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문도 에도 시대 삼백 년 동안 죄인들이 거주했던 이 섬에 긴다이치 코스케가 건너온 건 귀환선 안에서 죽은 전우 기토 치마다의 유언때문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긴다이치 군. 나 대신・・・・・・ 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 세토 내해에 위치한 작은 섬에서 선주로 군림하는 기토 가를 방문한긴다이치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심상치 않은 세 자매를 만난다. 낯설고 불쾌한 섬의 분위기, 긴다이치 코스케는 서서히 퍼져가는살인의 조짐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윽고 전우의 유언처럼, 악몽과 같은 살인사건이 하나씩 일어난다.
<옥문도>는 출간 이후, 40여 년 넘게 일본 역대 추리소설 1위를 지켜 온 작품으로, 수수께끼 위주의 추리소설을 뜻하는 본격(格)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의 국민 탐정이며, 만화 속 소년 탐정 김전일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빗추카사오카(備中笠岡)로부터 남쪽으로 7리1), 세토 내해의 대략 중간 지점에 있는 그곳은 정확히 오카야마(岡山)현과 히로시마현과 가가와(香川)현, 세 개의 현의 경계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둘레가 2리 정도 되는 작은 섬이 있어 그 이름을 옥문도라고 한다.
"제가 있던 섬은 인구 천 명 정도였지만, 그게 이중삼중, 심하게는 오중육중으로 혈연을 맺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섬 전체가 하나의 대가족 같은 건데 그런 곳에 타지 출신 순경이 들어올 경우에 뭘 할 수 있겠어요.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섬 전체가 일치단결해서 대응하니까 타 지역 순경도 손 쓸 도리가 없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난 분쟁, 예를 들면 물건이 없어졌다든가 돈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있어봤자 타지 순경이 조사해서 겨우 범인을 지목할 때는 이미 저쪽에선 제대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어, 아니, 그것은 도둑맞은 게 아니라 장롱 안에 넣어 놓고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하는 상황이니, 태평하다면 태평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또 경우에 따라선 이 만큼 성가신 일이 없어요."
그것도, 아아, 그것도 너무나 무서운 사건이었다. 정체 모를 악몽과 같은 살인, 요사스런 기운과 간사한 지혜로 가득 찬 계획된 일련의 살인사건, 참으로 그야말로 옥문도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왠지 섬뜩한, 그리고 또한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큼 오싹한 사건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다른 청년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전쟁에 끌려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간을 공백 상태로 보냈던 것이다.
옥문도란 코스케 씨, 그곳은 불쾌한 섬이야. 무서운 섬일세. 코스케 씨, 자네는 거기에 무얼 하러 가는 건가.
여러분이 혹시 이런 섬에 들어왔다면 승려의 세력이란 게 얼마나 강대한 것인지 알고 틀림없이 놀라지 않을 수 없으리라.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12)인 어부들에게 있어 신앙은 절대적인 것이어서 그 신앙을 지배하는 승려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섬에서는 촌장조차 절의 주지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소학교 교장과 같은 경우에는 자주 주지의 호오(好惡)에 의해 임면되는 것이었다.
12) 배 밑 널빤지 한 장 아래는 지옥(板子一枚下は地獄): 뱃사람에게 위험이 많음을 가리키는 속담.
그 남자는 철 테 안경을 쓰고 미꾸라지수염과 염소수염이 깔끔치 못하게 구부러져 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보이는 소매 없는 외투 안에는 가문(家紋)을 넣은 하오리(羽織)13)와 하카마를 입은 듯했다.
"죽고 싶지 않아. 나는…… 나는…… 죽고 싶지 않아.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 누이동생들이 살해당할 거야……. 하지만…… 하지만……, 난 이제 글렀네. 긴다이치 군, 나 대신에…… 나 대신에 옥문도에 가 주게.……언젠가 건네준 초대장……, 긴다이치 군, 나는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었지만 훨씬 전부터 자네가 누군지 알고 있었네……. 혼징 살인사건…… 나는 신문에서 읽었다네……. 옥문도…… 가 주게, 나 대신에…… 세 누이동생…… 오오, 사촌이, …… 내 사촌이……."
(쓴) 여뀌를 먹는 벌레도 제 좋아 먹는다: 사람의 기호는 제각각이란 뜻. 우리 속담으로 치자면 ‘오이를 거꾸로 먹어도 제멋’ 혹은 ‘갓 쓰고 박치기해도 제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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