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붓을 쥐고 이 무서운 이야기의 첫 장을 쓰려고 하기에 이르러, 나는 새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 이 무서운 사건을 활자화해 발표하는 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너무도 음침한 사건이고 저주와 증오에 가득 차 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줄 만한 구석이 털끝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본래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 중에 뒷맛이 개운한 작품은 적은 게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이 사건은 너무나 그 점이 극단적이어서 우려되는 것이다. 그 점은 긴다이치 코스케도 나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소재를 내게 제공하기까지 그는 적잖이 주저하고 망설였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