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연은 거의 다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옛 학교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 재회하였으나 자신들이 생각했던 만큼 서로들사이에 공통성이 없음을 알았을 때의 그 환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있었다. 러더퍼드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와일랜드는 대사관의 서기였으며, 얼마 전에 템펠호프에서 우리에게 저녁을 대접하였던 참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다기보다는, 이런 경우에도 외교관이라면 항상 갖추고 있는 그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를 가지고 행동했다. - P5

"실은 말씀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인지 아프리디 사람인지,
하여간 어떤 사람이 여객기 한 대를 납치해서 도망을 가버렸댔습니다. 능히 상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후에 정말 혼이 났었습니다. 그렇게 뻔뻔스런 일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글쎄, 그놈이 말입니다. 길목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조종사를 불러세워서는 때려눕힌 후, 그의 비행복을 뺏어 입고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조종석에 잠입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그놈은 경비원들에게 떳떳하게 신호를 보내고 감쪽같이 날라버렸는데, 문제는 그놈이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P7

약간 감상벽이 있었던 교장도 일찍이 그의 눈부신 활약을 가리켜 "글로리(glory)"라고 평한 일이 있었으며, 그 후 그것이 그의 별명이 되어버렸다. 그 명성을 잃지 않고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콘웨이 한 사람뿐이었을 것이다. - P14

그런데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도 속아 넘어가기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자네도 짐작하고 있을 테지. 나는내 평생의 태반을 이곳저곳 여행이나 하며 보냈는데, 세상에는 이상한 일도 많다는 것은 나도 알고는 있지. 물론 직접 눈으로 보고서 하는 말이어야 하겠지만 말이야. 사람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는좀체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러나 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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