 찬찬히살폈다. 여러 가지 글씨와 그림이 어우러진책으로, 어선과 군선, 전선의 그림들이 가득했다. 대인수는 수군으로 명성을 떨쳤던장문휴와 양소화 장군이 그려놓은 서책도펼쳐보았다. 맹선을 비롯해서 옥선, 유격선등 갖가지 전선이 그려져 있었다.큰 전선 1척에는 무려 3백 수십 명이 탈정도였으며, 어떤 배는 누선의형태였다.이런 배들은 한결같이 선각이 든든해서 모두 접근전에 유리하게 만들었는데, 수밀격벽이 잘 이루어지고 배 밑바닥이이중저로된 것이 특징이었다. 격벽은 물이 새지 않게 막아주고, 이중저는 배 밑에 내저판을두어 선체가 손상되더라도 쉽게침수하거나 좌초하지 않게 만들었다.

대인수는 태보 신작의 청을 받아들여 품질 좋기로 소문난 위성 철을 다량 확보했다. 철로 돌격선이나 전투선을 비롯하여 지휘선의용골과 늑골을 꾸몄다. 선제 대무예가영주벌을 토평할 때 검거를 투입하여 당나라 군사들의 혼을 빼앗고 섬멸했던 것처럼,돌격선뱃머리에 철곡을 빼곡하게 박아 적의 배를 당파시키려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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