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팬지가 조그만 꽃을 송이송이 피웠다. 흙이 부슬부슬 말라 보인다. 그런데도 꽃잎의 선명한 모양은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았다.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진정한 강함이라 해야 하리라. - P-1

소파에 앉은 채 요시다카가 긴 다리를 바꿔 꼬았다. 그는 스포츠 센터에 다니면서도 가랑이가 좁은 바지를 못 입게 될까 봐 다리와 허리에는 근육이 많이 붙지 않도록 조심하는 듯하다.

"중요해. 내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결혼 생활 자체도 의미가 없어. 남녀 사이의 연애 감정 따위는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는 거니까 말이야. 그런데도 같이 사는 건,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야. 남자와 여자는 결혼해서 남편과 아내가 되고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아 아빠와 엄마가 돼. 그렇게 가정을 꾸려야 비로소 평생의 반려라 할 수 있지. 그렇지 않나?"

"결국 이런 거였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는 쓸모없다. 그러니 미련 없이 내다 버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새 여자를 들인다. 그런 거였어?"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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