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날 밤 말일세. 즉 연주회가 끝난 밤 말인데. 그가 기억을 되찾은 걸세. 둘 다 침대에 들어 있었을 무렵인데 나는 눈을뜬 채 누워 있었다네. 그때 콘웨이가 나의 선실로 들어와서 나에게말을 걸어오지 않겠나. 그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고 압도적인 슬픔이라고밖에는 형언할 길이 없는 표정이었던 걸세. 보편적인 비애라고나 할까 - P26
세계적 고뇌라고나 할까. 아무튼 무언가 막막하기짝이 없는, 인간사를 초월한 비애의 표정이었다네. 이제 무엇이든지다 기억할 수 있다네‘ 하고 그는 말했네. - P27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콘웨이의 얘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버렸던 걸세. 선상에서 둘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 다음에 나는 사소한 점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간단하게나마 노트에 적어두기 시작했다네. - P30
그것은 나중에는 사건의 여러 국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고 말았다는 말일세. 그래서 나는 차라리 노트에 기록해둔 단편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소설로 완성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네. - P30
그렇다고 해서 내가 꾸며냈다거나 얘기를 변경시켰다는 것은아닐세. 그건 그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 속에 재료가 충분히 넘칠정도로 많았다는 말일세. - P30
그는 거기다가 재담이 보통이 아니었고분위기를 전하는 데도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다는 말일세. 덧붙여서말하자면 나는 비로소 그라는 인간을 알기 시작하였다는 기분도 들었던 걸세. - P30
만일 자네가 그 얘기를 확실히 믿는다면 그것은 테르툴리아누스(카르타고 출신의 그리스도교 신학자. 그리스도의 부활 기적은 불가능한 것이므로 확실하다고 주장하였다.)의 저 유명한 이유 때문이겠지. 기억하고 있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확실하다.‘ 괜찮은 문구이군 그래. 아무튼 자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세. - P30
"브린클로 여사께서 하시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하고 그는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그러나 여사는 활기 있게 되돌아보면서 대꾸하였다. "하다뿐입니까. 카드 놀이가 무슨 해가 있겠습니까. 성경에도 그것을 하지 말라는 말씀은 없습니다." - P46
모두 소리 내어 웃었다. 게다가 그들은 그 말이 트럼프 놀이에 대한 구실을 만들어준 데 대해서 그녀에게 감사하는 듯한 눈치까지보았다. 아무튼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로구나 하고 콘웨이는 생각했다. - P46
"별로 그런 것은 없지" 하고 콘웨이가 대답했다. "단지 그는 무기를 가졌고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야. 좌우간 우리 중에서 아무도 그 후에 비행기를 지상에 착륙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지." - P48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당신 같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여보게 맬린슨, 자네는 왜 항상 나에게 기적만을 기대한단 말인가?" - P48
먼 아득한 곳, 시계의 끄트머리에 빙하로장식이 된, 눈 덮인 산맥들이 연면히 가로놓여 있었으며, 광대한구름 바다 위에 떠 있는 것과도 같았다. - P53
그들 산맥들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면서 대기권 전체에 걸쳐 있었으며 반쯤 미쳐버린 천재의붓으로 그려진 인상파 그림의 배경을 방불케 하는, 험악하기 짝이없고 야한 색조를 나타내는 서쪽 지평선과 융합하고 있었다. - P53
그동안에도 비행기는 단조로운 엔진 소리를 내면서 이 경이적인 무대위를 날고 태양이 비쳤을 때까지는 하늘의 일부라고 생각되던 하얀절벽을 앞에다 두고 있는 가물가물한 심연을 넘었다. - P53
바로 그때 뭐렌(스위스의 벨른 주의 도시 이름. 융프라우의 등산 입구.)에서 바라본 융프라우를 몇 겹으로 겹친 듯한, 순백색의 절벽이 장려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백열로 타올랐다.53 - P-1
"게다가 나는 그렇게 지리에 밝지는 못하지만 이 근처의 산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 그래서 만일 그렇다면 비행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있습니다" 하고 뜻하지 않는 곳에서브린클로 여사의 의견이 튀어나왔다. - P56
콘웨이는 별로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느님의 뜻인지인간의 광기인지, 대부분의 사건의 이유를 알고 싶다면 어느 편을선택하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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