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아득히 던져 봐도 끝 간 데 없이 편평한 풍경이다.
농로 하나를 가운데 두고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앞이나 뒤나 까마득히 멀리까지 밭이 이어진다.
봄매미는 몸집이 작고 날개가 투명한 아름다운 매미다. 몇 마리만 울 때는 쓰르라미와 비슷한 애절한 소리가 되지만 거대한 집단을 이루면 가련한 모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볼륨을 만든다. 이 나무 저 나무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울어 대면 그야말로 대합창이 된다.
내일은 아침 일찍 중요한 회의가 잡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해야 한다. 회사 업무에 쫓기며 악착같이 일만 하는 매일이었다. 업무량이 많고 책임져야 할 일뿐이어서 좀처럼 당당하게 휴가를 쓰지 못했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온전히 쉬지 못할 때가 있다.
안 그래도 유품 정리는 쉽지 않은 일이지, 게다가 외아들이지? 할일이 산더미 같을 거야, 좋아, 시간을 충분히 내서 다녀와, 회사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조금 전까지 그토록 시끄럽게 울어 대던 봄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 봐도 매미 소리는커녕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 소리도 잦아들고 공기의 흐름도 멈춘 듯하다. 마치 텔레비전 리모컨의 무음 버튼을 눌렀을 때처럼.
그는 걸음을 멈춘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여인은 그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스쳐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거나 눈인사를 건넬 기미가 전혀 없었다.
신발이 지면을 밟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기모노도 스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반야면전통 가면극 노能에 등장하는 가면 가운데 하나로, 질투나 원망이 가득 찬 여자 귀신의 얼굴이며, 두 개의 뿔이 달린 무서운 인상이다
도착할 때부터 가랑눈이 흩뿌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추위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요. 이 근방은 신슈에서도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눈이 내리면 습도가 높아져 도리어 추위를 누그러뜨리지…….
상사에게 "휴가를 가더라도 업무는 끝내고 오겠습니다"라고 약속하고 왔습니다. 싸 들고 온 일거리에 손도 대지 못한 채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남자들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면 금방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부인이나 심지어 어린 자식에게도 폭력을 쓴다, 십중팔구 그렇다, 라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남자가 무서워 좀처럼 연애를 못했는데, 나의 고정관념을 한순간에 깨뜨려 준 사람이 미사키의 아버지 쓰치야 씨, 그리고 직장 사장입니다.
인정하기가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묘한 기분입니다. 오래전부터 내내 그런 기분을 느껴 왔다는 것을 ‘고치소정’ 주인이 일깨워 주었어요. 역시, 하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쓰치야 씨와 미사키는 내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지금도 두 사람은 내 곁에서 나와 함께 산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늘 나와 함께 있었던 겁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요.
펼쳐진 페이지에 ‘참혹! 화염에 싸인 버스! 승객 전원 사망. 설레는 마음으로 꽃놀이 가던 길’이라는 제목이 가로로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사망자 명단에서 내 이름과 얼굴 사진을 보았습니다.
검은 원이 쳐진 내 얼굴 사진. 면허증 사진처럼 정면을 바라보는 진지한 표정입니다.
그런데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면 기분이 금세 가라앉고 평온해지는 것은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썩어 버린 폐허 속을 천천히 떠다니는 것은 왜 이리 편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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