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가씨들이 속아 넘어가지. 그렇게 관심을 받아 본 적 없을 테니. 여자 마음은 갈대라잖아.
이런 얄팍한 수는 캐서린에게도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첫 문장부터 변덕과 모순과 거짓으로 점철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자벨라가 부끄러웠고, 또 그런 친구를 사랑했다는 게 부끄러웠다. 애정 고백이 역겨운 만큼이나 변명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고, 뻔뻔하게 부탁까지 하다니.
"그렇다면 난 정말이지 그가 마음에 안 들어요. 결국 우리에겐 다행으로 끝났지만 그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요. 이자벨라가 산산조각 날 가슴이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셈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그와 사랑에 빠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요?"
나를 바보로 여긴 게 아니면 이런 편지를 쓸 수 없어요. 그래도 이 편지 덕분에,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내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더 잘 알게 됐어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요. 허영심 많은 바람둥이 아가씨의 사기가 이번엔 안 먹힌 거예요. 제임스나 나에게 요만큼의 애정도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애초에 만나지도 말았어야 했어요.
"프레드릭에게 처음부터 동기랄 게 있기나 했는지 모르겠어요. 쏘오프 양처럼 그도 허영이 가득한데,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그가 더 영악한 부류라 그 허영에 자기가 넘어가진 않는다는 거예요. 그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데 그 원인은 찾아내서 뭘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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