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했을 때 에리코 부인에게 이상한 낌새는 없었습니까?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거나." - P-1

혼조 마사미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범행 시각을 모르니 어째서 형사가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 P-1

"그러셨습니까." 고다이는 새삼스레 이마니시 미사키를 살펴보았다. 단정한 이목구비로 미인이라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조역을 고수하는 게 느껴지는 화장이었다. - P-1

"오랫동안 아우디를 타셨는데 다른 차종을 알아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몇몇 브랜드 딜러와 연결해드렸죠." - P-1

야마오가 왜 그러는지는 고다이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대화에 나온 태블릿이 화재 흔적에서 발견되었는지, 특수수사본부에 확인하기 위함이리라. - P-1

모르는 게 당연한가. 고다이는 생각을 바꿨다. 스마트폰을 어디에 쓰는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니까.
문이 열리더니 야마오가 돌아왔다. 그는 고다이를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화재 흔적에서 태블릿은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다. - P-1

"화재 흔적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런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만약 범인이 가져갔다면 중대한 정보가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면 사건 해결로 이어지는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 P-1

도도 야스유키 사무소 귀중
나는 도도 부부 살해사건의 범인이다.
동기는 단순 명쾌하다. 세상을 속이고, 인간으로서 용서받지 못할 행위를 계속해 온 두 사람에게 제재를 가했다. 제재를 천벌이라 바꿔 말해도 좋다.. - P-1

나에게는 그들의 비인도적 행위를 증명할 자료가 있다.
이 증거품을 매수해 주길 바란다. 희망 금액은 3억 엔이다.
가격 흥정에는 응하지 않겠다. 도도 부부의 무도한 행위를 어둠 속에 묻는 대가로는 결코 얼토당토않은 금액이라 할 수 없다. - P-1

히라쓰카 원장은 고다이 쪽으로 두 손바닥을 세우며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건 어렵습니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문제라." - P-1

"피해가 자기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원장은 간결하게 말했다. "아이를 거둘 수 없는 부모의 대다수가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어요. 에리코 씨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원 활동도 펼쳤습니다. 요컨대 금전적 원조죠. 부모들도 알고 있어요. 그분을 잃는 건 자기들의 생활고로 이어집니다. 어느 누가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겠어요?" - P-1

"책상 다리에 조각칼로 이름을 새겨 두었더군요. 아이들 장난이라고 해도 원장실에 몰래 들어가서 팠을 리는 없습니다. 어디서 책상을 가져와 사용하는 거겠지요. 이름은 처음부터 새겨져 있었고요. 보통은 원장용 책상으로 그런 걸 쓰지는 않지요. 근검절약의 일환일 겁니다." - P-1

"미처 몰랐습니다 ……."
"그분 손을 보아도 허울뿐인 원장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손도 거칠고 손톱도 짧았어요. 솔선해서 걸레질이나 잡일을 하는 손이었습니다." - P-1

"에나미 부부가 사는 아파트 말이야. 계장님은 이미 출발했다."
"계장님이?"
긴장의 끈이 팽팽해졌다. 사쿠라카와가 몸소 찾아갔다니, 심각한 사태다. - P-1

"그렇게 되면 시간을 벌어 주십시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1단계입니다. 가급적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 메일 발신 위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범인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와이파이를 쓸 테니 한 번의 발신으로 단서를 잡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늘어나고 시간과 장소 데이터가 갖춰지면 범인의 행동 패턴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 장소 부근의 방범 카메라 영상을 해석하면 범인을 알아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 P-1

순간 고다이는 숨을 삼켰다. "범인이 이 근방에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이야. 기지국은 여기에서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그 기지국과 전파를 주고받았다는 거지."

"위치를 들키기 싫으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서 전원을 켜면 돼. SIM 카드를 빼는 방법도 있지. 굳이 위치 정보를 남겼으니 도발 이외의 다른 목적은 생각하기 어려워."

SSBC는 경시청 형사부 소속 부서로 정식 명칭은 수사 서포트 분석 센터다. 주로 방범 카메라 영상 해석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다. 릴레이 방식이란 사건 현장 주변의 방범 카메라 영상으로 범인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수법으로 지금은 수사의 기본 기술로 확립되었다.

"휴일에 자주 옵니다. 이 가게는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맛있어요.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우아한 취미로군요."
"우아하기는요." 모토무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집에서는 눈치가 보여서요.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 딸이 있어서, 아버지가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연락이 뜸했습니까?"
고다이가 묻자 모토무라는 다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나가마는, 죽었습니다."

"저희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아직 그리 덥지 않았으니 6월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토무라는 몸을 살짝 내밀더니 자살이었어요, 라고 말했다. "자기 방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만난다면 안부 좀 전해 주세요. 모토무라는 두 식솔을 거느리고 있어서 아직 한동안 일을 더 해야 한다고요."

"멍청한 소리. 독감으로 쉬는 사람이 본청 청사에서 어슬렁거리다가 특수수사본부 녀석들에게 들키면 일이 귀찮아져. 어느 정도 조사를 마쳤으면 집으로 돌아가. 회의는 줌으로 한다."

오늘은 많이 걸어서 배가 고팠다. 밥을 곱빼기로 시킬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가게로 걸음을 뗐다.

고다이도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친구가 몇 명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사회인이 되면 많은 사람이 근무처를 비롯해 다양한 네트워크에 인간관계를 지배당한다. 그런 것들에 압도당해 옛 친구와의 교류는 우선순위가 낮아진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을 밝히는 게 무서웠어요. 어쩌면 아들은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었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역시 지금도 마음에 걸려서, 누가 진상을 밝혀 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어요." 나가마 다마요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순이죠……."

"심경은 헤아리고도 남습니다." 고다이는 본심을 말했다. 자살의 진상을 알아봤자 부모는 괴롭기만 할 것이다. 한편으로 모르는 채로 두고 싶지도 않다.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요즘 불법 아르바이트는 정보를 추적할 수 없는 텔레그램 같은 특수한 앱을 쓰는 경우가 많아 쉽게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해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역시 텔레그램은 어렵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이 무거웠다. 다른 경찰관들과 마찬가지로 고다이도 보고서 작성은 서툴렀다. 하지만 수도 없이 반복해 온 문장을 입력하는 데 애를 먹는 것에 오늘 밤만큼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상황이 바뀌었어. 야마오가 자백했다."
"자백이요? 그건 이미……."
"절도가 아니야. 살인이다. 도도 부부 살해를 시인했어."

수뇌부에게서 풀려난 고다이는 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마음이 뒤숭숭했다. 자기나 계장이 책임지게 되는 걸까? 간부들과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우울한 상상을 했다.

내내 서 있던 사쿠라카와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몸을 내던지듯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 참, 힘들군. 지독한 하루야."
"고생이 많으십니다."

"말단 경찰은 괜히 알려고 들지 마라." 쓰쓰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런 뜻이죠, 계장님?"
사쿠라카와가 씁쓸한 표정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바로 그게 문제야. 쓰쓰이 말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어. 재판에서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할 가능성도 있지. 검찰도 형사부장의 체면을 세워 체포에는 찬성해 주었지만 현재로서는 혐의 부인否認 사건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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