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인간은 정신적으로 각박해지고 고독해진다.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는 것은 그만큼 기계문명이 발달했다는 뜻이 되고 또 그 문명을 지탱하는 인간이 그만큼 지적으로 발달했다는 뜻일 것이다.

기계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은 정신적으로 고독해지고 각박해진다. 지적인 인간이 고독이나 각박함에서 도피하는 적당한 수단이 퀴즈이고 퍼즐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두뇌의 휴식이라기보다 오히려 도피일 것이다.

마키 교고가 성냥퍼즐광이라는 것은 그만큼 그가 정신적으로 고독했다는 뜻이 아닐까. 오토리 지요코와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없을 때에도 그는 성냥퍼즐을 즐겼을까.

"그럼 뭔가요? 이 남자, 정전 중에 촛불을 켜고 유유히 성냥놀이를 했다는 겁니까? 긴다이치 선생님, 당신이 어떤 명탐정인지 맹탐정*인진 모르겠지만 그딴 바보 같은 소릴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주시죠."
 
* 원문에는 ‘迷探偵(미탐정)’이라고 쓰여 있음. 명탐정(名探偵)과 발음은 같으나 뜻이 반대임.

그는 태생도 빈곤했고 힘들게 자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방의 국립대학을 나와 경찰에 지원했다. 국가공무원 3급 시험에 합격하여 젊은 나이로 경부보가 되었다.

조만간 그는 현장에서 자수성가한 많은 선배를 본받아 경부가 되고 경사로 승진할 것이다. 경찰관으로서의 그의 앞길은 유망했고 그런 의미로 그는 엘리트 의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젊음에서 오는 경험부족은 어쩔 수가 없었다. 수사계장으로서 많은 형사를 지휘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노련한 형사들로부터 비판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는 의식이 이런 중대사건을 수사할 경우 항상 그의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홀 한구석에 있는 오래된 등의자에 앉아 졸린 눈으로 히비노 경부보와 오토리 지요코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덕적이고 건강한 경부보에게는, 네 명이나 남편을 갈아치우고도 태연한 이 여자는 요부로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경부보에게 추천하고픈 것이 있다. 조금만 최근 주간지, 특히 연예주간지를 읽어보라고.

적의나 반감 같은 인간의 감정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사태와 부딪치면 일순 날아가버리는 것 같다. 트렁크 주위에 달려들어 검고 딱딱한 타이어 위에 자개처럼 붙어 있는 나방의 문장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짜증나는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사실도 잊고, 형사들은 솔직하게 놀라움을 표출했다. 그와 동시에 마키 교고의 시체를 옮기는 현장의 풀리지 않는 여러 모순이 히비노 경부보의 뇌리에 하늘의 계시처럼 떠올랐던 게 틀림없다. 물론 그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트렁크에 갇혀 운반되었다면 물론 시체가 되어서라는 거겠군?"

이건 뭐 일종의 수련이죠. 그런 수련에서 의혹이 생기고요. 그런 의혹을 소홀히 하지 않고 중대한 데이터로 하나하나 모아둡니다. 추리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의 축적이니까요. 그렇게 축적하고 이건 대체 어찌 된 일인가 고민하는 사이에 운 좋게 트렁크 안의 나비라는 추가 데이터를 발견한 거고요.

"히비노 씨, 다 경험이에요."

"저는 전에도 두세 번 이처럼 시체를 다른 곳에서 운반해서 범행현장을 은폐하려고 한 사건을 만난 적이 있어요. 경험에서 오는 지혜랄까요. 장기의 명인들도 난국에 부딪혔을 때 과거에 경험했던 여러 가지 기보(棋譜)를 생각해내고 사지를 탈출하는 일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보다 한참 나이를 먹었어요. 그만큼 경험이 많은…… 단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세요."

‘코끼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서 놀았습니다. 너무 즐거워서 또 한 마리를 오라고 불렀습니다. 코끼리 두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서 놀았습니다. 너무 즐거워서 또 한 마리를 오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며 친구를 불러서 10명 정도가 되면 마지막에 ‘너무 어두워져서 집에 돌아가자고 말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끝을 내는 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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