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 역사에서 대멸종은 생명 다양성과 궤적을 근본적으로 재편성하는 중대 사건으로 작용했다.
지금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은 그 원인과 영향력 면에서 이전 대멸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전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가져온 대격변은 자연적이었다. 내가 주도했다. 가끔 바깥에서 소행성이 쳐들어와서 당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 내가 결정한 일이었다. 내가 변하면 생명도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 즉 인류세는 내가 원한 일이 아니다.
급작스런 기온 변화, 급작스런 대기 산성화, 급작스런 산소 농도 하락. 이 세 가지가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변화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결정적이었다. 서서히 변화하면 생명도 적응할 틈이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빠르면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생태계에 빈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결국 인류세와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의 결정적인 차이는 환경 변화를 누가 일으켰느냐이다.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자연이었다. 당시 생명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세의 원인은 무엇인가? 당신들 인류다. 똑똑한 인류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화산이 터져서도 아니고, 소행성이 부딪혀서도 아니고, 초대륙이 만들어져서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들 인류의 소행이다. 그러니 해결법도 간단하다. 당신들만 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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