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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마지막 한숨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2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독서보고] 살만 루슈디 《무어의 마지막 한숨》을 읽고
ㅇ (부제) 순혈이라는 이름의 폭력과 상실된 공존에 대하여
1. 작품 개요
가. 작품의 기본 성격
ㅇ (가족서사의 외연) 이 작품은 겉으로는 한 집안의 흥망을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 속에서 무엇이 승리했고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함께 묻는 소설로 읽힘
ㅇ (문제의식) 특히 혼종과 배제, 공존과 순혈주의의 대립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적 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큼
2. 인상 깊었던 핵심 주제
가. 혼종성과 순혈주의의 충돌
ㅇ (주인공의 의미) 주인공 모라이스 조고이비는 여러 종교와 문화의 계보가 뒤얽힌 존재로 제시되며, 그 자체로 순수한 혈통과 순수한 문화라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지 드러냄
ㅇ (순수의 위험성) 사람들은 자꾸만 무언가를 더 깨끗하고 더 순수한 것으로 만들려 하지만, 그 욕망은 대개 타자를 밀어내고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음
나. 폭력은 말에서 먼저 시작됨
ㅇ (언어의 분류)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폭력이 어느 날 갑자기 물리적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사람을 나누는 말과 낙인의 언어 속에서 자라난다는 점임
ㅇ (배제의문장)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안과 밖을 나누고, 우리와 타자를 쉽게 구분하는 표현들이 결국 현실의 폭력을 준비한다는 문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남
3. 1492년과의 연결에 대한 독해
가. 역사적 상징성
ㅇ (1492의 의미) 이 작품을 읽으며 자꾸 1492년이 떠올랐는데, 이는 단지 콜럼버스의 항해 때문이 아니라 레콩키스타 종결 이후 유대인 추방과 무슬림 공동체 압박이 본격화되던 시기라는 점 때문임
ㅇ (공존의 붕괴) 여러 문화와 종교가 한 공간에서 함께 존재하던 질서가 무너지고, 더 단일하고 배타적인 질서가 자리를 넓혀 가는 장면이 이 시기에 응축되어 있다고 느꼈음
나. ‘마지막 한숨’의 의미
ㅇ (보압딜의 상징) 그라나다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알함브라를 떠나며 내쉬었다고 전해지는 ‘마지막 한숨’은 단순한 패자의 탄식이 아니라 공존의 한 시대가 저무는 순간에 대한 한숨처럼 읽혔음
ㅇ (제목의 울림)《무어의 마지막 한숨》이라는 제목도 단순히 한 인물의 몰락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공존의 질서 전체를 애도하는 말처럼 느껴졌음
4. 인상 깊었던 서사 장치
가. 모라이스의 급속한 노화
ㅇ (설정의 효과) 모라이스가 남들보다 훨씬 빨리 늙어 간다는 설정은 단순히 기괴한 장치가 아니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만 움직여 온 시대를 상징하는 장치처럼 보였음
ㅇ (시대의 조급함) 성찰 없이 효율과 성장만 앞세우는 시대에서는 섞이고 모호하고 쉽게 규정되지 않는 존재가 늘 불편한 것으로 밀려난다는 점에서 이 설정이 특히 인상적이었음
5. 공간에 대한 인상
가. 알함브라와 공존의 감각
ㅇ (공간의 상징성) 알함브라를 떠올리면 화려함보다도 물과 정원,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한 공간 안에서 어긋나지 않게 어우러지는 감각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옴
ㅇ (도시의퇴색) 이러한 감각은 작품 속 뭄바이가 잃어버려 가는 도시의 색채와도 연결되며, 결국 공존의 감각이 사라질 때 도시도 먼저 빛을 잃는다는 생각이 들었음
6. 종합 감상
가. 작품이 던지는 질문
ㅇ (핵심질문) 이 작품은 순수한 혈통과 순수한 문화라는 것이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집요하게 묻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ㅇ (혼종의 현실) 사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이미 수많은 흔적과 기억, 문화가 겹쳐진 혼종의 역사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라는 말을 앞세워 선을 긋고 타자를 밀어내려 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날카로운 지점이라 봄
나. 개인적 소회
ㅇ (현실적 연결) 책을 덮고 보니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해진 도시 풍경, 다름을 견디지 못한 채 쉽게 혐오를 드러내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음
ㅇ (최종평가) 《무어의 마지막 한숨》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오늘의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배제와 공존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판단됨
존명(尊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