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페이크 영상도 쉽게 만들 수 있고요. 대체로 그런 영상을 보고 물어보는 상대에게도 켕키는 구석이 있는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이거나 페이크 영상이라고 완전히 부정하고 상대하지 않는 겁니다. 실제로 당신의 뜻에 반한 영상이라면 그것은 당신이 아닌 겁니다." - P-1
피해자를 저항할 수 없는 상태, 혹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만들어 놓고 성교나 외설적 행위를 저지르는 범죄는 비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체포하고 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고 피해자가 재판에서 증언하지 않으면 검찰로서도 기소를 망설이게 된다. - P-1
"정말이지 구역질 나네요." 옆에 있던 시바가 실내에 다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P-1
"늘 이런 식이잖아요. 결국 훌륭하신 어른들이 모여서 한다는 일이 피해 여성을 더 두드려 패는 거나 다를 게 없는 일입니까." - P-1
"글쎄. 어디 섬으로 단신부임하라고 쫓아낼 수도 있겠지."
구라오카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도 집에서는 단신부임 상태랑 별반 다를 것도 없지만." - P-1
"한 마디 하지. 자기가 하는 언어가 어느새 자신을 묶어버리게 마련이야…… 남편夫을 주인主人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두는 게 좋아."
놀란 얼굴을 하는 히로에를 격려하듯 기운 있는 말투로 덧붙였따. "당신 주인은 어디까지나 당신이야."
사이타마 현까지 전차로 이동했다. 도쿄와 사이타마는 관할 경찰서가 달라 수사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드라마인지 만화인지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틀 후, 그는 렌트한 차를 반납하지 못했다.
일본의 국가공무원은 한국의 행정고등고시에 상당하는 국가공무원 1종 시험을 통해 임명되며, 지방공무원에 비해 요직에 임명되고 승진도 빠르다.
구라오카는 제 가슴을 쳤다. "우리의, 죄입니다."
말이 지나쳤다는 자각은 있었다. 겨우 그만한 알코올에 취할 리도 없다. 내내 쌓아두었던 말이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슴 속에는 여전히 뭔가가 남아 있다.
사격 성적은 늘 형편없었다. 뛰어난 유도와 체포술로 보완해 관대하게도 합격 판정을 받았을 뿐. 총 따위 없이도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을 과신해왔다. 이만 한 거리에서 손이나 어깨를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몸통을 겨냥해도 빗나갈 수 있고, 히로에가 맞을지도 몰라 두려웠다.
"당신, 행복한 사람이네……." 구라오카는 그녀가 말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것 같아서 고개를 들었다. 잎이 무성한 커다란 나무의 그늘을 벗어난 곳에 시바가 흠뻑 젖은 채 서 있었다.
이 세계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다만 그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쳐난다.
어, 하고 구라오카가 불쑥 외치며 벤치에서 일어섰다.
"내가…… 증거를 봤었군. 자네도 봤고 말이야. 하지만 내가 더 결정적인 증거를 보고 있었어. 그래…… 동기도 알고 있어. 그런데, 이게 뭐야…… 도대체……."
"내가 믿어. 나를 살리려고 한 너를 믿는다. 네가 한 짓은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지만…… 네가 하는 말은 믿는다. 그러니까, 내려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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