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 남자뿐만이 아냐. 이 집 사람들은 다들 이상해. 뭔가 알고 있고 그것을 숨기는 걸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서로가 서로를 감싸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다들 서로 의심하는 것같이도 보인단 말이야. 아무래도 그 부분이 이상하고 마음에 걸려."
"그 사람은 여기 오기 전에 오사카에서 무슨 조사를 하고 온 모양인데, 그 사건이 꽤 거창했나 봅니다. 경보국(警保局)*인지 뭔지의 관료한테 신분증명서 같은 것을 받아가지고 왔었죠. 어쨌거나 그쪽에서 중앙의 소개장이라면 하느님의 편지 이상으로 효험이 있으니까요. 서장도, 사법주임도 다들 쩔쩔맸던 모양입니다."
범인은 ‘밀실 살인’이라는 문제를 제출하고 우리에게 도전해온 것이다. 지혜의 결투를 우리에게 신청한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그 도전에 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혜의 결투에 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때 이렇게 생각했던 겁니다.
이 편지를 쓰기에 앞서 가쓰코는 먼저 언니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요. 결혼 전의 비밀은 어둠 속에 묻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고백하면 결코 부부생활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언니의 충고. 가쓰코는 끝내 그것을 거역하고 저주스런 T와의 과거를 이치야나기에게 고백해버렸어요.
긴조는 알 수 있었다. 코스케의 모색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 그의 두뇌, 언젠가 ‘돋보기나 줄자 대신에 이것을 쓰겠습니다.’ 하고 두들겨 보인 두뇌 속에 바야흐로 논리와 추리의 나무토막이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동자의 번뜩임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수수께끼가 풀릴 때가 이제 멀지 않았다고…….
"젊은 아가씨한테는 부모형제나 친척보다 생판 남인 친구 쪽이 털어놓기 쉬운 법이죠."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중에 고백한 바에 따르면, 그때 그는 이 질문에 그토록 중대한 의미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저 약간 지능이 낮은 이 소녀의 가슴에 대체 어떤 슬픈 비밀이 있어서 밤마다 고양이 무덤 근처를 방황하는지, 그것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뭐, 뭐, 뭐라고요?"
"아하하하, 경부님. 제 흉내는 내지 않으셔도 돼요. 아저씨, 가시죠."
"아하하하하, 죄다 내 흉내를 내네. 이봐요, 미안한데 서둘러 이치야나기 댁에 가서 경부님을 모셔오지 않겠어요? 형사 분도 다들 같이요. 아, 그리고 삽을 두세 자루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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